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글로벌이다"
오픈서베이가 한국 스타트업 신에서 가지는 위치는 조금 특별합니다. 오픈서베이는 2011년에 설립된 한국의 1세대 스타트업입니다. 유명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며 한때 주목받는 스타트업으로 언급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어느 순간 스타트업이 가진 스테레오타입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게 됩니다. 우선 설립 4년 만인 2015년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며 리더십에 변화를 맞이합니다. 이후 MBO (Management Buy-Out, 경영자 인수)를 통해 주주 구조를 개편하였습니다. 2014년 이후로는 외부 자금 조달 없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픈서베이의 진짜 모습은 가장 모범적인 스타트업에 가깝습니다. 회사는 매년 30%대의 성장률을 유지해온 고성장 기업입니다. 또한 사업의 모든 역량은 오로지 고객 우선과 제품 고도화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고객 수, 고객 당 이용 금액, 코호트 지표가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유기적 성장의 교과서적인 모습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CEO의 언론 인터뷰는 드물지만, 10만 명이 구독하는 트렌드 리포트 뉴스레터를 운영하는 등 콘텐츠에 진심인 기업이기도 합니다.
7월 오픈서베이 팀과 처음 만난 이후로 꽤 긴 시간을 두고 회사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CapitalEDGE는 특히 잘 알려지지 않았던 2015년 이후 오픈서베이의 발자취에 주목했습니다. 외부 투자 없이도 국내 단일 버티컬의 디지털 기반 서비스에게는 마의 벽이라고 불리는 매출 100억 원을 훌쩍 넘어 이제는 글로벌 시장을 향하는 오픈서베이의 성장기, 지금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오픈서베이는 기업이 비즈니스 사이클 전반에서 데이터를 활용하여 지표와 조직을 성장시키도록 돕는 일을 합니다. 기업이 소비자나 자사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과 이를 돕기 위한 전문가 인적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대기업과 중견 기업 중심으로 약 2,600여 곳의 누적 고객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진 서비스나 브랜드 중 많은 곳이 오픈서베이의 고객입니다.
오픈서베이가 내세우는 경험관리는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기 위해 기업과 고객의 상호작용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하여 개선해 나가는 활동입니다. 단순히 고객에 대한 이해를 넘어 제품 경험관리, 브랜드 경험관리, 사용자 경험관리 등 다양한 기업 활동에 대한 데이터를 측정하고 분석하는 모든 업무를 통칭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매장 방문 만족도 조사도 이 경험관리 방법 중 하나입니다. 정기적으로 고객의 만족도를 점검하고 지표가 변화한다면 무엇 때문인지, 이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등을 분석하고 경험을 계속 개선해 나가는 활동입니다.
오픈서베이가 제공하는 데이터스페이스에서는 고객에게 보낼 설문을 설계하고, 알림톡/메시지/이메일/QR코드 또는 인앱 메시지를 통해 설문을 보내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분석 기능에서 간단한 결과 분석은 물론이고 원하는 데이터를 기준으로 교차분석하거나 AI가 데이터의 의미를 읽어주는 기능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무언가를 개선하고 또다시 경험을 데이터로 수집해 측정하고 개선하는 일을 반복할 때 그 의미는 더욱 커집니다. 기업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을 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전반적인 ‘데이터 문해력’을 높이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자 목표입니다.
오픈서베이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플랫폼 구독, 전략 리서치(Research on demand), 데이터 판매로 나뉩니다.
플랫폼 구독: 오픈서베이가 제공하는 리서치 & 경험분석 플랫폼인 데이터스페이스를 구독해 자사의 고객이나 사용자 대상으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설문을 만들고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하는 전 과정이 한 제품 내에 통합되어 있고 팀이 함께 활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전략 리서치: 비즈니스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 오픈서베이 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오픈서베이 리서치 전문가가 자체 20만 패널을 대상으로 데이터 수집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방식으로 자료를 가공하여 전달합니다.
데이터 판매: 오픈서베이 내부 전문가가 기획하고 쌓은 데이터를 가공해 판매하는 서비스입니다.
위의 세 가지 방식으로 기업은 ‘소비자 데이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해당 데이터는 데이터스페이스의 결과 분석 플랫폼에서 직접 분석할 수 있고, 전문가에게 별도 보고서를 의뢰할 수도 있습니다. 리서치는 주로 일회성 프로젝트로 진행되며 현재 시점의 시장과 소비자를 파악하여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고, 경험관리는 지속적으로 사용자나 고객의 경험을 측정하고 관리하여 지표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라 구독 모델을 통해 제공합니다.
