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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PRICORN Sep 0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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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같지 아니하고 다름. 또는 그런 정도나 상태.


A님의 의견은 잘 들었습니다. A님의 의견의 a 부분은 어느 정도 공감하는 바이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내가 생각했던 의견 교류의 장은 이랬다. A말도 들어보고 B말도 들어가고 아 너의 의견은 이렇구나, 나의 의견은 이러해. 그래? 우리는 서로 다르구나. 나를 한번 설득해 보겠니? 아니 너의 주장은 이러이러해서 나의 의견과 맞지 않아. 정반합의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그렇지 않은 듯하다.


지난 정권에서 현 정권으로 정권이 교체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동기 카톡방에서 일어난 일이다. 동기가 몇십 명 되는 방에서 우리는 모두가 친할 수 없다. 심지어 그들의 성향도 알지 못한다. 물론 전 정권은 잘못을 했고 마땅히 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었다. 세상은 다양하고 그들의 의견은 모두가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은 모두가 통감하는 부분이라 해도, 동기 한 명이 여전히 지난 정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서 뇌도 없는 병신들(조금 더 심하게 사용하긴 했다)이라고 지칭하며 열을 올리고 있었다. 둘셋 정도는 그를 지지했으나 다른 동기들은 말을 하지 않았다. 너무 거친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으나 또 한 편으로는 아직은 서로의 성향을 모르는 몇십 명이 모인 카톡방에서 굳이 그런 이야기를 하야하는가.라는 생각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났다. 점차 사람들은 양극화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정치뿐이 아니다. 남녀는 서로를 갈라가며 싸우고 있다. 각자 서로의 진영의 얘기만 하는 것이 킬링 포인트다. 그리고 이런 양극화는 아쉽게도 내가 속한 10대에서 30대 사이가 특히 심했다. 부모님 세대들과 이야기해봐도 그들은 이런 것에 둔감했다. 과도기에 있는 세대가 우리여서 그럴까. 하지만 부모님 세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도 과도기도 우리도 과도기다. 세상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는 데에 비해   그것을 뒷 받쳐줄 윤리가 부족하기 때문일까.  그리고 그 동기는 또 카톡방에 남녀문제를 화두에 올렸다. 왜 여자 성추행범의 형량이 고작 이것이냐는 거였다. 남자만 차별을 받는다.라는 것이 요지였다. 또다시 카톡방은 조용해졌다. 동기들의 75%가 남자들이었는데 그중 둘셋 빼고는 또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다. 여자 동기 한 명이 진정해.라고 말했으나 팩트는 인정하라면서 화가 잔뜩 나 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사내 메신저로 다른 동기가 그 여자 동기에게 메신저를 보냈다. " 말 안 섞는 게 답이야. " 이렇게. 한 진영의 말이 다 옳다고,  " 반박 시 매국노." 화법은 무시가 답이긴 했다.


그렇게 동기 방을 겪은 지 2년이 지났다. 지금은 주변의 대부분이 다 이런 화법을 쓰는 듯하다. 한마디로 더 심해졌다. 각자의 커뮤니티에서 그들만의 세상에 있어서 일까. 아니면 알고리즘의 블랙홀에 갇혀서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된 것일까. 정치판은 원래 그랬다. 자신의 의견 통하지 않으면 그들은 책상도 뒤엎었고 머리카락을 잡고 싸웠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내가 어릴 때 텔레비전을 보면 느낀 게 그거 하나였다. 싸우는 데는 관심이 없는 나는 결국 정치에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요즘은 가는 곳 대부분이 싸움판인 것 같다. 내가 마음 편하게 발을 놓을 곳이 사라져 가고 있다. 싸움은 피로하다. 그것을 보는 것 역시 피로하다. 피로도가 오르고 있다.


사람은 모두가 같을 수 없다. 서로 다른 우리가 있었기에 지금 이렇게 발전한 것이다. 이것은 학문에만 적용할 것이 아니다. 그리고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우리 세대들은 또 다른 이들에 의해  이용되는 것 같다. 싸움을 중재하기는커녕 이용하는 것. 패가 될 수 있다면 다 이용하는 것. 그것이 맞는 것인가. 강 건너 불구경을 할 것이 아니라 소화기를 건네주는 것. 그것이 그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그리고 우리도 과거에 배웠던 것처럼 비록 힘들지만 듣기 싫지만 옆사람 의견을 한번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마음의 여유가 없는 이 시대에 자극적인 정보의 홍수 속에 그 정보를 필터링이 힘든 지금. 나도 그곳에 먹혀버리진 않을까. 그렇다고 방관자가 되는 것이 옳은가. 방관자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민만이 쌓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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