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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줌마 Jun 05. 2023

그림 고수들의 성공 비밀

도전하여 성공하기

OO아.
선생님이 우리 OO 이보다 그림을 훨씬 잘 그리지.
선생님이니까.
이 사과를 보고 똑같이 따라 그려고 할 때,
OO이가 1분에 사과를 10번 보고 그린다고 하면
이 선생님은 1분에 몇 번을 볼까?

수업 중 내가 아이들에게 잘하는 질문이다.

나는 그림을 잘 그리는 전공자이니 몇 번 보지 않고도 더 잘 그리는 걸까?


대답은 정확히 반대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못 그리는 사람들보다 월등히 더 많은 횟수로 대상을 관찰한다. 1분 동안 일반인이 10번을 본다면, 그림 고수는 50번, 아니 100번 볼 것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재능의 힘 만으로 대상을 몇 번 보지도 않고 기가 막히게 그릴 수 있는  ‘사기캐’가 아니다. 그는 관찰하여 재현하는 것을 빨리 많이 하도록 훈련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비밀을 안다면  그림 고수의 길이 특정 재능을 가진 ‘원래 잘하는 사람들'만 가능한 게 아니라, 노력에 의해  성취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와. 나도 할 수 있겠다. 용기가 생긴다.


그렇다면 영어를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 중 사전에서 단어를 찾아보는 횟수는 누가 더 많을까? 그림하수처럼 영어 하수일수록 사전을 찾는 횟수가 고수에 비해 현저히 적다. 이것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비밀. 나도 살아야지.

7살에 카이스트에 들어가거나 미항공우주국 소속의 과학자 수준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이 영어를 잘하는 것은 순수하게 ‘더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노력이 훈련된 사람들’이 영어를 더 잘하는 것이지 특별한 능력이 있어야만 영어를 더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다. 환경 탓을 해보면 어떨까. '에이~. 영어는 영어권 국가에 살아야 되는 거지.'라고 생각한다면 일부만 맞는 말이다. 살아서 자연스럽게 영어가 되는 것은 유아나 초등 저학년 어린이만 가능하다. 캐나다에 10년 넘게 살았다고 하는 어른들이 영어 실력이 늘은 게 아니라 눈치만 늘었다고 말하는 것이 흔한 이유이다. 공부하지 않으면 영어 실력은 늘지 않는다.


나는 ‘그림/영어 고수 = 노력이 훈련된 사람들’이라는 논리가 단지 그림이나 영어뿐 아니라 삶의 많은 부분에 적용된다고 믿는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것에 동의할까?


뛰어난 사람들 - 영어 고수가 되었거나, 작은 쇼핑몰 사업을 시작해 기업을 일구었거나, 40대에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20대도 부러워할 몸매가 되어 알려진 사람들 - 이 유튜브에 나와서 ‘당신도 나처럼 할 수 있다’ 고 이야기한다. 방법도 어찌나 친절하게 알려주는지 나는 “유튜브는 지식과 지혜의 원천”이라는 신앙(?)까지 생겼을 정도다. 그런데 부푼 가슴을 안고 ‘그래! 나도 한번 도전해 보겠어!” 라며 댓글을 읽다 보면 어느새 용기는 사그라든다. 고수들이 말하는 비법은 사실상 말이 안 되는 소리라며 엄청난 양의 댓글로 너무나 정성스럽게 조목조목 반박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 고수의 배경은 사실은 이렇다더라~’며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같은 노력을 해도 절대 할 수 없다’는 '고수=사기캐' 논리를 펼치기도 한다.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가능하지도 않은 것을 설파하여 소위 ‘어그로’를 끄는 사기꾼 취급을 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인터넷 댓글이야 사실 누군지 개인적으로 알 수 없다 보니 이렇게 노골적인 반격을 하지만,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이라면 살짝 다른 버전으로 반격이 들어온다.

“다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이렇게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모양새까지 갖추면 마음이 여리고 착한 사람들은 그 진정성(?)에 감화되어 기꺼이 도전을 포기한다.