오픈서베이와의 인연은 맥킨지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일하던 2013년, 프로젝트를 의뢰하며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온라인과 모바일 조사의 특성을 비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사람과 언제 어디서든 함께 밀착한 모바일의 특성을 활용한다면 소비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방식이 훨씬 더 빠르고 유연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한 사람의 사용자로서 오픈서베이 팀에 다양한 의견을 제안했습니다.
시간이 흘러서 주변 지인들로부터 ‘데이터가 그렇게 좋다면 회사로 와서 직접 해보시라’는 제안이 여럿 있었고 고민 끝에 2015년 말 제품을 총괄하는 CPO로 합류하였습니다. 오픈서베이라는 서비스를 좋아했던 팬심을 가지고, 이 브랜드가 지속되고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2016년 초 대표가 되었고 이제 횟수로 9년 차가 되었네요.
대표가 된 이후에는 B2B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내부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술 고도화에 집중했고 그 결과 2018년부터는 매년 30%씩 매출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초기부터 지켜봐 온 오픈서베이는 기술 구현의 역량과 열정을 가진 구성원들이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B2B 시장에 진출하기에는 전문성과 경험 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표가 된 후에는 내외부 도움을 받으며 전문성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우리가 이 비즈니스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기업이라는 걸 인식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리서치에 예산을 많이 배정하는 기업일수록 A to Z 모두 책임지는 기존 리서치 회사의 방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기업 담당자가 데이터를 직접 활용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업무 방식도 함께 바꿔야 했습니다.
첫 번째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부 구성원의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우리가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를 해낼 역량이 있음을 알리는 활동에 집중했습니다.
리서치 업계에 30년 경력의 전문가 합류
자체 기획한 오리지널 데이터를 쌓고 수집하며 고객 세미나를 통해 지속적으로 자사의 역량을 알리는데 집중 (최고 5,000명까지 등록한 대규모 웨비나 주기적 개최)
두 번째는 기술적인 부분으로 시장의 불편함을 혁신하며 기업이 데이터를 보는 방식을 조금씩 바꿔왔습니다.
모바일의 강점이 확실한 데이터 수집 강화 : 모바일 다이어리, 위치 분석, 결제 데이터 수집 등
분석 플랫폼 제공 : 보고서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담당자가 직접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도록 행태를 바꿔옴.
우리 서비스에 연간 1억 원 이상을 지출하는 고객이 점점 늘어가면서 ‘우리가 이 시장에서 루키를 벗어나 한 명의 플레이어로 인정받게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성장하는 회사라면 일하는 방식과 문화가 계속해서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바뀌지 않는 부분은 1) 고객이 비즈니스 성장을 위해 데이터를 더 잘 쓸 수 있도록 진심으로 고민하는 것 2) 그 고민을 기술로 해결하려는 열망인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회사 경영진들이 시스템이 잘 구축된 회사를 10년 이상 다니고 그다음 여정으로 오픈서베이를 선택했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여느 IT 스타트업처럼 변화가 많으면서도 나름의 체계를 빠르게 갖출 수 있었습니다.
B2C의 성공 요인이 '넓이'라면 B2B의 성공 요인은 '깊이'입니다. 이 깊이를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오픈서베이는 깊이를 만드는 것의 가치를 알고 그에 투자할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제품을 ‘누구보다 빨리’ 만드는 데 주목하기보다는,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필요하다고 느끼는 기능을 ‘충분히 깊이 있게’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이라고 불리는 회사들은 혁신적인 서비스나 기술을 통해 시장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오픈서베이는 창업 13년 차지만 그 기준에서라면 여전히 스타트업의 DNA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또한 작년 야심 차게 출시한 데이터스페이스(Dataspace)는 기존 리서치 비즈니스를 구독형 SaaS로 전환하는 완전히 새로운 도전입니다. 단순히 매출 성장이 목적이라면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던 기존 비즈니스에 사람을 늘리는 방식이면 충분했겠지만 저희는 도전을 선택하였습니다.
데이터스페이스의 출시는 기업이 데이터를 자산화하고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을 제안하고,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데이터를 활용하고자 하는 시장 니즈를 기술 기반으로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창업 13년 차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저희는 여전히 데이원 (Day 1) 정신을 갖춘 스타트업에 가깝습니다.
