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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pitalEDGE Nov 21. 2023

오픈AI 이사회는 왜 그랬을까?

지배구조로 보면 단순하게 읽히는 오픈AI 사태

오픈AI, 결국 해체의 길로 가나


지난 주 금요일 전세계 테크 업계에 핵폭탄 급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바로 현존하는 가장 주목받는 회사 오픈AI의 CEO이자 공동창업자로 알려진 샘 알트먼이 이사회에 의해 해임되었다는 소식입니다. 미국 시간으로 저녁까지 실시간으로 전해지던 '왕좌의 게임'같은 이번 사태는 결국 샘 알트만의 복귀가 좌절되고 회사는 더 큰 소용돌이로 빠지는 모양새입니다.

OpenAI 이사회 구성


그동안 전개된 일에 대해서는 이미 국내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그 내용이 상세히 소개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사태를 잘 정리한 콘텐츠 또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OpenAI 쿠데타? 주말 동안 펼쳐진 시빌 워 - jasonlee (inblog.ai)

How ChatGPT Fractured OpenAI - The Atlantic


근본적인 사태의 원인은 어느정도 밝혀진 것 같습니다. 챗GPT의 상업적 성공 이후 오픈AI의 급격한 성장을 이끌었던 샘 알트만과 그렉 브록만, 그리고 '인류의 발전을 위한 범용인공지능(AGI)'이란 미션을 최우선으로 여기던 일리야 서스케버 중심의 인공지능 둠스데이 연구자들이 결국 내부에서 충돌한 것입니다. 


뉴스를 처음 접하고 들었던 생각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사태가 일어난 오픈AI의 이사회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해보고자 합니다.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자 최악의 결과를 초래한 이야기, 이번 사태를 한 마디로 요약하는 문장입니다. 



멤버 이탈이 끊임없이 이어져 온 오픈AI 이사회


오픈AI가 샘 알트만과 일론 머스크의 이니셔티브를 통해 2015년 비영리 재단의 형태로 출범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실제로 오픈AI는 시작부터 당시 와이콤비네이터 수장인 샘 알트만, 그가 개인적으로 투자해 30대 초반에 수천억 원의 부를 쌓게 해준 스트라이프의 CTO 그렉 브록만, 당시에는 테슬라에 올인하던 일론 머스크, 그리고 일론 머스크가 커리어를 걸고 데려온 구글의 AI 연구 일인자 일리야 서스캐버가 핵심 멤버였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일리야를 데려온 에피소드 또한 흥미롭습니다. AI 분야에서 최고의 인재를 데려와 구글에 대항하는 어벤저스 팀을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던 일론 머스크에게 당시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젝트의 핵심 멤버였던 일리야는 반드시 데려와야 하는 인재였습니다. 그는 일리야를 데려오며 결국 구글의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의 친구 관계까지 포기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2018년 오픈AI를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과 오픈AI가 추구하는 방식이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CEO를 맡아 회사를 이끌려고 했으나 다른 이사들의 반대로 뜻을 관철하지 못했고 그 결과 더 이상 오픈AI에 남을 이유가 없었다고 전해지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일론은 5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재단에 기부하고도 주식 한 주 없이 오픈AI와 결별하게 됩니다. 지금도 머스크는 오픈AI의 이익 추구 형태를 맹비난하는 입장입니다.

그렉 브록만(왼쪽), 일리야 서스캐버(가운데), 다리오 아미데이(오른쪽)


2021년에는 2017년부터 오픈AI의 이사회에 참여해 온 홀덴 카노프스키가 이사회에서 사임하게 됩니다. 오픈AI의 초기 GPT 모델 개발 및 전략을 담당해오던 리서치 디렉터 다리오 아미데이가 오픈AI의 급격한 상업화 드라이브에 반기를 들고 회사를 떠나 앤트로픽(Anthropic)을 창업하게 되는데, 홀덴의 부인이 앤트로픽의 창업 단계에 관여하게 되면서 이해 상충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2020년에 MIT Technology Review에서는 오픈AI의 끊임없는 반목과 갈등을 상세히 다룬 바 있습니다.


The messy, secretive reality behind OpenAI’s bid to save the world | MIT Technology Review


이번 사태 또한 끊임없이 부침을 겪어온 오픈AI 이사회 이슈의 연장선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여태까지는 샘 알트만의 '상업화' 드라이브에 반기를 든 인사들이 나가는 형태로 일이 진행되어 왔다면 이번에는 샘 알트만이 역공을 당한 모습입니다. 상근과 비상근 3인이 영리와 비영리의 미션을 잘 반영한다고 생각했는데 회사의 AI 연구를 총괄하는 일리야가 비상근 이사 3인과 힘을 합치면서 힘의 균형이 급격히 무너진 것입니다. 



