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APRICORN May 25. 2020

나부터 돌아보자

염소 파헤치기

0.나 


나는 항상 ‘내’가 궁금했고, 지금도 그렇다. 내 여러 성격 중 어떤 게 진짜로 내 성격인지,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아직도 앞으로도 알아가야 할 것 투성이다. 


가끔은 나보다도 다른 사람들이 나를 더 잘 안다고 느낄 때도 있다. 그리고 외부의 수많은 자극들은 나의 내면을 돌아보게 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수많은 외부 자극들에는 스마트폰, 컴퓨터, 수많은 대중매체들이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 으뜸은 사람이었다. 사람 간의 관계에서 나는 특히 더 큰 자극을 받았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그들은 나에게 영향을 미쳐왔다. 나는 사람 간의 관계로부터 상처도 받았고, 감동도 받았으며, 슬플 때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내가 ‘나’로 있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나는 나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시간 여행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 여행을 떠나기 전 내가 처음으로 한 것은 MBTI라는 테스트였다. 그 테스트 결과 나는 INFP 유형이었다. 저 성격 테스트에 따르면, 나는 대체로 내향적이며, 미래를 추구하는 이상적인 사람이며, 공감을 잘하며, 일의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고, 그 과정을 통해 판단을 내리는 유연한 사고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민감성 테스트도 같이 했다. 민감성 테스트는 140점 만점이었고, 나는 118점을 받았다. 테스트를 하면서 ‘다들 이렇게 생각 혹은 행동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10명의 다른 사람들에게 만날 때마다 이 테스트를 권했다. 그 결과 내 주변의 사람들은 30-70점 사이의 다양한 점수가 나왔고 그들 중 나는 최고점이었다. 

 

일련의 성격 테스트들을 거치며 나는 내가 남들보다 조금 더 예민하고, 공감하고 어쩌고 하는 것들을 발견했다. 

 

이런 테스트들은 나를 알아가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수 백, 수 십만, 수 천만의 다양한 사람들을 다 대변할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앞서 하고자 했던, 나의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예민하고, 민감한 나의 성격으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말 ‘나 다운 모습’보다는 조금 더 사포로 문질러진 모습이 세상 살기에 조금 더 편리할 것이다. 모났던 각진 돌이었던 내가 여러 사람 간의 관계 속에서 어떤 풍화작용을 거쳤기에 ‘그나마’ 이렇게 무난하게 사회생활을 잘 하고 있는 것일까.


특히 나는 다른 사람들을 신경을 많이 쓰는 성격인지라, 이러한 자극에 반응해서 나의 성격을 꾸준히 수정해 왔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만약, 남을 조금 '덜' 신경 쓰는 성격이었다면 어땠을까. 나는 분명 아웃사이더로 세상을 살아왔을 것이다. 그것도 그 나름대로 궁금하긴 하다.


내가 이런 ‘나로서’ 살아가게 되기까지 나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왔다. 크게 도움을 주었던 좋은 사람들도 있던 반면에, 거친 세상을 몸소 깨닫게 해주었던 나와 맞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지금 그 사람들을 나열해보고자 한다. 그들은 좋게 말해서 맞지 않은 사람들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정말 나에게는, 틀려먹은 사람들이었다. 그래도, 그들 덕분에 내가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 



아. 물론 고마운 건 전혀 없다. 

단지, 잘 겪어온 내가 대견스러울 뿐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