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적 만들기 #일단 시작ㄱㄱ

나의 좌충우돌 독립 출판물 만들기 그 첫 발자국.

by CAPRICORN



코로나로 인해 우리 회사는 직격타를 맞았고, 나는 집에 있는 시간이 굉장히 많아졌다. (속상하게도)

많은 한국 사람들의 습성(?) 습관(?)처럼 나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무엇인가를 해야 했다.

일단 나는 영어학원을 끊었다. 영어학원을 다니는 것을 자위하며 한껏 나의 시간을 만끽하고 있을 때 부모님이 물으셨다.

"앞으로 무엇을 할지 곰곰이 생각해봐."

나에게는 미션이 떨어졌다. 이 말은 나에게 퀘스트와도 같았다. 나는 잠시 이 팬더믹 기간에 부모님에게 캥거루처럼 붙어있을 예정이었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매일같이 구박속에서 지낼 것이 분명했다.

나는 '할 일'이 필요했다.


단지, '할 일'만 필요했던 것은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책' 한 권 내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오픈 컬리지에서 작년부터 꾸준히 글쓰기 모임을 가져왔던 것도 그 이유였다. 취업할 때 자소설을 작성 한 이후로 나의 첫 글쓰기였다.(물론 업무일지, 보고서는 제외하고) 글쓰기를 하고 글들이 조금씩 쌓이다 보니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은 막연하게 했으나, 막상 실현에 옮기기란 어려웠다.

나 같은 게? 감히?라는 생각이 우선 들었던 것도 사실.


그래서 나는 등록했다. '스토리지 북 앤 필름'이라는 독립서점에서 진행되는 '4주 만의 책 만들기'클래스를 말이다. 나는 학교 다닐 때에도 항상 '잘'하진 못했지만 '성실'하게는 임했다. 개근은 무조건 해야 했고, 고등학교 3학년 때 선생님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니, '수학'을 포기하라고 했을 때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물론 그 결과는 처참했지만(!!), 나는 포기를 잘 모르는 사람이다. (가끔 포기는 필요하다. 선택과 집중은 맞는 소리다.) 12만 원을 입금하고 나니 나의 의지는 불타올랐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갖는 지위는 어마 무시했다.


수업 시작하기 전부터 12만 원이라는 (나에겐)큰 돈은 나를 채찍질 하기 시작했다. 나는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나는 그동안 내가 써왔던 에세이들과 일기장을 뒤적거렸다.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연계성'이라는 게 필요했다. 그동안 써왔던 글들과 내가 두 달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쓸 수 있는 내용을 묶어 본 결과, 책 대강의 흐름이 나왔다. '내가 겪었던 아주 불편했고 좋지 않았던 추억들을 엮는다!!!'라는 것이 나의 타이틀이 됐다.


이제 수업을 가 볼까.


수업을 들으러 가고, 나는 다시 기가 죽었다. 수강생들의 콘텐츠는 좋았고, 왠지 나만 정리가 하나도 안된 느낌이었다. 심지어 선생님의 1주 차 과제는 책 1권을 다 만들어서, PDF로 엮어 오라고 하셨다.

OMG.

내가 할 수 있을까. 아니야. 난 할 수 있어. 나에게 남는 건 시간뿐이잖아. 교열의 교열을 거치다 보면 괜찮은 글 하나 나오지 않을까. 나 따위가 쓴 글을 누가 읽어줄까.

내 머릿속에는 별 생각들이 다 교차되었다.


선생님은 패닉에 빠진 나에게(아니 수강생들에게) 희망의 말을 던져주셨다.

"독립출판물은 그 종류가 아주 다양하며,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들도 상관없습니다."

"독립 출판물 중에는 스템플러로 찍어서 출판된 책들도 있으며 이 것은 전혀 문제 되지 않습니다."


라고 하며 다양한 독립 물들에 대한 설명을 이어 나가셨다. 낱장 에세이 시리즈부터, 아빠가 엄마에게 쓴 연애편지를 묶은 것부터, 아기가 하는 말을 하나하나 메모 기록하여 책을 낸 것부터, 오빠가 죽은 후 일기장을 모아서 낸 책들까지. 정말 다양하고 기발한 컨텐츠들이 많았고, 독립 서적이기에 더 다양한 판형과 다양한 주제를 시도할 수 있다고 하셨다.


오프셋 인쇄부터, 책 홍보까지 첫날의 수업은 속도감 있게 지나갔다.

'퍼블리셔/인디자인을 이용하여 책을 한 권 써서 PDF로 변환해서 2주 뒤에 가지고 오는 것이 숙제입니다."

선생님은 퍼블리셔 판형 선택과 PDF 내보내기 등등을 시연해주시면서 말했다. 퍼블리셔, 인디자인은 난생처음 보는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살짝 답답한 마음을 안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


과연 나는 책을 쓸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집에 가는 길에 구글 킵에 체크박스를 킨 채 목차를 써 내려갔다. 목차를 체크박스화 해두면 내가 어디를 완료했고 어디가 미완인지 눈에 보기 쉬울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목차를 써 내려감과 동시에 기존에 리스트업 해두었던 에세이들을 펼쳤다. 분명 그전에 글쓰기에서 썼을 때도 여러 번의 교열을 걸쳤을 텐데, 드래프를 보는 것 마냥 엉망인 날 것 그대로의 글들이 쏟아졌다.


'하루에 목차 2개씩 계속 손 본다면? 기한은 맞출 수 있겠지? '


심플한 목표가 내 앞에 펼쳐졌다. '나는 할 수 있다.'라는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했다. 그리고 다이어트의 기본이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기라고 했다. 그 것과 같이 나는 글쓰기 모임 친구에게 나의 포부(???) 알렸다. 남에게 알린 순간 그것은 네임펜으로 새긴 것처럼 긁어내기 힘들다. 내 자존심(?)이 허락하는 일이 아니다.


나는 그날부터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하철에서도, 카페에서도 구글 문서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정해나갔다. 정말 미친 듯이. 클래스에 입금한 순간 자본주의의 노예는 입이 없다 단지 행동으로 옮길 뿐이다. 정말 쉼 없이 경주마처럼 달렸다. 달리고 달리고를 계속한 결과, 나의 앞에는 90장이나 되는 글이 놓여있었다.


하지만, 나의 시련은 다른 것에 있었다.


"퍼.. 블리셔..?.. 너어!!!! "



퍼블리셔는 PPT 같았다.

나는 퍼블리셔의 초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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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리셔의 난항 기는 그다음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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