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List Confidential 2022 참관기
지난 11월 15 - 16일 양일 간 실리콘밸리 최대 스타트업 서비스 커뮤니티 AngelList가 개최한 온라인 컨퍼런스 AngelList Confidential 2022가 진행되었습니다. AngelList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을 초청하여 진행된 이번 행사는 1,300명 이상의 커뮤니티 멤버가 동시에 참관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The Next 10 Years'라는 부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는 OpenAI의 수장 샘 알트먼의 'The Ris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서부터 Ramp의 창업자 에릭 글리먼의 'How to be a Second Mover', 그리고 창업자 출신 벤처캐피탈리스트 4명이 들려주는 'The Rise of Founder VC'등 흥미로운 세션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철학자로 통하는 나발 라비칸트가 2010년 설립한 AngelList는 라비칸트가 지인 25명과 함께 자금을 모아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시작한 엔젤클럽이 그 시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투자를 위한 SPV 설립 대행에서부터 이를 간소화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였으며, 2013년 SEC의 승인을 취득한 후 회원들과 GP,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엔젤투자 플랫폼으로 전환하였고, 지금은 '창업가(Founder)와 투자자(Funder)를 위한 모든 서비스'를 기치로 내걸고 5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전 세계 최대 스타트업 투자 인프라 솔루션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AngelList가 공개한 스타트업 투자의 미래,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의 현황과 통계, 그리고 최근 주목받는 새로운 스타트업 및 벤처 투자의 흐름을 알아볼 수 있는 흥미로웠던 세션 내용 몇 가지를 골라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AngelList의 CEO 에이블록 콜리가 진행한 키노트 스피치에서는 지난 10년 간 AngelList의 성과, 그리고 앞으로 AngelList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소개가 있었습니다.
'Democritizing Venture Capital', 즉 벤처 투자의 민주화를 기치에 내걸고 누구나 쉽게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를 표방한 AngelList는 2021년 말 기준 누적 13조 원의 벤처 자산을 관리하고 있으며, 11,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집행했고 이 중 190개 기업은 유니콘에 등극한 바 있습니다. 또한 투자자들에게 분배한 자산의 규모 또한 누적 기준 1.6조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SPV(Special Purpose Vehicle) 형태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Syndicate 서비스로 시작한 AngelList는 현재 일반 벤처펀드의 펀드관리 서비스는 물론, 구독형 벤처펀드인 Rolling Fund까지 운영하며 누구나 쉽게 GP로서 벤처 투자를 시작할 수 있는 독창적인 시스템과 서비스를 갖춰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2012년 AngelList Talent를 시작으로 스타트업 관련 서비스 사업에도 진출한 AngelList는 2021년 스타트업의 설립과 투자 유치를 위한 백오피스 서비스를 출시하며 원클릭으로 전 세계 어디에서나 미국 법인설립 및 계좌개설이 가능한 Incorporation, 엔젤투자자를 하나의 투자기구로 모아주는 Roll-up Vehicle, 그리고 Carta가 개척한 '스타트업 주주명부 관리'까지 넘보며 그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2021년 AngelList의 새로운 CEO로 부임한 바 있는 콜리는 대대적인 리브랜딩 작업을 전개하며 앞으로의 서비스를 1) 스타트업을 위한 'Build', 2) 펀드의 GP를 위한 'Lead', 그리고 3) 펀드의 LP를 위한 'Invest' 세 분야로 나눠 실리콘밸리 벤처생태계에 필요한 독점적인 인프라 서비스를 구축해나가겠다는 전략입니다.
AngelList가 플랫폼으로서 가지는 가장 큰 강점은 전 세계 어떤 기업보다도 방대한 초기 스타트업 투자 관련 실제 거래 통계를 축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AngelList는 실리콘밸리 주요 벤처캐피탈이 투자자로 참여하는 거래의 57%가 어떤 형태로든 플랫폼을 거쳐갈 정도로 광범위하게 이용되는 점을 십분 활용하여 매 분기 객관적인 벤처 투자 통계를 발표하는 등 스타트업 생태계의 정보 비대칭 해소에도 크게 기여를 하고있습니다.
AngelList가 개발한 '스타트업 투자 맵'은 1년 사이 벤처 투자를 둘러싼 환경이 극명하게 변화되었음을 지표로 보여줍니다. 플랫폼을 통한 투자 건 중 '펀딩 완료', '회수', '밸류 상승' 등 스타트업에 우호적인 이벤트의 비중은 2021년 10월 85%에서 22년 10월 63%까지 급감하였으며, 플랫폼에 등록된 스타트업 중 펀딩에 성공한 비율 또한 1년 만에 11.3%에서 7.4%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밸류에이션의 경우 아직까지 완만한 하향 추세를 보이며 있으며, 생각보다 큰 폭의 기업가치 조정은 관측되지 않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시리즈A는 여전히 평균 $80Mn 이상 기업가치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시드는 $20 - 25Mn, 프리시드는 $10Mn 전후에서 Pre-money 기업가치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Data Driven Investing Strategies 세션에서 발표를 진행한 Ensemble VC의 콜린 웨스트는 이를 '투자자와 창업자 간 역학 관계'가 다시 '건강한 혁신 경제 (Healthy Innovation Economy)'의 구간으로 회귀하고 있는 초기 단계라고 해석합니다.
