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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pitalEDGE Nov 28. 2023

실리콘밸리는 소송 중

벤처 혹한기 급증하는 스타트업 - 투자자 간 소송戰

벤처 혹한기 급증하는 투자자 - 스타트업 분쟁


지난 8월, 소프트뱅크가 2천억 원 이상 투자한 소셜 앱 IRL이 이용자 수를 조작하였고 1,200만 명에 가까웠던 월간활성이용자의 95%가 가짜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소프트뱅크의 투자 실패 소식이 워낙 많다 보니 이제는 놀랍지도 않은 뉴스이지만, 단순 '사기'에 속아 수천억 원이 투자되었다는 사실에 황당함마저 느껴지는 소식이었습니다.


2000억원 투자했는데 가짜?…日 소프트뱅크, 또 투자 실패

2021년 6월 소프트뱅크가 $170Mn 라운드를 리드한 IRL의 소셜 앱


하지만 지난주 IRL의 창업자가 반격에 나섰습니다. 반소를 제기한 IRL의 공동창업자 아브라한 샤피의 주장에 따르면 IRL은 사용자 수가 가짜라는 투자자들의 주장이 제기된 이후 서비스 이용객들이 급감하기 시작하였으며, 소프트뱅크가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청산우선권을 통해 투자자들이 기업에 남아있는 $40 million 규모의 현금을 선점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아브라함은 소프트뱅크뿐 아니라 이사회에 참여했던 굿워터(Goodwater), 플러드게이트(Floodgate) 파트너들에게도 함께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IRL founders allege investors sabotaged company with fake users claims | TechCrunch


실리콘밸리가 소송 중입니다. 벤처 혹한기가 2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창업자와 투자자 간 소송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 - 3년 전 대규모 펀딩에 성공한 기업들이 추가 자금 확보에 실패하고 사업 성과가 지지부진하자 스타트업과 투자자 간의 분쟁이 급증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특히 FTX처럼 명백한 사기 사건이 아닌 경우가 많아 이미 실패한 투자를 놓고 자존심 싸움까지 펼쳐지는 상황이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있습니다. 



런더월드(Run The World) 창업자들의 진흙탕 싸움


런더월드는 2019년 페이스북 출신의 창업자 두 명이 의기투합하여 시작한 버추얼 미팅 스타트업입니다. 호핀(Hopin)과 비슷한 시기 시작된 런더월드는 팬데믹이라는 상황에 더해 공동창업자인 샤오인 쿠(Xiaoyin Qu)가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을 자퇴하고 사업을 시작했다는 스토리까지 더해지면서 안데르센호로위츠, 파운더스펀드, GGV캐피탈, PearVC 등 내로라하는 투자자들로부터 200억 원에 가까운 시드라운드 자금을 조달한 바 있습니다.

Run The World 공동창업자 샤오인 쿠 (Xiaoyin Qu, 왼쪽)과 시안 장 (Xuan Jiang, 오른쪽)


하지만 런더월드는 선발주자인 호핀(Hopin)에 밀려 서비스도 인기를 끌지 못하였으며, 팬데믹이 끝나자 버추얼 컨퍼런스에 대한 수요도 급감, 결국 캐나다의 이벤트 관리 기업 이벤트모비(EventMobi)에 흡수되며 3년 만에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흔한 실패 사례라고 여겨졌던 런더월드의 두 창업자는 현재 고소와 맞고소를 진행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회사는 올해 6월 CTO를 맡았던 시안이 퇴사 처리된 직후 이메일 계정으로 접속, 도메인을 삭제하고 의도적으로 서비스를 다운시켰다는 의혹을 바탕으로 소송을 제기하였고, 8월에는 시안이 회사와 공동창업자 샤오인 뿐 아니라 이사회에 있던 안데르센호로위츠의 코니 챈을 상대로 반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자신이 임신 중인 상황에서 불합리하게 해고되었으며, 이사회에 의해 지분을 포기하라는 협박을 받았다는 것이 반소의 이유였습니다.