맞습니다. 2019년 저희가 매출 50억 원을 기념하면서 해외로 워크샵을 간 적이 있었어요. CEO를 맡은 후 성장을 이어오다가 잠시 정체기를 겪었었는데, 그 시점에서 경험 있는 인재들을 영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 성장하기 시작한 1 - 2년 후쯤 50억 매출을 달성했고, 이후로는 매년 30%씩 꾸준히 성장해 왔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2016년부터 작년까지 저희는 단 세 가지 주요 지표에 집중했습니다. 첫 번째는 고객사 수, 두 번째는 고객사의 연간 결제 빈도, 세 번째는 결제 금액입니다. 지표를 측정하기 시작한 이후 작년까지는 세 가지 지표 모두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성장을 했었습니다. 초기에는 고객사 수의 증가가 큰 영향을 미쳤고, 이후에는 고객 당 결제 금액의 증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오픈서베이로 사명을 바꾸기 이전 회사와는 '온라인 서베이'란 키워드만 공유할 뿐 제품, 고객, 서비스 방식 등은 모두 달라졌습니다. 사실상 도메인만 남기고 모든 부분에서 피벗을 감행한 셈이죠.
창업 당시 회사의 비전은 '동네 자영업자도 쉽고 간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서베이'였습니다. 롱테일 비즈니스였죠. 하지만 시장에서 설문 조사나 소비자 데이터에 대한 수요가 꾸준한 곳은 조직의 규모와 체계가 어느 정도 갖춰진 곳들입니다. 그래서 기업형 서비스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명확했지만 경험도 부족하고 기업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 축적된 데이터도 없었기 때문에 성장통을 겪던 시기가 2014 - 2015년도였죠.
2016년부터 성공 경험들이 축적되면서 이후부터는 오로지 기업형 서비스를 잘하는 법, B2B 서비스를 성장시키는 법에만 집중해 왔습니다. 그리고 3년 전쯤 소규모 기업을 위한 롱테일 비즈니스를 완전히 정리하면서 5년에 걸친 피벗이 어느 정도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2016년을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당시에도 저희는 '온라인 서베이'라는 명확한 강점을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고객들은 강점만 보고 선택하기에는 리스크가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결국 B2B 고객을 확보하고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집중한다는 건 이런 리스크를 하나씩 없애는 과정이었습니다.
2013 - 2014년만 해도 서베이 데이터 수집에서 디지털화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온라인 서베이에 강점이 있고 모바일 기반으로 빠르게 정보를 수집한다는 건 큰 장점이었죠. 하지만 B2B 고객들이 이야기하는 한계도 명확했습니다.
내가 이 회사의 서비스를 써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해도 문제가 없을까?
결국은 신뢰의 문제였습니다. 고객에게 중요한 것은 단지 빠르고 편리한 것을 넘어 그래서 우리의 서베이 및 통계 데이터를 믿고 써도 되느냐는, 어떻게 보면 가장 기본적인 기대였습니다.
당시에 회사에 대한 평판은 아이디어를 가진 개발자들이 모여 효율적인 제품을 만든 건 알겠는데 정말로 데이터와 리서치를 잘 이해하는 팀인지는 모르겠다는 것이었죠. 이 인식을 어떻게든 바꾸는 것이 B2B 전환의 시작이자 핵심이었습니다.
맞습니다. 그리고 고객들의 지적이 틀린 것도 아니었습니다. 당시 회사에는 합류하기 전 데이터 분석을 전혀 해본 적이 없고 한 번도 리서치를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해 볼 수 있었겠지만 한편으로는 고객들의 고민을 이해하고 그들이 가진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전문가가 거의 없었죠.
첫 번째로는 30년 이상 경험을 보유한 업계 선배들을 모셔왔습니다. 단순히 고객을 대응하는 것을 넘어 이분들이 가진 지식이 조직에 전파되고 궁극적으로 고객서비스에 전문성이 담길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우리 스스로가 데이터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리서치 업무가 고객의 의뢰를 받아 데이터를 전달하는 일이다 보니 실제 데이터 자체를 뜯어볼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구성원 모두가 패널의 특성과 실제 시장 트렌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죠. 고객이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한 답을 제공하려면, 의뢰받은 데이터 전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자체적으로 기획한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여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소비자의 변화 양상을 분석하고, 이러한 인사이트를 외부에 공유하면서 오픈서베이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회사라는 인식을 쌓으려고 노력했고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자부합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조직 전체적으로 데이터를 해석하는 역량과 시각이 강화되었고, 외부에서도 이를 인정받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도 저희는 10년 넘게 꾸준히 이런 방식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며, 2주에 한 번씩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은 전반적으로 오픈서베이가 새로운 기술이나 IT 환경에 대한 이해가 높고 트렌드에 밝을 것이라는 기대를 합니다. 예전에는 빠른 의사결정을 위한 데이터 수집이 필요하거나 까다로운 조건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야 할 때 오픈서베이를 찾았는데, 몇 년 사이 고객들이 의뢰하는 프로젝트의 난이도나 수준이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작년 한 해는 다국가 간의 조사나 미션 기반의 조사 매출이 크게 성장했고 UX 리서치에 대한 수요 역시 늘었습니다.