닷컴 버블 직후 2001년에서 2005년 사이 1차 혁신기에 페이스북, 링크드인, 스카이프, 로블록스, 테슬라와 같은 기업들이 탄생하였고, 금융 위기 직후 2차 혁신기에는 에어비앤비, 우버, 줌, 슬랙, 핀터레스트 등의 유니콘 기업이 설립된 바 있습니다. 버블이 사라지고 돈이 희소한 자원이 될 때 비로서 벤처 기업의 혁신이 가능하다는 이론입니다.
콜린은 지난 2년의 팬데믹 기간동안 넘치는 유동성이 벤처 시장에 유입되며 실질 가치와 무관하게 닷컴버블 수준의 기업가치 상승이 이어진 반면, 시장이 침체기에 진입한 2022년이야 말로 버블이 사라지고 투자자와 창업자 간 건강한 긴장관계가 형성되는 3차 혁신기의 시작이라는 관점을 공유하였습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생성AI' 또는 '초거대AI'의 핵심인 GPT-3, DALL-E 등 AI 모델을 개발하는 OpenAI의 수장 샘 알트만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와이콤비네이터 CEO를 맡아 YC 기업의 성장 단계에 투자하는 Continuity Fund 설정, 배치 참가기업 규모 확장, 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Y Combinator Research Lab 개설 등 YC의 고속 성장을 이끈 기업가이자 창업가입니다.
OpenAI의 외연 확대와 비즈니스 개발을 위해 영입된 샘 알트먼의 세션 중 흥미로웠던 부분은 지금 AI를 주목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로 '학습의 속도'를 꼽고 있다는 점입니다.
“Imagine all the scientific progress since the beginning of the Enlightement until now, we had in a one year period...It’s chaotic...But we can cure all disease, we can travel to the stars, we have unlimited power. Who knows? That's something that I think is under-hyped about AI."
AI 모델의 효용성과 방향성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아직까지 AI 기술 발전의 파괴력을 과소평가하고있다고 이야기하는 샘 알트만은 AI의 발전에 따른 일자리의 변화와 생산성 향상도 중요하지만, 인류 번영의 관점에서 AI와 공생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이고 거시적인 담론에 대한 논의도 필요한 단계라고 주장하였습니다.
AI 대중화에 따른 능력의 평준화 - AI의 발달은 자본주의 빈부격차의 핵심인 정보 비대칭, 기술 격차 및 학습 능력의 차이를 완화하면서 새로운 부의 재분배에 대한 논의를 촉발할 것임
AI 기술에 대한 접근성 - AI 모델에 대한 접근성이 또다른 차별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이를 세계가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공학적 논의가 필요
AI 기술 사용에 대한 거버넌스 - 누가 어떤 AI 시스템을 어떤 제약 조건 하에서 사용할 것인지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인류에게 이익을 주는 AI를 모토로 2015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 스페이스X), 샘 알트먼 (Y Combinator), 그렉 브록만 (스트라이프 CTO) 등이 1.3조 원을 출연하여 설립한 인공지능 연구소 OpenAI는 구글의 DeepMind에 대항하는 오픈형 AI 모델 개발 뿐 아니라 이를 올바르게 활용하는 사회공학적 거버넌스 연구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무려 26조 원 ($20Bn) 기업가치로 1.3조 원($1.5Bn)을 투자하며 AI 엔진 개발 분야에서 구글과 경쟁하기 위해 OpenAI와 손을 잡기도 하였습니다.
2020년 출시한 자연언어회귀모델 기반 '글쓰는 AI 서비스' GPT-3는 Jasper AI, Copy.AI, Writesonic 등 다양한 AI 어플리케이션 스타트업이 사용하며 유명해졌고, 조만간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 네 번째 버전 GPT-4는 튜링테스트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간 실리콘밸리 엔젤 투자 활성화의 숨은 1등 공신을 꼽으라면 단연 AngelList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Accredited Investor라면 누구나 천 불 단위로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벤처투자에 대한 접근성을 대중화하였고, 매력적인 투자기회만 있다면 누구나 Syndicate과 Rolling 펀드를 통해 VC가 될 수 있도록 벤처캐피탈 GP를 대중화하였으며, 마지막으로 Access Fund, DemoDay Fund, Quant Fund 등을 직접 운영하며 스타트업 투자에도 나서는 등 LP 참여 기회도 대중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Product Hunt, Republic, CoinList와 같은 서비스를 키워 분사하면서 스타트업 커뮤니티의 외연 확장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벤처투자의 겨울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이틀간의 행사를 통해 느껴졌던 분위기는 앞으로의 10년에 대한 기대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스타트업 뿐 아니라 벤처캐피탈 산업 그 자체의 혁신을 이끌어 온 AngelList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되게 만든 행사였습니다.
세션 영상은 아래 유튜브 링크를 통해 모두 시청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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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글로벌 스타트업 & 벤처투자 & 테크기업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주간 뉴스레터 CapitalEDGE의 11월 3주 차 WeeklyEDGE에 기재된 내용입니다. 전세계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투자'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다양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래 구독을 통해 더 많은 소식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