어떻게 이사가 이사를 해임할 수 있나


11월 17일 샘 알트만 해임 전까지 오픈AI재단(OpenAI Nonprofit)의 이사회 구성을 보면 실제 운영 회사 OpenAI Global의 직원인 샘 알트만, 그렉 브록만, 일리야 서스케버 3인과 외부 인사인 아담 디안젤로, 타샤 맥컬리, 헬렌 토너 3인으로 이뤄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오픈AI가 2019년 자회사 형태로 '이익제한기업 (Capped Profit)'을 채택하며 스스로 선택한 구조입니다. 비영리재단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재단의 목적이 이익 추구 행위에 우선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이익 추구 기업과 관련한 인력의 관여도를 제한, 여전히 과반수의 이사는 비영리재단의 목적을 대리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죠. 


이는 비영리재단의 도입 취지에 비춰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만약 비영리법인을 지배회사로 세우고 자회사를 통해 이익추구행위를 하면서 실제로는 자회사가 모회사의 운영 방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비영리재단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고 누구나 규제를 우회하여 비영리재단과 영리법인의 장점만 채택하는 지대추구가 가능해집니다. 때문에 오픈AI도 애초에 설립한 재단이 마이크로소프트가 투자한 영리 자회사의 영향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했을 것입니다. 물론 불행의 씨앗은 이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오픈AI재단의 이사회는 비영리법인의 특성상 매우 수평적인 구조를 채택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의장이나 특정 이사회 멤버에게 힘이 집중되지 않는 구조인 것이죠. 그 결과 임시이사회 소집, 정족수 충족 측면에서 숫자 게임이 충분히 가능했을 것입니다.

이번 이사회 통보가 진행된 방식에 대한 그렉 브록만의 트윗


4명의 이사가 그록에게 알리지 않고 샘을 먼저 불러 이사회의 권한으로 샘을 영리법인의 CEO에서 해임. 해임과 동시에 이사회에서 물러나는 트리거 발동

샘이 해임된 상황에서 이사가 5명이 되자 그록을 불러 그가 이사회에서 물러나도록 투표하여 안건을 통과시킴


이사회가 샘을 해임한 이유 또한 잘 살펴봐야 합니다. 이사회는 공지를 통해 두 가지를 강조하였는데 첫째, 그가 이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진실되지 못했다는 것 (not consistently candid), 둘째는 진지한 검토 절차 (deliberative review process)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사회는 다른 소스를 통해서도 이번 해임은 커뮤니케이션이 핵심이지 불법적인 일과 관련된 사태는 아니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사실 이사회에서 CEO를 해임하는 일은 업무 보고 범위와 시점, 그리고 이사회의 선량한 관리자 의무 등 모호할 수 있는 조항을 근거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사의 책임과 재량을 광범위하게 인식하는 미국 법체계의 특성 상 이러한 해임 과정이 적법하게 이뤄졌다면 그 이유에 대해서는 CEO가 다투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만약 샘 알트만이 향후 진행될 수 있는 대규모 신규 투자 건에 대해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외부 펀딩 미팅을 하고 다녔다고 하더라도 이사회 입장에서는 충분히 해임할 근거가 되는 것입니다.  


정확한 해임 사유는 알 수 없지만 사실은 대단한 이유가 아닌, 이런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정확히는 오픈AI의 소식을 샘 알트만의 입을 통해서가 아닌, 언론을 통해서 접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이사회가 불편했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혹여나 샘 알트만과 그렉 브록만이 오픈AI의 지위를 유지한 상태에서 신규 사업이나 경쟁 사업이 될 수 있는 영역으로 무언가 준비를 하고 있었다면 이사회 입장에서는 예고없이 최대한 빠르게 샘 알트만을 해임하는 것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것이 이사회의 책임이기 때문이죠. 물론 그 이면에는 일리야를 비롯한 오픈AI 비영리재단 이사들이 샘 알트만의 '상업성 극대화' 방식을 멈춰야 한다는 동기가 있었을 것입니다.


샘 알트만과 그렉 브록만이 곧바로 새로운 회사를 시작할 것이라는 루머가 많았지만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혹여라도 자신들이 신규 회사를 준비해 온 것이 드러난다면 오히려 이사회 해임 결정에 대한 정당성만 부여하는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1️⃣ 이사회가 이런 후폭풍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과연 이사회가 샘 알트만 해임의 후폭풍을 예상하지 못했을까란 질문이 많지만 이후의 행보를 봤을때 100% 상황을 지배할 준비는 되어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비영리법인 이사회의 특성상 '상업적 고려'보다는 '옳은 결정'에 집착했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것이 자신들의 역할이니 마냥 비난하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이번 이사회의 일 처리 방식이 프로답지 못하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이미 결정을 내리고도 마이크로소프트와 투자자들의 압박이 들어오자 다시 샘 알트만과 협상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이사회 스스로도 자신들의 정당성을 퇴색시키는 행동입니다.


물론 이사회는 어차피 결정을 뒤집을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직원들의 반발이 심하니 최대한 협상에 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사실은 새로운 CEO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미국 시간으로 일요일 저녁, 오픈AI 이사회는 트위치의 공동창업자인 에미트 셰어를 새로운 CEO로 지명하였습니다. 


