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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pitalEDGE Aug 26. 2022

위워크 창업자, a16z를 타고 귀환

실패한 CEO로 전락했던 아담 뉴먼, 대규모 펀딩과 함께 컴백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창업자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줬다는 점에서 투자자인 안데르센호로위츠에 대한 비난도 거세지는 중



지난 주, 실리콘밸리 대형 벤처캐피탈인 안데르센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a16z)가 위워크 창업자 아담뉴먼의 새로운 스타트업 Flow - 거주용 부동산 공유 서비스 - 에 4,500억 원($350Mn)의 뭉칫돈을 투자했다는 소식으로 전 세계 스타트업 관련 미디어와 트위터가 뜨거웠습니다.


Investing in Flow - by Marc Andreessen


아담 뉴먼의 컴백을 비판하는 트윗

한국에는 아담뉴먼의 재기 정도로 언급되었지만 전 세계 창업생태계에서는 사실 역린을 건드린 것처럼 비난 여론이 들끓었죠. 


아무리 실패를 용인하고 재도전에 관대한 실리콘밸리라도 아담 뉴먼의 과거, 특히 그의 기행과 무책임한 회사 경영, 회사의 존립 위기에서 직원들의 스톡옵션이 휴지조각이 되건말건 자신은 차등의결권을 무기로 소프트뱅크를 상대로 1조 원의 성과패키지를 챙긴 점 등은 더 이상 '실패'와 '재기'로 포장되어서는 안되는 행태로 평가받았습니다. 


특히, 최근 공개된 애플 오리지널 시리즈 WeCrashed는 아담의 리더쉽 아래에서 당시 위워크가 얼마나 말도 안되는 일들을 행했었는지 낱낱이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그 당사자가 자숙은 커녕 금의환향을 한 셈이니 많은 이들의 분노하고 있는 것이죠.



수많은 미디어가 아담뉴먼과 그의 실체가 불분명한 스타트업 Flow에 집중하고 있지만, 본 뉴스레터에서는 관점을 돌려 투자자인 안데르센호로위츠의 이야기를 한 번 해 보고자 합니다. "왜 안데르센호로위츠는 욕 먹을 걸 알면서도 이런 투자를 했을까?"에 대한 답을 또다른 시각으로 찾아보고자 합니다. 


안데르센호로위츠는 누구?


안데르센호로위츠는 1994년 넷스케이프 브라우저를 창업한 마크 안데르센과 당시 함께 임원으로 일했던 벤 호로위츠가 2009년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설립한 벤처캐피탈입니다. 영문으로는 Andreessen Horowitz 표기가 되는데 처음 'a'와 마지막 'z', 그리고 그 중간이 16개의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점에 착안하여 줄여서 a16z로 불립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탑티어 벤처캐피탈로 분류되지만, 사실 마크 안데르센은 2011년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Software is eating the world'란 칼럼으로 가장 유명합니다. 지난 10년간 펼쳐진 디지털 전환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문과 같은 글이죠. 또한, 벤 호로위츠는 경영서적 '하드씽 (원저: 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으로 대중에게 많이 알려집니다. 책을 읽어보면 정말 창업이 극도로 어렵고 힘든 일이란 걸 구구절절이 보여주는 명저이죠. 


투자 성과와는 별개로 두 수장이 칼럼과 저서로 전세계적 인지도를 얻다 보니 실리콘밸리에서도 a16z는 혁신적이고 선구적인 인사이트를 가진 하우스란 이미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a16z는 벤처캐피탈도 하나의 미디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Future'라는 미디어 플랫폼을 직접 운영하고 있을 정도죠. 보통 벤처캐피탈이 가장 성공적인 투자 사례로 기억되지만 a16z는 '그 자체로' 유명한 대표적인 하우스입니다. 



벤처캐피탈을 혁신하라!


a16z는 실리콘밸리에서 전통적으로 받아들여지던 벤처캐피탈의 플레이북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처음부터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벤처캐피탈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몇몇 나이많은 파트너들이 소수정예의 도제식으로 후계자를 키우고 3 - 4년에 펀드를 하나씩 만들어 1년에 10개 내외의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전통적인 실리콘밸리 '샌드힐로드(Sand Hill Road)'의 방식이었다면 a16z는 스타트업의 고속 성장 방정식을 벤처캐피탈에 도입합니다.


� 벤처캐피탈을 연애기획사로

전통적인 벤처캐피탈이 조언자의 입장에서 자본을 재공하고 경험을 전수하는 '서포터'의 모델이었다면 a16z는 스타트업의 성장에 필요한 리소스를 직접 지원하는, 한 마디로 모든 자원을 동원하여 슈퍼스타를 키워내는 연애기획사의 모델을 벤처캐피탈에 도입합니다. 그 결과 a16z에는 투자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포트폴리오 기업의 채용, 사업 개발, HR, 홍보를 전담하는 인력이 대거 포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직원 규모가 500명에 육박할 정도로 조직이 커졌다는 점에서 벤처캐피탈보다는 중견 금융사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a16z에는 포트폴리오 기업의 채용만 전담하는 인력이 무려 28명 포진


� 섹터 - 멀티 펀드 도입 

파트너쉽 기반 VC들이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기 위해 원펀드를 운영하는 것과 달리, a16z는 한 하우스 내에서 다양한 팀을 두고 여러 테마의 펀드를 운용합니다. 대표적으로 2014년부터 실리콘밸리 탑티어 VC 중 유일하게 바이오 전문 펀드를 조성하고 있으며, 2017년 론칭한 크립토 펀드는 팬데믹 이후 소위 대박이 나면서 최근 6조 원에 육박하는 '크립토 4호' 펀드를 결성하기에 이릅니다. 오히려 '일반회사 - 팀 - 멀티 펀드' 형태로 운영되는 대부분의 국내 VC들과 가장 유사한 구조의 회사가 바로 a16z 입니다. 