이런 식의 태도는 이민 커뮤니티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이들은 가까운 사람이 영주권을 받거나 새로운 직업을 갖기 위해 자기가 경험해 보거나 들어보지 못한, 또는 한국인이 진출한 사례가 없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면 덮어놓고 ‘그렇게는 안된다. 불가능하다.’라고 이야기한다. 캐나다 정부 관련 부처의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정보대로 수의사 면허 트랜스퍼(Transfer)를 준비하고 있는 한국 수의사에게 자기가 그런 사람을 실제로 본 적 없다며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이민 사회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긴 하다. 이 때문에 유투버로 성공하여 기업인이 된 신사임당 주언규 PD는 새로운 도전을 할 때 주변에 말하지 말라고 까지 이야기한다. 용기를 주거나 격려하는 사람은 없고 대부분 부정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그러는 것일까? 곰곰 생각 끝에 나는 두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첫 번째는 이들이 옆 사람의 성공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불우한 유년기 때문에 갖게 된 삐뚤어진 인성 때문이든 한국이라는 초 경쟁 사회 속에서 장착된 시기심 때문이든지 간에 말이다. 두 번째는 자신의 안주를 정당화하기 위해서이다. 옆 사람이 새로운 도전을 하며 성장해 가는 것을 바라보다 보면 상대적으로 자신이 뒤처져 있다고 느끼게 되고, 위기감이 밀려온다. 옆 사람도 자기와 같은 그 자리에 계속 주저앉아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정체되어 있는 ‘나’가 불안할 때 ‘우리’로 만들어 안도감을 느끼려 한다.

‘괜찮아. 쟤도 그렇잖아.’

이들은 더 나아가 발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에게 온갖 이유를 붙여 비난하며 주저앉아 있는 것이 더 낫다고 정당화한다. 하지만 고수들은 대부분 이런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다. 본인들이 이미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고, 발전할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옆 사람의 도전을 자신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는 자극과 정보로 받아들인다. 이들이 걸어온 길은 편하고 쉽지 않았기에 함께 가는 사람이 적었다. 그러다 모처럼 동료를 만나게 되면 반가운 마음에 자신의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알려주기까지 한다. (이것이 내가 글작가에 도전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도 어떤 일을 할 때 ‘된다’, ‘할 수 있다’, ‘가능하다’라고 말하는 사람의 말을 귀담아듣는 것과 ‘해봐야 안돼’, ‘불가능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야’라고 말하는 사람의 말을 주의 깊게 듣는 것 중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할 수 없다'는 사람들의 말을 쫓아 해낸다는 것은 애초에 말이 되질 않는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이러한 상황에서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자신의 수고와 노력이다. 이것들을 쏙 빼놓고 "할 수 있다", "가능하다"라는 말 만을 쫓아 쉽게 결과를 손에 넣으려 할 경우는 사기를 당할 확률이 아주 높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성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의심하며 사기꾼 취급을 하기도 한다. 내가 치기공 기술을 배웠던 학원의 원장 선생님도 사기꾼 취급을 당한 적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학원에서 한 달 반 정도를 배워 캐나다에 입국하기도 전에 면접 제안을 받고 취업에 성공했었다. 자신의 경험만을 토대로 한 판단은 일정 부분 무지할 수밖에 없다. 이 넓은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일들을 내 경험치 안에 있지 않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때를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나는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현재 자신의 루틴을 집어던지고 새로운 혹은 더 발전된 다른 일에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이 세상에는 성실하고 끈기 있게 묵묵히 같은 자리에 있어주어야 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어떤 이들은 사회나 국가를 위해 희생을 감수하면서 까지 그렇게 한다. 또한, 가치나 숭고함을 떠나서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이 행복하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내가 좋다는데 무엇이 문제가 있겠는가. 나의 이야기는 새로운 도전과 발전을 꿈꾸는 일부 사람들에게 국한된 조언이다.


다시 주제로 돌아오자면, 그림이나 영어 고수의 길이든, 이민에 성공하고 싶든, 대박 난 사장님이 되고 싶든지 간에 성공하려면 성공한 사람들을 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심리 치료 전문가들조차 자신이 추구하는 성품이 있다면 그런 성품을 가진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라고 조언한다.


자, 생각해 보자. 나는 누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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