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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석 Mar 26. 2022

꺼내 보고 싶은 그림

유재하의 노래처럼


저 붉은 바다 해 끝까지 그대와 함께 가리. 이 세상이 변한다 해도 나의 사랑 그대와 영원히.


유재하의 노래 '그대와 영원히'의 후렴구다. 사실 노랫말만 보면 아주 훌륭한 건 아니다. 훌륭함의 기준이 모두 다르겠지만 아주 독특하거나 빼어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노랫말에 멜로디가 붙여지니 그 어떤 노래보다 애절한 가사가 되었다. '그대와 영원히'는 유재하가 스물다섯 살에 발표한 유일한 음반에 있는 수록곡 중 하나다. 스물다섯 살에 음반 발표를 했으니 아마 작사, 작곡은 스물세네 살에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 나이에 어떻게 이런 노래를 만들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나이인데 참 대단한 것 같다.


예전에도 유재하 노래를 좋아했었는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많이 듣게 되는 것 같다. 들으면 들을수록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가 참 좋다. 힘들 때 들으면 위로가 되기도 한다. 음악이 주는 감정의 깊이는 대단하다. 


디자인을 업으로 하고 있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나는 다른 이들에게 어떤 감정을 전해 주고 있을까. 물론 상업적인 디자인이 어떤 감정을 전해주기는 힘들지만 내 그림이 좋아서 위로를 받거나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까. 있다면 참 좋겠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다시 듣고 싶은 유재하의 노래처럼 내 디자인과 그림도 누군가에게 오래 기억되고 자주 꺼내 보고 싶어지면 좋겠다.


요새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한다. 뭐 물론 매일 하는 고민이지만서도. 돌이켜 보면 다른 이들처럼 뭔가 대단한 작업물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회사를 잘 만들어 놓은 것도 아니어서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떤 디자이너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한다.


일러스트 작품 <퇴근길 버스>


그래도 조금씩 생각들이 정리되어 가고 있긴 하다. 남들이 잘하는 것들을 쫒지 말고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내가 가장 좋아하고 오랫동안 해 왔던 것. 생각해 보니 역시나 그림이다. 현실을 보면 무엇하나 집중하기 힘든 환경이지만 그래도 내게 주어진 작지만 소중한 자리와 시간을 조금은 더 알뜰히 사용해야겠다. 유재하가 타인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세상에 내어 놓았듯이 나도 그렇게 내 작품을 하나씩 만들어가야겠다. 


유재하의 노래처럼 꺼내 보고 갖고 싶은 그림을 그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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