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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PRICORN Oct 25. 2020

위생관념이 너무~나도 다른 나의 룸메이트들

다른 건 몰라도 화장실은...

룸메이트 feat. 화장실 청소.

파티의 공포가 채 가시지 않았을 그때, 사실 난 또 다른 고충을 겪고 있었다. 나는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기숙사 형태는 투 룸에 화장실 하나를 공유하는, 크게 보면 4명이서 같이 방을 쓰는 구조였다.
 
나는 깨끗한 편은 절대로 아니다. 치우는 것을 즐겨 하진 않으나, 최소한 쓰레기는 버리고 살고, 옷도 빨아 입을 줄 알고, 특히 변기통에 오물이 묻으면 닦을 줄 안다. 방을 공유하는 룸메이트에 대한 예우는 지켜 야지. 변기통에 본인의 흔적은 치울 줄 아는 건 매너라고 들었다. 그러나 나의 미국 첫 룸메이트 들은, 그런 예의라고는 눈을 뜨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었다.

고등학교 때에도 기숙사 생활은 했으나, 우리는 50명의 기숙사생들이 한 화장실을 쓰는 생활을 했던 터라, 이런 진정한 기숙생활은 성인이 되어 처음이었다. 같이 방을 쓰면서 하루 이틀은 별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질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화장실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화장실을 갔을 때 누군가의 볼일의 흔적을 보는 게 일 수였고, 큰 볼일이 변기 커버에 묻어 있던 적도 많았고, 작은 볼일은 정말 안 묻어 있으면 이상할 정도였다.
 
처음엔 월마트에서 위생용 라텍스 장갑과 걸레를 사 와서 청소를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내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청소하려고 이 구억만리 미국까지 온 게 아닌데! 처음에는, 3명에게 각각 부탁을 했다.
 

“우리는 같이 화장실을 공유하니까, 볼일을 본 후 깨끗하게 치우고 나와줄 수 있니?”

이 산뜻하고 군더더기 없는 질문에, YES 안 외칠 이 누가 있겠는가. 다들 처음엔 알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일주일 간 지켜본 결과 화장실엔 크게 변화가 없었다. 다들 대답은 했지만, 저 작은, 영어도 못하는 동양인의 말에 귀 기울여 주지 않았다. 한번 생각을 하기 시작하니, 내 머릿속에는 이런 상황을 해결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고, 나는 엑셀로 표를 만들었다.

왼쪽 열에는 이름을 썼고, 오른쪽 행에는 날짜를 써서 표를 만들었다. 각 당번이 아닌 날엔 표에 검은색으로 칸을 칠하고 당번인 날에는 빈칸 그대로로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리마크로 각자 청소를 한 후 체크를 해주세요 :-) 웃음 표시를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첫 당번을 나로 정해 놨고, 그날 나는 청소를 깨끗하게 해 놓고, 화장실 문 앞 저 표에 리마크를 달았다. 아이들에게 돌아가며 양해를 구했고, 왼쪽 방에 있던 두 아이들은 흔쾌히 좋은 아이디어라며 칭찬까지 했다. 여기서 큰 복병은 내 룸메이트였다. 내 룸메이트는 처음에 OK라고 했으나, 며칠간 지켜봐도 체크가 되어 있는 일은 없었다. 왼쪽 방 아이들도 꼼꼼하게 청소를 날짜 맞춰서 했던 것은 아니지만, 내 룸메이트만큼은 아니었다. 그 애는, 정말 단. 한. 번. 도. 청소를 한 적이 없었다.

왼쪽 방 아이들에겐 협조해 주어서 고맙다는 둥 형식적인 감사의 말을 했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이 주일이 지나도 내가 붙여 놓은 표에는 체크가 되어있지 않았다. 나는 의외로 집착이 좀 있다. 체크가 되지 않았고, 그 아이의 당번 인 날에는 나는 거르지 않고 가서 얘기했다.
 

”우리가 모두 동의한 일인데, 왜 청소를 하지 않는 거야? “

그때마다 그 아이는 묵묵부답이었다. 비로소 나는 깨달았다. 이 아이는 나를 의도적으로 무시를 하고 있구나. 끝까지 대답을 하지 않던 그 애를 내버려 두고 나는 방을 나섰다. 그리고 이 것은 우리의 긴 싸움의 시발점이 되었다.


-얘들아. 같이 쓰는 공공화장실은 깨끗하게 쓰자.
최소한 변기에 나의 볼일 흔적이 남으면 안 되지 않겠니
혹시... 그동안 너네들... 남의 흔적 위에 엉덩이 대고 볼일 봐 왔던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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