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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pitalEDGE Jul 30. 2024

큐텐 사태를 방조한 자들

과연 언론과 투자자들은 책임에서 자유로운가?

최악으로 치닫는 큐텐-티메프 사태


지난주 한국을 강타한 큐텐 사태의 충격파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전 세계 이커머스 산업에서 유례없는 스캔들로 기록될 사태입니다. 연간 1조 원이 넘는 거래액을 기록하며 버젓이 영업을 하던 사이트가 갑자기 일주일 사이에 고객과 셀러에게 줄 돈이 없다고 선언해버린 것입니다.  


본 뉴스레터는 총 4회에 걸쳐 큐텐의 내용을 다룬 바 있습니다. 우선 1년 전인 4월과 7월 유료 뉴스레터를 통해 큐텐의 사업 실패, 이베이 손절, 실질적인 자금원에 대한 분석 콘텐츠를 연재했었죠. 핵심은 큐텐의 인수 전략이 과거 옐로모바일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경고와 함께 큐텐이 주장하는 글로벌 사업의 실체가 부실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올해 2월 큐텐의 위시 인수가 보도되었을 때, 해당 인수의 실체에 대해서도 미국 SEC 공시 자료를 토대로 분석을 진행하였습니다.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사실 큐텐의 재무 실태를 아는 사람이라면 2,300억 원에 해당하는 인수 대금을 현금으로 지불할 능력이 안된다는 것이 명확했기 때문에 거래 종결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마무리했었죠.


그리고 불과 3주 전인 7월 9일 WeeklyEDGE 애프터서비스 편을 통해 큐텐-위시 인수 거래 공시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았습니다.


공시 내용은 현금을 지불하고 인수가 완료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인터파크커머스 매각 대금을 1년째 지급하지 않고 있는 큐텐이 2,300억 원을 어떻게 마련했을지 정말로 미스터리였죠.


위시의 인수대금은 과연 어디서 나왔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WeeklyEDGE 7월 9일 편


당시 뉴스레터에 썼던 문구 그대로입니다. 그리고 불과 이틀 뒤인 7월 11일 국민일보가 위메프 미정산 사태를 단독 기사로 보도하며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단독] “돈이 안 들어와요”… 위메프 미정산에 ‘술렁’-국민일보 (kmib.co.kr)


당시만 해도 큐텐 측은 시스템 오류를 들먹이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고 한 것으로 보이나 현재 드러난 정황으로는 이미 먹튀의 계획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황당했던 것은 당시 셀러에 대한 보상으로 회사의 주식을 주겠다고 언급한 부분입니다. 정산이 밀리면 이자를 얹어서 갚으면 되는 것이지 갑자기 우리사주를 셀러에게 주겠다는 대응을 보고 '정말 돈이 없거나', '머릿속에 상장만 되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희망 회로만 가득 차 있거나' 둘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회사는 일주일 전만 해도 셀러들의 반발만 잠재우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큐텐의 적극적 투자자들


사태 초반 큐텐의 주주들로 이름이 오르내린 KKR, 앵커PE, NXC, 원더홀딩스 등 기관들은 억울할 것입니다. 대부분 티몬과 위메프가 주식 교환을 통해 큐텐에 인수될 당시 큐텐의 주식을 받은 곳들이기 때문입니다.  


주주는 유한 책임이기 때문에 회사에 횡령이 발생했다고 하여 주주에게 증자의 책임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누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기관이었냐 하는 것입니다. 과거 티몬과 위메프의 주주들이었던 기관 대부분은 현재 큐텐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2년 이미 티몬을 손절한 해외PEF들


문제는 오히려 큐텐 그룹을 보고 투자를 집행했던 또는 하려고 했던 적극적 투자자들입니다. 큐텐은 2015년 시리즈 A 라운드 이후 해외에서 에쿼티 자금을 조달한 이력이 없습니다. 이미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철수하며 사업이 내리막길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유일하게 큐텐의 사업이 유지되던 곳이 싱가폴과 일본이었는데, 2018년 큐텐의 50대 50 합작 파트너였던 이베이는 자신들의 지분 대가로 큐텐 일본을 가져가고 구영배 대표 측이 큐텐 싱가폴을 가져가는 형태로 합작 관계를 청산하게 됩니다. 사실상 이베이도 큐텐과 구영배 대표를 일찌감치 손절한 것입니다.


죽어가던 큐텐과 구영배를 살려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정책 자금, 기관 자금, 국민의 노후 자금이었습니다. 큐텐은 2017년부터 국내 PEF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큐텐 싱가폴로 투자를 받았으나 2019년 이후에는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 상장을 내걸고 다수의 국내 PEF들로부터 2,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합니다.

큐익스프레스 감사보고서 주석


2021년 9월 큐익스프레스코리아가 발행한 천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 조건에 따르면 발행일로부터 4년, 즉 2025년 9월까지 적격 상장을 내걸고 있습니다. 기한까지 상장이 되지 않으면 5% 이자를 더해 상환해야 하는 조건입니다.