둘은 런더월드 실패 이후 남은 자금으로 피벗하여 사업을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의견 차이로 불화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CTO였던 시안은 남은 자금을 활용, AI 기반 버추얼 캐릭터 기업으로 피벗을 원했지만 CEO였던 샤오인은 새출발을 원했습니다. 결국 둘은 서로를 압박하며 사임과 해고를 반복하였고 회사는 매각되었지만 둘은 지금도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FTV Capital, 1년 전 투자에 대한 반환 소송 제기


지난 9월에는 핀테크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솔리드 파이낸션(Solid Financial)의 시리즈 B 라운드를 리드한 FTV Capital이 솔리드를 상대로 투자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FTV는 소송에서 회사가 투자금 유치를 위해 비정상적인 가격과 지불 조건으로 고객을 유인,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처럼 가장하고 실적을 비성장적으로 부풀려 투자자를 기망하였다는 주장입니다.


Report: Solid Financial Accused of Faking Revenue Numbers (pymnts.com)

2021년 8월 FTV Capital 주도로 800억 원에 가까운 시리즈 B 자금을 조달한 Solid Financial


솔리드의 공동창업자들은 곧바로 반소를 제기하였습니다. 그들은 FTV 측이 투자 손실을 피하고자 사실이 아닌 주장을 펼치고 있으며, 크립토 시장 붕괴로 고객이 급감하며 사업이 어려워진 것인데 투자 실패의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고 있다고 항변합니다.


Solid co-founders call FTV Capital’s fraud claims ‘completely baseless and incorrect’ | TechCrunch


솔리드가 제기한 반소의 핵심은 FTV가 투자 결정 전에 두 달에 걸쳐 상세 실사를 진행했다는 것입니다. 이 실사에는 솔리드 측이 제공한 전체 데이터룸 액세스뿐만 아니라 고객 및 은행 파트너와의 인터뷰 기회, 고객 계약서, 송장, 은행 명세표, 활동 로그(포함하여 API 호출 로그) 및 상세한 재무 정보를 검토할 수 있는 기회가 포함되어 있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FTV는 법률, 규제, 사업, 시장, ESG 및 회계 분야에서 여섯 곳의 외부 전문 기관을 고용하여 실사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FTV가 Solid에 대해 수행한 상세 실사 요약 장표


솔리드는 단순히 반소를 제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PR 대행사를 고용, 적극적으로 FTV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습니다. FTV가 크립토 시장 폭락으로 솔리드의 성장에 의문이 생기자 처음에는 투자 조건을 재협상하려고 했으며, 회사가 이에 응하지 않자 소송에 나서며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을 가지고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입니다. 솔리드의 사례는 명확한 사기가 아닌, 투자 판단과 정보 제공, 스타트업의 공격적인 영업방식까지도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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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전망은


IVP의 파트너 톰 로베로는 2023년 말에서 2024년 초 '스타트업 대멸종'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습니다. 투자 기조가 최고조에 달하던 2021년 전후 투자를 유치한 기업들의 자금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였으며, 벤처 투자가 회복될 기미가 없어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추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급증하는 미국의 투자자 - 스타트업 분쟁 소송은 이러한 시장 분위기를 잘 반영하는 하나의 시그널입니다.

톰 로베로의 트윗


실리콘밸리에서 투자자와 스타트업이 소송을 제기하며 법정 다툼을 벌이는 일이 흔한 것은 아닙니다. 이슈가 있더라도 재기를 노리는 스타트업 창업자와 평판이 생명인 벤처캐피탈 입장에서는 문제를 조용히 해결하는 것이 항상 최선이라는 공감대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동성이 최고조에 달했던 팬데믹 기간 진행된 허술한 투자들이 워낙 많다보니 투자금 회수, 선관주의, 자존심 등 다양한 이유에서 법원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연 급증하는 법적 분쟁에도 불구, 실리콘밸리가 향후 '창업자 친화적'이란 평판을 고집할 수 있을지 관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본 글은 글로벌 스타트업 & 벤처투자 & 테크산업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주간 뉴스레터 CapitalEDGE의 11월 4주 차 WeeklyEDGE 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면 매주 발행되는 WeeklyEDGE를 가장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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