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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PRICORN Oct 23. 2020

미국 파티. feat. 술 취하면 난 끝난다.

내가 위협받던 그 순간.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 술 PARTY

동상이몽 feat. 미국 파티

3학년, 교환학생으로 미국을 갔다. 테네시 주에서도 정말 시골에 있는 작은 규모의 학교에 갔는데, ‘dry county’라는 술을 판매하는 게 ‘법적으로 금지’된 곳이었다.
 
반 학기 먼저 온 그 언니는, “wet county까지 가면, 술은 살 수 있지만 차로 1시간 넘게 떨어져 있어서 차가 없어서 우린 못 가”라는 말로 좌절의 쐐기를 박았다.
 
내가 애주가라던가 그런 건 전혀 아니다. 다만, “너 앞으로 1년간 술 못 먹어.”라고 하면, 갑자기 미친 듯이 먹고 싶어 지는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나의 통탄에 빠진 얼굴을 지켜보던 그 언니는 직감을 한 듯했다.
 
‘얘는 술을 좋아하는구나’

첫 1주는 술 생각이 전혀 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낯선 미국 생활에 세상 적응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시차, 다른 문화, 수업 신청, 기타 등등 정신없이 2주일이 흘렀을까? 내 핸드폰으로 전화가 울렸다.

“염소야. 오늘 파티 열린다는데, 같이 갈래? 에디가 파티에 데려간대!”

나는 신이 났다. 펭수가 ‘신이나 신이나~ 엣 헴 엣헴 신이나’라고 부르는 것처럼(?) 아주 신이 났다.
 
에디의 차로 한 20분 갔을까, 들리지 않는 영어로, 토플시험에서 스피킹 하는 기분으로 손짓 발짓 써가면서 대화를 하다 보니 정말 외딴, 산속에 덩그러니 집 한 채가 있었다.
 
먼저, 우리를 그 파티로 데려갔던 아이들을 소개하자면, 먼저 에디는 흑인이고 ‘언니 피셜’에 의하면 아주 믿음직한 친구였다. 브렌은 그의 친구로 그 역시 흑인이었으며, 학교에서 일을 하는 교직원이었다. 에디와 나이차가 어느 정도 났으나, 에디와는 죽마고우처럼 보였다.

그 외딴집을 딱 열었을 때, 나의 모든 몸의 신경들이 경고했다.
 
[여기선 취하면 안 돼.]
 
나는 원래 의심이 많고, 남을 잘 믿지 못한다. 그런데 그 집에는 정말 죄다 ‘남자’ 들 밖에 없었다. 그리고 모두 ‘백인’ 남자들이었다. 파티 초반이었던 그때, 주변은 굉장히 소란스러웠고, 그들이 술에 취하기 전이라 막 문을 열고 들어온 우리에게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그런 점은 나를 안도하게 만들었다.

비어퐁(종이컵을 볼링핀 모양으로 세워놓고, 탁구공을 던져서 컵에 골인시키는 게임)하는 그룹, 비디오 게임을 하는 그룹, 티비 보는 그룹 등 여러 그룹이 있었고, 나는 비어퐁을 했다. 아직도 기억나는 건, 내가 비어퐁 게임을 거의 목숨을 걸고 했다는 것이다. 온통 남자애들뿐이어서 그랬는지, 그 애들은 골인에 실패해서 바닥에 떨어진 탁구공을 닦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더러워진 탁구공에 묻은 먼지들은 맥주에 그대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게 들어간 맥주를 마신다고 생각해본다면? 역겹지 않을 수가 없다. 나의 첫 파티는 정말 위생상태 꽝 그 자체였다.

게임을 하고 처음 보는 애들과 대화를 하며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을까. 시계가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술을 꽤 마셨음에도, 나는 전혀 취하지 않았다. 산에 갇혀 있고, 여자 없이 남자만 있다는 사실은 나를 공포스럽게 해서 계속 나를 멀쩡한 상태로 유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조심스럽게 에디한테 가서 말했다.
 
“에디, 몇 시에 갈 거야?”
 
진짜 소곤소곤 작게 말했는데, 눈치 없는 에디는. 그래,.. 에디에겐 흥을 깨는 말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눈치 없는 에디는 세상 크게 말했다.

“오~ 염소, 이제 1 시인 걸? 우리 더 즐겨 야지~!!”
 
그 말이 시작이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게도, 그때를 기점으로 순간 남자들의 눈빛이 바뀌는 것을 발견했다. 갑자기 나를 3명이 에워싸며 처음엔, 조근조근 위협적이지 않게 말했다.

“너 파티가 재미없어?”
“우리 재밌게 놀아야지. 아직 1시 밖에 안됐어”

나는 순간의 기지(?)를 발휘해서

“오, 혹시나 빨리 갈까 봐 그랬어”

라고 하며, 같이 온 언니한테 달려갔다.