고객이 가장 만족하는 건 결과 분석 플랫폼입니다. 오픈서베이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고 다양한 형태로 시각화도 가능하며 클릭 몇 번으로 전문가가 데이터를 보는 방식 그대로 분석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AI가 작성하는 보고서 역시 PPT 형태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데 최근 인기가 높습니다.
저희가 코호트 분석을 해보면 양질의 고객이 대거 유입된 시점이 세 번 정도 있었어요.
첫 번째는 놀랍게도 서비스 원년이었고요. 2012 - 2013년에 유입된 고객 중 아직도 저희 서비스를 활발하게 사용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지출 금액이 크지 않았지만 꾸준히 증가해온 사례들도 많고요. 첫 유입 시점 대비 60배 이상 많은 금액을 저희 서비스에 지출하는 고객들도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고객분들 중 업계 1위 기업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어느 섹터든지 1위 기업은 새로운 서비스가 시장에 나오면 먼저 시도해 보면서 남들보다 가치를 빨리 발견하고, 이게 맞는다는 판단이 들면 사용량을 꾸준히 늘리는 패턴을 보인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두 번째로 2017년도에는 해외 테크 기업들의 유입이 많았습니다. 디지털 기반 서비스에 익숙한 해외 테크 기업들의 국내 시장 진입이 증가하며 저희도 수혜를 받았죠.
마지막으로는 팬데믹이었어요. 이때는 소위 말하는 대형 스타트업들의 유입이 많았습니다. 비대면 서비스가 급격히 성장하니 오히려 저희가 제공하는 데이터 분석과 서베이에 투자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이런 고객들의 특징은 처음부터 사용량이 많지 않다는 거예요. 유입된 첫해에는 사용량이 많지 않고 유입된 지 2 - 3년 후부터 지출 금액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저희를 테스트하는 거라고 볼 수 있죠.
작년 12월 구독형 SaaS인 AI 기반 리서치 및 경험 분석 플랫폼 데이터스페이스(Dataspace)를 출시했고, 현재 100여 개 고객사를 두고 있습니다. 3분기 중 ARR (Annual Recurring Revenue) 기준 10억 원 이상의 지표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매출의 상당 부분이 소비자 조사를 포함한 전략 리서치 파트에서 나오고 있고 플랫폼 구독의 비중을 점차 늘려갈 계획입니다. 구독 매출 확대의 핵심인 데이터스페이스는 단순한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설문 폼 서비스가 아니라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 관리하는 전 과정을 한곳에서 진행할 수 있게 돕는 플랫폼입니다. 우리가 스스로를 설문조사 회사가 아니라 데이터를 제공하는 회사로 정의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데이터스페이스는 기존 리서치 방법론이나 전문가의 노하우 등의 ‘전문성’을 제품으로 구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분석 플랫폼은 리서처가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식 그대로 설계해 통계적 지식이 없다고 해도 클릭 몇 번으로 데이터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 전문가 노하우를 학습한 AI가 주관식 응답을 분류하여 인사이트를 전달하기도 합니다.
지난 6월 출시한 가이디드 솔루션은 오픈서베이가 제공하던 전문가의 방법론을 제품화한 것입니다. 기업 내에서 데이터가 자유로우면서도 안전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보안과 협업, 연동 등의 기능을 함께 제공합니다.
올해 하반기부터 데이터스페이스를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픈서베이 기존 고객인 글로벌 회사를 기반으로 진출한다는 1차 목표를 가지고, 영어와 일본어 버전 데이터스페이스를 연내 론칭할 예정입니다.
데이터스페이스는 구독형 SaaS로 인적 서비스 기반의 서비스나 온프레미스 프로덕트와 다르게 복잡한 인프라 구축 없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리서치 방법론과 통계는 전 세계 공통 언어이기도 해서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합니다.
사실 일본과 미국에는 이미 저희 고객들이 있습니다. 기존 비즈니스에서는 다국적 기업들이 데이터 사용 문화를 잘 갖추고 있기 때문에, 한국 지사에서 저희 서비스를 사용하면 다른 팀으로도 내부 레퍼런스를 통해 퍼지곤 합니다.
