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조스가 아마존의 미래 먹거리에 집중하자 M&A 시장의 큰손으로 등극
지난 주 금요일, 아마존이 피파 게임으로 유명한 Electronic Arts (EA) 인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EA의 주가는 곧바로 14% 상승하며 반응하였습니다. 아마존은 즉각 부인하는 공시를 냈지만 해프닝으로 끝날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블리자드 인수처럼 빅테크 기업이 메타버스 선점을 위해 비디오게임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볼 때, 아직 게임에서 이렇다할 두각을 발휘하지 못한 아마존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월가를 중심으로 파다합니다.
아마존은 올해 3월 미국의 대표 영화사 MGM스튜디오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7월에는 24시간 원격진료 전문기업 원메디컬을 5조 원 전액 현금을 주고 인수하였으며, 불과 3주 전에도 로봇청소기 '룸바'로 유명한 아이로봇을 2.5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아마존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과 달리 M&A에 그닥 관심이 없는 빅테크 기업으로 분류되어 왔습니다. 리테일과 AWS라는 워낙 강력한 플랫폼을 보유한 탓에 이를 활용한 자체 신사업만으로도 충분히 성장 동력을 만들어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확실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특히 작년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가 CEO를 사임하고 이사회 의장만 맡으면서 신사업과 M&A에 집중하기로 한 이후 나타난 변화라 더욱 고무적이란 평가입니다.
M&A 영역도 자율주행이나 로봇과 같은 미래 기술에만 국한되지않고 컨텐츠, 헬스케어 및 리테일에 전방위로 펼쳐져있다는 점이 관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항상 반독점 규제의 타겟이 되어왔던 자체 PB 상품 판매를 줄이고 프리미엄 제품 제조사를 직접 인수한 일련의 움직임에서 아마존이 북미 전자상거래 사업에서 여러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존의 가장 큰 고민은 정체되고 있는 성장성입니다. 팬데믹 이전에도 연간 최소 20% 이상 성장하던 아마존이었지만 지난 4분기부터 성장률이 한 자리수로 떨어진 상황입니다.
팬데믹 기간동안 크게 성장했던 전자상거래 부문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그동안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견인하던 AWS의 성장성까지 둔화되기 시작한 건 우려스러운 부분입니다.
애플이 하드웨어 장악력을 바탕으로 핀테크(Apple Pay)와 컨텐츠(Apple Original)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지만 오히려 애플보다 먼저 출시된 Amazon Pay와 Prime Video가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입니다.
이는 2019년 이후 아마존과 애플의 주가 변화에서도 확연히 드러납니다. 시가총액을 비교할 경우 아마존은 2019년 초 대비 기업가치 1.8배 상승한 수준이지만 애플은 무려 3.5배 기업가치가 상승하였습니다. 두 빅테크 기업의 고객 장악력이 갈수록 벌어지는 양상입니다.
아마존은 기업가치가 전반적으로 내려온 올해가 M&A를 공격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당분간은 수십조 원의 빅딜을 포함 공격적인 M&A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마존의 현금 보유량은 반기 말 기준 50조 원에 육박합니다. 또한 적극적으로 채권 발행에 나설 경우 수십조 원은 추가로 조달할 수 있는 재무 여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는 체력은 비축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미국 FTC가 빅테크 기업의 반독점 규제를 벼르고 있기 때문에 난관도 예상됩니다. 당장 페이스북의 5천억 원대 M&A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에 미국 로봇청소기 시장점유율 75%를 차지하고있는 아이로봇 인수가 규제 당국의 승인을 통과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입니다.
아마존이 M&A에 소극적이었지만 할 때는 과감한 베팅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역량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2009년 Zappos 인수, 2014년 트위치 인수, 2017년 홀푸드 인수는 모두 지금 아마존의 초석을 다진 신의 한수로 평가받습니다. 다음 10년을 준비하는 베조스가 올해 M&A를 통해 어떤 먹거리를 추가로 사들일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본 글은 글로벌 스타트업 & 벤처투자 & 테크기업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주간 뉴스레터 CapitalEDGE의 8월 5주 차 WeeklyEDGE에 기재된 내용입니다. 전세계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투자'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다양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래 구독을 통해 더 많은 소식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