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말 대비 기업가치 25% 상승한 1조 2,500억 달러 기업가
전 세계에서 중국의 바이트댄스(틱톡)와 알리페이에 이어 3번째로 높은 기업가치를 기록중인 벤처 기업 스페이스X가 지난 6월 14일 약 2조 원 ($1.7Bn)의 자금조달에 성공하였습니다. 금번 라운드는 지난 2020년 8월 진행한 약 $1.9Bn 규모의 펀딩라운드에 이어 두번째로 큰 규모입니다. 본 자금조달을 통해 스페이스X는 회사의 기업가치를 $125Bn까지 밀어올리며 미국에서는 최초로 그리고 유일하게 기업가치 1조 달러를 달성한 비상장 벤처 기업에 등극하였습니다.
2019년 일론머스크는 인터뷰를 통해 스페이스X가 대규모 자금 조달을 이어가는 이유 중 하나로 '파국 위험성 (Catastrophic risk)'를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우주 개발 기업의 특성 상 단 한번의 사고로도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에, 한 단계씩 마일스톤을 달성해나갈 때 마다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본 펀딩라운드 또한 역사상 가장 강력한 120m 규모의 엔진을 장착한 우주선 '스타쉽'과 우주로켓 '슈퍼 헤비'의 궤도 시행비행을 앞두고 이뤄졌습니다.
스페이스X가 단순히 일론머스크의 회사이기 때문에, 또는 민간우주개발의 선발 주자이기 때문에 유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스페이스X의 경쟁력은 어떤 후발 주자도 따라갈 수 없는 독보적인 비용 효율성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로켓 재사용' 기술을 활용하여 매년 로켓 발사 횟수를 30 - 40%씩 늘려가고있는 검증된 실적이 있습니다.
스페이스X는 이미 2021년 31회의 우주선 발사에 성공하였으며 올해는 총 41회 발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거의 일주일에 1대 씩 로켓을 쏘고 있는 것입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중 90%가 재사용로켓이라는 점입니다. 로켓재사용 기술이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란 머스크의 도박이 이제는 회사의 핵심경쟁력으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입니다. 재사용 기술 없이는 스페이스X의 경제성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스페이스X 또한 펀드레이징을 할 때마다 피치덱을 작성하여 잠재투자자에게 배포합니다. 최근 펀드레이징 라운드에서 스페이스X는 자신들의 경쟁력을 다음과 같이 8가지 항목으로 강조하였습니다.
#1. Commercial Launch Provider
Proven Launch Reliability
World's Only Reusable Launch System Drives Lowest Cost to Delivery
Significant Multi-Year Contracted Backlog
Top Tier and Diversified Customer Base
Vertically Integrated Business
Established Infrastructure that Scales
World-Class Management & Engineering Team
사실 스페이스X는 투자 하이라이트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전 세계에서 유일한 인공위성 발사 전용 인프라 기업으로 진화해가고 있습니다. 물론 자체 초고속 인터넷망을 운영하기 위한 스타링크도 꾸준히 궤도에 올리고 있지만, 스페이스X는 연간 30회 이상에 달하는 로켓 발사 서비스를 통해 인공위성 활용이 필요한 전세계 국가기관과 기업들이 궤도위성을 운영하도록 경제성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내에서도 한컴그룹이 지난 26일 스페이스X의 팔콘9을 통해 '세종1호'를 궤도에 올렸으며, KT의 자회사 KT SAT또한 2024 - 25년 스페이스데이터 인공위성에 스페이스를 사용할 계획입니다. 실제로 스페이스X가 우주 개발의 비용을 낮춰 신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자동차 대중화를 이끈 헨리포드의 T1에 버금가는 혁신으로 기록될지도 모릅니다.
[Bloter] 누리호도 있는데…KT SAT·한컴은 왜 스페이스X를 찾았을까
일런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창업한 해가 2002년이니 회사의 역사 또한 이미 20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100조 원의 회사가 하루아침에 탄생한 건 아니죠. 특히 머스크는 앞으로도 당분간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에 관심이 없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만기를 계속 연장할 수 있는 벤처펀드는 둘째 치더라도 이미 10조원을 넘게 투자받은 비상장 벤처기업이 어떻게 IPO라는 이벤트 없이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스톡옵션으로 6천명이 넘는 임직원을 보상할 수 있을까요?
그 비결은 스페이스X가 직접 운영하는 'Internal Stock Market'에 있습니다. 회사는 주식을 팔기 원하는 직원과 주식을 편입하기 원하는 기존투자자를 매칭하는 구주 거래를 외부 브로커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시스템을 통해 주기적으로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이미 주주명부에 등재된 기존 투자자들이 해당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며, 회사가 정한 가격 - 보통 가장 최근 펀딩라운드 밸류에이션 - 에 거래를 진행합니다. 이를 통해 회사는 누가 주주명부에 등재되고 누가 주식을 얼만큼 파는지 100% 컨트롤할 수 있는 이점도 누립니다.
물론 이런 시스템을 아무 비상장사나 운영할 수 있는건 아닙니다. 스페이스X는 1) 매년 계단식으로 기업가치를 올려 펀드레이징을 진행하기 때문에 공정가격에 대한 이견이 없고 2) 미국의 비상장주식 거래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인기를 가진 주식이기 때문에 여전히 주식을 사려고 하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스페이스X와 유사한 기업가치를 기록하고있는 핀테크 다크호스 '스트라이프'조차도 최근 시장 조정 이후 기업 가치 조정이 있었지만 스페이스X 만큼은 여전히 흔들림없는 인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러 정황에 비추어볼 때 당분간 스페이스X나 자회사인 스타링크의 IPO 소식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펀드레이징 소식은 꾸준히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운영 중인 '팔콘9' 대비 9배의 용량을 자랑하는 '슈퍼헤비' 발사가 계획대로 순조롭게 이어진다면 스페이스X는 다시 올해 안에 200조 원 기업가치로 펀딩을 진행할 가능성도 보입니다. 기업이 가장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은 가장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이란 점을 직접 증명하고 있는 스페이스X의 다음 행보가 기대됩니다.
본 글은 글로벌 스타트업 & 벤처투자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주간 뉴스레터 CapitalEDGE에서 지난 6월 4주 차에 발간된 WeeklyEDGE 포스팅입니다. 전세계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투자'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관점이 궁금하다면, 아래 구독을 통해 더 많은 소식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