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이지만 '마케팅'이란 업은 해당 전공을 배운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직접 뛰어들어 경험하고 느끼기 전까진.
문과도 아니고 이과도 아닌 예체능 출신인 나는
순수미술학부 서양화를 전공해서,
입시미술학원 강사를 거쳐,
반쪽짜리 웹디자이너를 하다가,
마케터가 되었다.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늦게나마 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줬을 뿐인데
값진 고생을 함께 했더니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알게 되었다.
지나고 보면 별 것 아니고 우스운 일들인데
그 당시엔 인생의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처럼 매 순간 진지하고 걱정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
10대나 20대나 그들만의 걱정거리와 고민, 치열함, 선택의 순간이 있는 것처럼.
나이가 서른이 되도록..
여전히 난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었고, 온전히 내 삶을 살아본 기억이 별로 없었다.
기존의 울타리와 익숙해진 환경들을 벗어던지고.
낯선 환경, 낯선 사람, 새로운 만남, 더 넓은 활동 반경, 더 큰 꿈, 반대 극복, 평범하지 않은 일상.
이런 것들과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느낀 건,
난 혼자 하는 일 보다 여러 명이 함께 일궈내는 것에 큰 희열을 느낀다.
난 돈 냄새를 맡아도 결국엔 다른 선택을 한다.
생각보다 인정 욕구가 강한 사람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승부욕이 꽤 강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들은 나에게 별 관심이 없다.
난 완벽주의자가 아니라 겁이 많은 거다.
등등.
몇몇 새로운 사실을 마주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알 수 있었다.
우연히 마케팅 업무를 접하며, 새로운 적성을 찾고 희열을 느끼는 과정 속에
나 스스로에게 고마웠던 건, 늦게나마 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준 것.
우리는 생각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어떤 걸 더 잘할 수 있는지
충분한 환경과 시간을 갖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남의 시선과 주변의 기대 속에.. 그렇게 남의 인생을 살아왔으니.
나도 나를 잘 모를 때가 많다.
정상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며 무엇을 싫어하는지.
진짜 솔직한 나를 발견하고 마주하려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낯설고, 새로운 환경에 나를 마주해보면 된다.
학창 시절
숫자와 친하지 않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며, 그림을 곧 잘하고, 축구를 아주 많이 사랑하던
그런 평범한 사람이
매 순간 퍼포먼스를 내야 하는 디지털 마케터로서의 삶을 살고 일을 줄이야.
그런데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난 참 좋다.
무엇보다 즐겁고, 재밌고, 나 답다고 느껴지니까.
앞으로 또 어떤 재밌는 일들이 내 앞에 나타나든
가장 나 다운 걸 찾을 수 있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도전할 생각이다. 그 자체가 귀한 선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