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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PRICORN Oct 22. 2020

나는 되고, 너는 안돼! 문학 시간의 그들

내로남불이세요?

문학 시간의 그들

때는 대학교 1학년 때였다. 문학의 이해라는 수업을 들었는데, 그 수업에는 우리 같은 1학년들보다는 복학생들이 더 많이 수강을 하고 있었다. 나와 친구들은 80명은 족히 수용할 수 있던 강의실의 맨 오른쪽 뒤 줄에 주로 앉아서 수업을 들었다.
 
그날은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들 3명이 숙취로 인해서, 나만 꾸역꾸역 아픈 머리를 쥐고 나와 수업을 들을 때였다. 수업 시간에는 어떤 영화를 틀어주었는데, 영화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엄청나게 충격적인 내용의 영화였다.
 
그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은 어릴 때 강간을 당해서 아이를 낳았고, 부모님은 여자 주인공의 아이를 동생으로 받아들였다. 강간이 본인이 잘못한 것임이 아님에도, 부모님은 여자 주인공을 비난했다. 시간이 지나 그 여자 주인공은 성인이 되어, 부잣집에 시집을 갔다. 시집을 간 첫날밤, 여자 주인공은 본인을 너무 사랑해 주는 남편에게 비밀이 있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그래서 본인을 이해해 줄 것이라 생각하고, 과거를 고백한다. 남편은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크게 분노하여 여자 주인공을 버리고 떠나버린다. 그 여자는 그 배신감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 마을 어디에도 버림받은 여자 주인공을 따뜻하게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그 여자는 온갖 고생이란 고생을 하며 복수의 칼날을 갈고 갈아 나중에 행복하게 사는 전 남편을 찾아가서, 그를 총으로 쏘고 본인도 자살한다. 그리고 그 영화는 그렇게 끝이 났던 것 같다.
 
있던 숙취가 더 울렁거리는 그런 내용의 것이었다. 이 수업은 영화나 문학을 한편 본 뒤 토론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나는 또 맨 뒤에 앉아있음을 감사하게 여기며 그 토론을 시청자의 자세로 지켜봤다.
 
그 토론의 주체들 대부분이 나이가 많은 복학생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의견을 내면서(사실 생각해보면 그들도 어린 나이다. 많아봐야 20대 중반 인걸) 고구마 같은 토론이 진행됐다. 그들은 영화에서 결혼한 남자의 그의 그런 행동이 충분히 이해한다는 말을 했다. 본인이 영화 속 남자였어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는 식으로 토론이 흘러갔다.
 
토론 진행 중에, 교수님은 이런 사연도 있다면서 설명했다. 그것은 교수님의 지인이 첫날밤에 본인이 처녀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혼을 요구당했다는(!!!) 그런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나는 혼자 자리에 앉아서 부들부들 말도 안 된 다는 생각을 하며 열이 받아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그 수업의 주류를 이루고 있던 왼쪽 앞자리의 수많은 복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아닌가!!!
 
교수님은 남자들의 반응에 ‘역시나’라는 얼굴을 하며, 아직까지도 남녀 간의 인식이 이렇다고 말을 하며 그날의 수업은 끝이 났다. 사실 나는 수업의 마무리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앞의 일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뒤의 중요한(?) 결론이 까맣게 잊혔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수업은 나에게 아주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성교육 수업이 없었고, 부모님으로부터 성에 대해 제대로 배운 적 역시 없었다. 그 이후, 맞닥뜨린 이런 주제는 너무나도 충격적이었고, 그 수업의 대 다수가 남자들이었기 때문에 한쪽으로 치우쳐진 의견들은 나에게 잘못된 인식을 가져다주었다.
 
수업을 들으면서 '지네들은 다 한 번도 안 해 봤나?’라는 반발심이 들었다. 그러나 대 다수의 남자들이 한 목소리를 낸 것이 내 마음 깊숙이 각인처럼 박혔다.
 
'여자는 순결을 지켜야 하는 것이구나!'
 
이 수업은 나에게 엄청난 잘못된 인식을 가져다주었다. 나는 이 수업 이후 약 2년이 지나서야, 조금은 더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남자는 되고, 여자는 안된다.'라는 것은 남녀평등에 심각하게 위배되는 행동이었다. 그리고 최근에 독서모임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조선 시대에도 물론 남녀 간의 불평등은 존재했지만, 일제강점기에 특히 남녀에 대한 차별이 더 심해졌다는 것이다.
 
지금 만약 이런 토론을 했다면 다른 내용들이 오고 갔을 것이다. 저 토론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세상의 인식들은 계속 변화되어왔고 지금도 변화되고 있다. 나는 앞으로 더 긍정적으로 바뀔 세상을 기대해본다.
 
그때, 같이 수업을 들었던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너네도 처음이 아닐 거면서, 세상 이기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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