“언니. 좀 이상해 여기”
“왜?”
“애들이 우리가 가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눈치야. 진짜 찝찝해.”

한국말로 하는 말은 그들이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나의 숨길 수 없던 불안한 눈빛과, 나의 그 표정은 그들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나의 말과 동시에 주변을 훑는 언니의 모습은 아무리 취한 그들도 의도 파악이 쉽게 되는 그런 것이었나 보다.
그들은 술을 마시다 말고, 우리를 설득하기에 이르렀다.

“왜 집에 가려고 해.”

난 그다음 말이 정말 소름이었다.

“나 너한테 손대지 않을게. 넌 소파에서 자. 난 바닥에서 잘게. 나 믿지. 그렇지?”

정말 세계 만국 공통어도 아니고, 가벼운 남자들이 쓰는 레퍼토리 아닌가. ‘너에게 손대지 않을게’를 크게 강조하는 모습은, 정말 나를 손대겠다는 깊은 의지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내가 널 언제 봤다고 믿겠니. 차라리 지나가던 개를 믿겠다.
 
나는 그들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을, 내일 아침 조별 과제 모임이 있다는 말을 날렸으나, 돌아온 건 콧방귀였다.

“내일 아침 일찍 가면 되겠네. 그리고, 에디 술 마신 거 몰라?”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운전자가 없다니. 왜 이 멀리 떨어져 있는 파티에 오면서 그런 생각을 못 했을까. 우리는 이 지옥 같은 산속에서 도망칠 방법이 없었다. 나는 한껏 초조 해졌다. 그들은 마구잡이로 술을 권했지만, 이제 술은 눈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오히려 맨 정신이 찾아오면서, 컵 속에 있는 이물질이 너무 크게 보여서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그때 한 녀석이 내 팔목을 꽉 잡고 말했다.

“에디 술 마시고 운전해서, 경찰에 잡혀가는 걸 바라는 거야?”
 
팔목은 너무 아팠고, 같이 온 언니는 이미 다른 애들이 데려가서 또 둘러싸고 있었다.
 
그랬다. 우린 갇혔다.
 
그제야 에디는 상황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순간 에디와 눈이 마주쳤고, 우리에게 이목이 집중되었던 터라 에디는 브렌에게 이 상황을 빠른 속도로 조심스럽게 전달했다.
 
개구 진 말투로 에디는
나 그리고 나를 둘러싼 무리들에게 다가왔다.

“워워 왜 이렇게 다들 모여 있어.”

그 순간 브렌은 언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귓속말로 말했다.

“RUN”

이 짧은 단어는 정말 내가 망설임 없이 있는 힘껏 문을 향해 돌진하게 만들었다. 정말 나에게 구원과도 같은 한 마디였다.

나는 짧은 다리로 에디의 차를 향해 미친 듯이 돌진했다. 조금 더 발이 빠른 에디는 발 빠르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 그 파티에 있던 애들이 가만히 있었냐고? NO!!! 정말, 그들은 킹덤의 피를 갈구하는 굶주린 좀비 떼들처럼 뒤쫓아오고 있었다. 차가 조금만 멀리 있었어도, 바로 따라 잡혔을 것이다. 그리고 차에 타자마자 에디는 또 짧게 외쳤다.

“LOCK THE DOOR”

그렇다. 에디의 차는 수동이었다. 이게 아니라, 정말 위기의 순간이었다. 좀비 떼들처럼 그들이 문을 열려고 했고 우린 찰나의 순간에 문을 잠갔다. 그들 중 2-3명은 흥분해서 차를 흔들었다. 에디는 창문을 열고, 말했다.
 
“너네들 왜 그래!”
 
미국에 도착해서 2주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모든 말을 다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확실한 건 들었다.

“이럴 거면, 여자를 왜 데려왔냐”

내가 했던 오해는 오해가 아니라 사실이었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그리고 정말 지금 글을 쓰며 다시 한번 감사하는 건, 에디가 정말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는 거였다. 에디는 바로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이 차를 밟아 그곳에서 전력 질주로 벗어났다.

“백인들은 정말 멍청해”
“오 맞아. 머리에 들은 건 하나밖에 없어.”
“너희들에게 사과할게. 그런 이유로 데려온 거 전혀 아니고, 너네가 파티에 관심 있어서 데리고 온 거야. 이런 애들인 줄 전혀 몰랐어.”

정신이 제대로 박힌 말에, 나의 긴장의 끈은 풀어졌다. 우리는 그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우리를 거기서 벗어나게 해 준 것에 대해서.
 
만약, 정말 같이 갔던 에디와 브렌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고 싶지 않다. 그날 파티는 엄청 지옥과도 같았지만, 무사히 빠져나온 이후 이건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하나의 일화가 됐다. 이 글을 빌어 다시 얘기해야겠다.

-“FU*K YOU GUYS”
그리고
“THANK YOU EDDY, AND B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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