가장 최근에 출범한 $600Mn 규모 게임투자 전용펀드


Go Big or Go Home

펀드를 운용하다보면 전문성에 집중할 것인지 아니면 규모를 확장할 것인지, 하우스의 전략을 잘 실행하기 위한 최적의 펀드 규모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전략의 날이 서있어야지만 출자자로부터 선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a16z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규모 그 자체에서 나오는 경쟁력을 무기로 삼았습니다. 규모에서 오는 초격차가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벤처투자의 원천으로 작용하는 모양새입니다. 시리즈A에 단독으로 4,500억 원을 투자하는 것도 그 규모에서 나오는 경쟁력의 방증입니다.


2022년 누적운용자산 40조를 넘기며 30년 역사의 세콰이어를 맹추격하는 모습


a16z 베팅의 핵심 - 나만 할 수 있는 딜


a16z이 아담뉴먼의 새로운 스타트업 Flow 투자에 대해 많은 해석들이 나옵니다. 아담이 가진 연쇄창업자로서의 역량을 높이 산 것이란 해석, 투자 이유에서 밝혔듯이 미국 거주용 부동산 시장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관점, 부동산 확보에 자금의 대부분이 투자되기 때문에 안정성을 택한 딜이라는 점 등등.


하지만 논란의 CEO가 이끄는 베일에 가린 스타트업에 4,500억 원을 투자하는 결정에 대한 근본적인 논리는 바로 a16z가 써내려가는 자신만의 플레이북에 이미 나와 있습니다. a16z는 대체운용사가 넘사벽의 경쟁력을 갖추는 건 높은 수익률이 아니라 바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딜을 성공시킬 때라는 점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습니다.


안되면 우리가 직접 스타트업을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이를 뒷받침하는 방대한 리소스

CEO의 평판에 대해서도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이를 '계산된 리스크'로 보고 베팅하는 과감성

시리즈A에 단독으로 4,500억 원 투자를 집행할 수 있는 자금력


어차피 투자 성과는 5년 이후에나 판가름날 것이기 때문에 알 수 없는 영역입니다. 게다가 올해 설정한 초기 및 그로쓰 펀드 규모만 10조 원에 육박합니다. 하나의 투자 건에 수천억 원의 자금을 집행한다는 건 오히려 펀드 소진 측면에서 환호할 일일지도 모릅니다. 또한, 현재 a16z의 규모를 고려할 때 Flow 투자 건의 성공 여부가 회사의 존립에 영향을 미칠 수준도 아닙니다. 게다가 LP들은 출자 펀드를 선정할 때 독창적인 투자 접근 전략을 선호합니다. 수익을 잘 내는 펀드는 여럿 있지만 유일무이의 전략과 포지셔닝을 갖춘 펀드는 훨씬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럼 아담 뉴먼에게 대규모 자금을 투자함에 따른 생기는 평판 하락과 대중의 질타는 어떠할까요? 씁슬하지만 a16z, 특히 본 딜을 리드한 마크는 크게 개의치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첫째, 펀드 비즈니스는 자금을 제공하는 출자자가 계속 밀어주고, 자금을 집행해야 하는 대상인 스타트업, 그 중에서도 최고의 팀들이 자신들의 자금을 우선해서 받아준다면 무한한 선순환을 타게 됩니다. a16z 입장에서 대중의 평판을 심정적으로 신경쓸수는 있겠지만 냉정히 본다면 자신들의 본질인 벤처캐피탈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아닌 것이죠. 


둘째, 마크 안데르센은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비판을 가하는 사람들을 바로바로 트위터에서 차단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일전에 트위터 창업자인 잭도시가 Web3를 비판하니 잭도시까지 차단한 건 유명한 일화죠. 비서를 시킨다거나 자동봇을 걸었다거나 여러 의견들이 있지만 어떤 메커니즘이건 비판 의견을 듣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은 명확히 하고 있는 셈이죠 � 








마크 안데르센과 같은 사람은 모두가 안된다고 할 때마다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며 여기까지 온 창업가이자 투자자입니다. 1994년 넷스케이프를  창업했을때도, 2009년 새로운 벤처캐피탈 모델을 도입했을때도, 2017년 크립토 전용 펀드를 출범시켰을때도 사람들은 의아해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이번 Flow 투자는 실리콘밸리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 것 같지만 마크는 또다른 미래에 대한 베팅이라고 주장합니다. 과연 마크의 베팅이 어떤 미래를 가져올 지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본 글은 글로벌 스타트업 & 벤처투자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주간 뉴스레터 CapitalEDGE에서 8월 4주 차에 발간된 WeeklyEDGE 중 '트렌드 뉴스'와 관련한 섹션입니다. 전세계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투자'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관점이 궁금하다면, 아래 구독을 통해 더 많은 소식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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