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내가 신기해지는 날.
5년 정도 취미로 꾸준히 다닌 미술학원의 연령대는 꽤 천차만별이다. 젊은 사람부터 연세 있으신 분까지 다양하다. 이 미술학원에서 나이 조금 있으신 아주머니에게 매주 빠지지 않고 듣는 말이 있다.
"아니 왼손으로 어떻게 그림을 그려?"
아무런 악의 없이 하는 말이 분명할 텐데도 왼손잡이 아니, 교정해서 반 왼손잡이가 되어버린 나의 기분은 팍 상하곤 한다. 나도 물론 가만히 웃고 넘기는 스타일은 아니라 단호하게 말을 하곤 한다.
"왼손 잡이니까요?"
"그러니까 신기해~ 왼손으로 어떻게 그렇게 그림을 그려? 나는 못해~"
"다른 사람의 오른손이 저에게는 왼손이니까, 신기한 게 아니라 당연하죠~"
"어쩜 왼손으로 그림을 그리지?"
막힌 벽에 대고 대화를 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이 오셔서 중재 아닌 중재를 하시긴 한다.
"회원님이 오른손으로 그림 그리는 것처럼 이 회원님은 왼손으로 그림 그리는 거예요~ 다 똑같아요."
"아유 신기해~"
(반) 왼손잡이인 나는 매주 이렇게 신기한 사람 취급을 당하곤 한다. 사실 매주마다 듣고 있는 말이라 무시할 법도 하지만 동방예의지국에서 어른의 말은 무시하지 말라고 배웠기 때문에, 위의 대화는 항상 약간의 오차를 동반한 채 매주 반복되곤 한다. 지금은 오히려 이 대화가 언제쯤 끝이 날까 관찰자적인 입장에서 바라보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오늘도 이 대화는 반복됐다. 시큰둥한 반응에도 끊임없이 말하시는 아주머니를 보며 확신하는 건 하나 있다. 분명 E, 외향형이라는 점.
사실 요즘엔 왼손잡이, 오른손잡이 차별을 하는 게 드물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은 왼손잡이를 배려해달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랬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왼손으로 활동하는 사람을 신기해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은 오히려 흥미롭다.
그러나 과거에는 다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시절이 분명하게 있었다. 왼쪽과 오른쪽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게 없었고 개념을 확립해 나가던 시절, 유치원 선생님이 오른손은 "밥을 먹는 손"이라고 알려주셨기 때문에, 나의 '오른손'이 '왼 손'이었던 적이 있다. 그랬기 때문에 줄을 섰을 때 나 혼자 열에서 벗어나는 일들이 있었고, 이런 일들을 통해 나는 내가 다수, 대부분의 사람들과 쓰는 손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모님은 크게 내 손을 교정시키길 원하지 않으셨지만, 할머니와 밥을 먹을 때는 항상 혼나곤 했다.
"바른 손으로 먹어야지."
왼손은 바른 손이 아니라 잘못된 손이었다. 그러나 고집 센 나는 밥 먹는 손, 바르지 못한 왼손을 고집했다. 그러나 글씨를 때 항상 시꺼멓게 변하는 왼손과 내 옷이 가여워져서 결국 글씨는 오른손으로 연습해서 교정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글씨를 쓸 때만큼은 다수에 속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글씨 외의 모든 것들은 왼손을 사용하기 때문에 나는 완벽한 양손잡이, 오른손잡이는 될 수 없게 됐다. 심지어 왼손으로 글씨를 쓴 지 오래돼서 이제 왼손으로 글씨를 쓰면 한없이 어색하기까지 하다. 매우 우스운 일이다. 몇 달 전에야 알게 됐는데 나는 왼발잡이가 아닌 오른발 잡이었다!
나에겐 "당연한" 것이 남들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요즘에는 사람들이 고착화된 박스에 자신을 가두고 있기 때문에 너와 나의 다름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를 기대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나 또한 마찬가지. 그러나 매주, 나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고마우신 미술학원의 아주머니를 마주하며, 나 자신은 차별이 섞인 시선으로 남을 바라보진 않을까라며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