큐텐이 운전자금 돌려 막기를 통해 생명을 연장하더라도 언젠가 한 번은 대규모의 자금 유입이 되어야 엉킨 실타래를 어느 정도는 풀 수 있기 때문에 큐익스프레스의 상장은 구영배 대표 입장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남은 카드였을 것입니다.


게다가 주식 교환으로 회사를 인수해 운전자금을 유용하는 것도 한두 번 해보고는 유레카를 외쳤을 것입니다. 결국 위시를 인수해 똑같이 자금을 돌리려다가 어딘가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죠. 위시를 인수했는데 유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던 자금을 중국 쪽에서 빼오지 못하자 순식간에 모래성이 무너진 것입니다. 지금 언급되는 중국 쪽 자금도 결국은 큰 의미 없는 대안일 가능성이 큽니다.



구영배를 찬양한 언론과 매체들


큐텐의 티몬 인수를 처음으로 단독 보도한 기사입니다. 싱가폴의 한물 간, 적자가 누적된 이커머스 기업이 마찬가지로 적자가 누적되어 기존 주주들마저 손절하는 티몬을 주식 교환으로 인수하는 거래에 마치 '왕의 금의환향'인 마냥 내러티브를 입혀준 것입니다.


2022년 7월 큐텐의 티몬 인수를 처음 보도한 일간지 기사


큐텐의 전신인 이베이-구영배의 합작사 지오시스가 만들어진 것이 2009년이기 때문에 10년 경업금지가 풀렸어도 2018년입니다. 게다가 이베이는 2018년 깔끔하게 큐텐과 합작 관계를 청산했기 때문에 더 이상 계약으로 누군가를 묶어둘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2022년 티몬 인수에 갑자기 '경업금지'가 스토리의 양념으로 등장합니다. 전형적인 사살 관계 확인 없는 받아쓰기 기사입니다.


[단독]티몬의 큐텐그룹 계열 4곳, 누적 손실액 2조5811억원


지금 언론이 새로운 사실인 마냥 쓰고 있는 큐텐의 재무 상황에 대한 내용은 이미 수년 전부터 싱가포르 기업청에 공시되어 있던 자료입니다. 언론이 큐텐에 대한 보도를 할 때 해외 공시만 찾아봤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M&A 행보에 '구영배 매직'이란 단어를 붙여가며 기대감을 높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언론이 가장 선호하는 이야기는 평범한 사람의 자수성가, 그리고 그다음으로 선호하는 이야기는 그 사람의 갑작스런 몰락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현재 큐텐과 구영배에 대한 보도는 전형적인 이 공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제 와서 전가의 보도처럼 본인들이 무시했던 진실을 특종인 마냥 보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구영배 대표는 티몬 인수 이후 단 한 번도 국내 언론과 공식 인터뷰를 한 적이 없습니다. 본인의 입으로 자신이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 등과 같은 기업을 인수한 계획을 밝히지 않은 것이죠. 클릭 수만 관심 있는 언론사, 뇌피셜만 늘어놓는 커머스 및 스타트업 전문 매체가 '무언가 있을 것이다'라고 소설을 쓰는 사이 구영배 대표는 기분 좋은 오해를 즐기고 있었고 소비자와 셀러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플랫폼을 이용했습니다.   



유명무실(有名無實), 화이부실(華而不實), 홍불감장(紅不甘醬)


아무튼 큐텐 사태는 이제 시작입니다. 29일 월요일 기준 구영배 대표 發 보도자료도 나왔지만 큰 의미는 없어 보입니다. 구영배 대표는 큐텐의 국내 계열사 그 어떤 곳에도 책임 있는 위치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으며 2009년 이후 생활 기반도 국내에 두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사태는 수사와 사법의 영역으로 넘어왔다고 봐야 하며 사재 출연, 지분 매각 및 구상권 청구 모두 쉽지 않을 것입니다.


작년 여름 큐텐에 대한 탐사 분석 뉴스레터를 유료 독자에게 발송한 후 관련 내용을 큐텐에 대해 그나마 중립적으로 보도한 매체에 보내 협업을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단 한 곳도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클릭 수에 도움 되지도 않고 광고만 떨어질 기사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어찌 보면 미디어의 당연한 선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실리콘밸리 소식과 스타트업 및 테크기업 분석을 다루는 뉴스레터에서 큐텐을 4회에 걸쳐 다룬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큐텐이 글로벌 기업의 탈을 쓰고 정보의 비대칭을 활용해 국내에서 여론전을 하는 것도 문제라고 봤지만 한 편으로는 풀리지 않는 궁금증도 있었습니다.


"과연 엔드게임이 무엇일까?"


결국 큐텐은 대단한 엔드게임은 커녕 희대의 스캔들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몰락했습니다. 큐텐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써 오면서도 이 정도 일 줄은 몰랐기에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부디 이번 사태에 따른 피해가 잘 정리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본 글은 테크 뉴스의 행간을 읽어주는 주간 비즈니스 뉴스레터 CapitalEDGE의 7월 5주 차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면 매주 발행되는 WeeklyEDGE를 가장 먼저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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