2️⃣ 왜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미리 알리지 않았나?


이 또한 운영의 묘가 아쉬운 부분이지만 비영리재단의 이사회 입장에서는 알릴 의무도 없었을 뿐 아니라 영리 자회사에 참여하는 영리법인이 비영리재단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사태가 오히려 피해야 하는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만약 SK 지주회사가 손자회사의 CEO를 해임하는데 손자회사의 공동투자자에게 사전 고지를 해야하는가라고 질문해보면 '주주간 계약서'대로 절차를 밟으면 될 일입니다. 이사회 입장에서는 샘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 협상에 참여한 CTO인 미라 무라티를 임시 CEO로 내세우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은 모양새입니다. 

OpenAI의 법인 구조


어떻게 10조 원 이상을 투자하고 49%의 지분을 가진 마이크로소프트가 이사회 참여 권한도 없는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많지만 이 또한 오픈AI의 독특한 비영리재단 모회사 구조에서 비롯되었다고 봐야 합니다. 게다가 오픈AI를 단순 영리법인으로 전환하지 않고 애초에 복잡한 구조를 내세워 비영리법인을 유지한 이유 또한 샘 알트만이 오픈AI를 특정 기업에 종속되지 않는 독립적인 회사로 키우고자 한 의도가 많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결과적으로 샘은 위기의 순간에 자신이 데려온 마이크로소프트라는 레버리지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퇴출된 것입니다. 



3️⃣ 100조원의 기업가치를 날렸다?  


현재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번 사태로 오픈AI가 인정받은 100조 원의 기업가치가 하루아침에 날아가게 되었다는 한탄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로 이사회가 욕을 먹는 가장 주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선 100조 원의 기업가치는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진 Thrive Capital이 주도하는 구주 매입에서 투자자가 산정한 기업가치를 의미합니다. 연초 구주 매입까지 주도한 Thrive Capital 입장에서는 최대한 높은 가치로 오픈AI 주식을 사모으고자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OpenAI 투자 유의 공고문


여기서 오픈AI 홈페이지의 공지가 상당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오픈AI 주식을 사고싶다는 연락이 워낙 많자 이사회 차원에서 위험 고지를 분명히 남긴 것입니다. 오픈AI에 대한 어떠한 투자도 '기부'로 생각하는 것이 나을 정도로 리스크가 높고 수익을 예상할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사실 오픈AI의 주식이란 것이 비영리재단과 실제 운영 법인 사이의 중간지주회사 지분에 대한 사항입니다. 이 주식의 경우 직원들과 투자자들이 소유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는데 이 법인의 기업가치가 올해 들어 천정부지로 솟아 오른 것입니다.


물론 이사회는 이러한 기업가치에 대한 고려 없이 의사결정을 한 것이며 오히려 고려를 해서도 안되는 입장이라고 강변합니다. 이 또한 오픈AI의 '영리-비영리' 구조가 애초에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샘은 어떻게든 주식 가치를 높여 인재를 데려오려는데 비영리재단 이사회는 주식가치에 무관하게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입장이니 애초에 이해관계 일치가 불가능한 구조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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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어떻게 될까?


우선 이번 사태는 샘 알트만과 그렉 브록만이 마이크로소프트에 합류, AI 팀을 이끌고, 오픈AI는 새롭게 선임된 CEO인 에미트 셰어가 이끄는 것으로 일단락되는 모습입니다. 이번 결정에 반발한 직원들 또한 샘과 그렉을 따라 마이크로소프트에 합류할 인력, 그리고 회사에 남을 인력으로 양분될 예정입니다.


오히려 이번 사태를 통해 샘이 설계한 '영리-비영리' 복합 구조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오히려 마이크로소프트가 샘과 그록을 내세워 오픈AI의 영리법인을 인수하고 비영리재단은 연구기관으로 남아 서로 협력하는 형태의 빅딜도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입니다. 


결국 불안한 곳은 오픈AI의 언어모델을 활용해 사업을 전개해 온 고객들이며, 기회를 잡은 곳은 오픈AI의 대항마로 자리매김한 구글, 메타, 앤트로픽과 같은 후발주자가 될 예정입니다. 그 결과 오픈AI의 독보적 경쟁력을 추구하던 샘 알트만은 오픈AI에서 퇴출되었고, 오픈AI의 범용인공지능(AGI) 도달에 올인하던 일리야는 후발 주자의 추격을 허용하게 되었고, 오픈AI의 성장과 기술에 배팅했던 마이크로소프트와 투자자들은 돈과 명성을 모두 잃게 되었습니다. 지배구조의 가장 약한고리가 일으킨 나비효과가 모두를 패자로 만든 주말이었습니다.





본 글은 글로벌 스타트업 & 벤처투자 & 테크산업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주간 뉴스레터 CapitalEDGE의 11월 3주 차 WeeklyEDGE 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면 매주 발행되는 WeeklyEDGE를 가장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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