저희는 전 세계에서 응답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한국 담당자가 미국 담당자에게 저희를 소개하는 식으로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많은 고객이 있는 지역이 일본과 미국입니다.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는 저희가 가설로 세운 것들이 있는데, 두 가지 접근 방식을 동시에 고려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큰 기업에서 시작해 확장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작은 기업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톱다운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예를 들어 실무진에서 툴을 찾고 이를 승인받으면 갑자기 한 팀 전체가 새로운 툴을 사용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죠.
미국의 경우, 데이터 분석과 관련된 개개인들이 새로운 툴을 먼저 소규모로 시도해 본 후, 팀 내에서 확산시키고, 일정 규모에 이르면 엔터프라이즈 차원에서 결제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개인 사용자들이 먼저 무료 또는 낮은 요금제를 사용해 보고, 그 후에 점차적으로 위로 확장해나가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하이브리드 모델을 적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AI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소비자 리서치 업계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AI의 활용을 연구/제공해 왔습니다.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에서는 AI를 설문 설계나 분석에 기능화하고, 리서치를 담당하는 실무자는 업무 효율을 위해 FGD(Focus Group Discussion)의 프롬프트 작성을 맡기거나 데이터 처리를 AI에게 맡기기도 합니다.
오픈서베이 역시 AI 기술을 통해 데이터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기업에서 그에 준하는 역량을 얻어 데이터의 활용을 확대하도록 돕고자 합니다. 그중에서도 많은 고객들이 어려움을 겪는 ‘분석’ 파트에 AI 기술을 먼저 도입했습니다. 리서치 방법론과 통계 지식을 학습한 AI가 데이터에서 살펴봐야 하는 부분을 찾아주거나 자연어로 읽어주며 보고서 역시 작성해 줍니다.
최근에 시작한 ‘텍스트 분석’ 기능은 방대한 양의 주관식 응답을 하나하나 분류하거나 읽어볼 필요 없이, 감정이나 주제를 빠르게 분류하여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기능으로 실시간 번역 역시 가능합니다. 사람의 노하우와 시간이 동시에 필요했던 비효율을 AI를 통해 개선할 수 있습니다.
별개로 AI 기술이 상용화되며 기업이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쌓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계속해서 중요해질 거라 생각합니다. 어떤 데이터를 학습하는지에 따라 기업이 AI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의 수준이 크게 차이가 날 것이며 설문조사처럼 출처가 분명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할 것이라 봅니다.
제가 오픈서베이를 맡았을 때 가졌던 생각은, 30년 뒤에도 이 브랜드와 서비스가 시장에서 계속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어요. 컨설팅 일을 시작할 때는 큰 회사들이 몇십 년씩 운영된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지 깨닫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연속성이 정말 중요한 가치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가장 어려운 것은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픈서베이도 마찬가지로 30년 후에도 시장에서 생명력을 유지하려면 성장을 계속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향후 2 - 3년 동안의 목표는 매우 명확합니다. 우선은 사스(SaaS)형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데 집중하고자 합니다. 이 전환은 단순히 우리의 변화뿐만 아니라 고객들도 함께 변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도전입니다.
만약 이 과정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미리 알았더라면 시작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이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이 완전히 바뀌면서, 우리 내부의 일하는 방식과 고객과의 관계 맺는 방식까지 모두 변화해야 한다는 점이 큰 과제입니다.
이번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회사는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2년 후를 생각해 보면, 저희는 기존 고객들과 새로운 고객들이 모두 우리의 새로운 플랫폼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플랫폼을 통해 고객이 필요할 때 전문적인 서비스를 구매하여 사용할 수 있는 유연한 지원 모델을 갖추고 싶습니다. 목표는 SaaS의 연간 반복 매출(ARR)을 현재의 몇 배로 성장시키고, 한국 이외의 글로벌 시장에서 유의미한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가 향후 2년간의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1️⃣ "B2C의 성공 요인이 '넓이'라면 B2B의 성공 요인은 '깊이'입니다. 이 깊이를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2️⃣ "B2B 고객을 확보하고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집중한다는 건 고객이 우리에게서 느끼는 리스크를 하나씩 없애는 과정이었습니다."
3️⃣ "현재 이용량 상위를 차지하는 고객들의 특징은 처음부터 이용 금액이 많지 않았다는 거예요. 오히려 유입된 지 2 - 3년 후부터 지출 금액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저희를 지켜보며 테스트를 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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