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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을지 Sep 24. 2019

디지털 마케터가 되고픈 취준생의 질문들


디지털 마케터가 되고픈 취준생, 대학생을 만날 때마다 몇 가지 공통된 질문을 받는다.

그 중 6가지만 추려 봤다.


지난주 경희대학교 학생들 대상 디지털 마케팅 입문 교육을 하고 왔는데 역시나 비슷한 경험이었다. 사실 취준생이기도 한 그들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더 와 닿을까? '전달하는 방식'에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그들이 더 궁금해하고 알고 싶은 건 따로 있었다.


(나의 최애 드라마 중 하나...미생)


1. GAIQ, 검색광고 자격증 등 관련 자격을 취득하면 입사하는데 유리한가?

> 동일 조건의 경쟁자를 두고 본다면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게 당연히 유리하다. 하지만 자격증은 자격증일 뿐, 실무를 전혀 해보지 못한 입장에서 취득한 자격증은 무용지물이란 것. 실무자라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얼마나 더 성의를 보였느냐의 개미 똥구멍만큼 가산점 정도 줄 수 있는. 딱 그 정도.


2. 취준생이라 경험이 없는데 데이터 분석이나 그로스 해킹을 접목한 사례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 하나.

> 없으면 이야기 안 하면 된다. 그런데 무언갈 분석하고, 개선하는 행위가 꼭 마케팅 범주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매년 대학생 MT참여율이 저조해지고 있다고 치자. 그중 1학년 여학생 참여율이 가장 두드러지게 저조하다는 걸 파악할 수 있었고, 그 불안요소를 해결해줄 수 있는 몇 가지 보완재를 마련한 뒤 결과적으로 기존보다 높은 참여율을 이끌어 냈다면 이거야말로 해피엔딩 아닌가. 그렇다고 자소서에다가 이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 적진 말자. 어리석은 짓이다. 몇 마디 이야기해보면 금방 탄로 날뿐더러 이 바닥 생각보다 좁다 ㅎ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맹점은 내 신분에 대한 제한사항이 아니라 잘 찾아보면 사소한 불편을 해결할 만한 대단한 일들이 주변에 꽤 있다는 거다. 이때 필요한 건 관찰력이다. 면접관은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 일에 참여했느냐 보단 문제를 발견하고 풀어나가는 방식에 관심이 있다.


3. 대외활동이나 기본 스펙이 대부분 비슷한데 여기서 무엇을 더해야 할까.

> 사실 난 이 질문이 나올 때마다 숨고 싶다. 마땅한 답변이 없거니와 나의 20대와는 다를 테고 나부터가 내세울만한 스펙이 1도 없기 때문이다. 무언가 솔루션을 기대했다면 정말 미안하지만.. 내 대답은 깊은 공감과 묵묵한 응원이다. 나 역시 취업난에 허덕이는 세대를 관통했으나 지금의 취준생들은 그 어떤 때보다 더 치열하다. 그리고 누구보다 상향 평준화된 스펙과 능력치를 보유하고 있다. 태어난 타이밍이 안타까울 뿐. 하지만 그렇다고 신세한탄만 할 수는 없다. '나음보다 다름' 이란 도서 제목처럼 또 다른 결핍을 채울 수 있을 만한 '다름'을 나에게서 계속적으로 발견해야 한다. 마치 수능이 끝난 후 대학 합격이란 정점에 달해 모든 것이 해방되는 느낌을 받다가 졸업시즌에 엄청난 초조함에 휩싸이는 것처럼 이 문을 열고 나가면 또 다른 문이 기다리고 있다. 점점 더 냉정하게 자기 증명해야 하는 문을 마주하고 열어가야 한다.   


4. 입사하면 가장 많이 하는 일이나 다루는 툴이 무엇인가.

> 이건 기업 규모와 포지션에 따라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료조사나 단순 보고서 작성을 많이 하게 된다. 그 외 종종 잔심부름도 하게 되고, 예정됐던 일, 반복되던 일 외에도 스팟성 업무는 항상 주변에 도사리고 있다. 주로 다루는 툴은 단연 엑셀과 ppt다. 이 두 가지만 있으면 거의 모든 문서작업은 무적이 된다. 헌데 예상외로 '포토샵'을 쓰는 마케터가 꽤 많다. 이건 미적 감각까지 뛰어나서가 아니라.. 기다리다 지치거나 답답해서 직접 배워서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스타트업이나 규모가 작은 기업 내 부족한 디자이너 자원에 기인한다. 하지만 어떻게든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더라.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은 '엑셀'이다)


5. 신입으로서 잘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혹은 선임에게 인정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그전에 성장을 하고 싶은 이유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왜 내가 성장하고 싶은지, 그것이  스스로에게 얼마나 오랫동안 내 삶의 동기가 되어줄 수 있는지부터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선임된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후임은 태도와 학습효과가 좋고, 본인 업무에 생각을 담을 줄 아는 후임을 좋아한다. 간혹 신입들에게 똑같은 보고서 작성을 시키더라도 문제없이 잘 해내지만 루틴 업무처럼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사람은 그 와중에 튀는 데이터를 발견하고 그에 대한 원인을 다방면으로 고민하여 나름대로의 가설이나 논리를 코멘트로 함께 전달한다. "보고서 데이터 중 이러이러한 부분에 문제가 있어 보여 확인해보니 요런 원인 같은데 제 생각이 확실치 않아서 말씀드립니다." 라는 한 줄 코멘트는 선임이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몇 가지 옵션 중 하나를 걷어내 준 셈이다. 이러한 신입들은 하나를 가르쳐주면 둘셋을 소화하는 편인데.. 솔직히 가르쳐주지 않아도 지들 알아서 어떻게든 성장하더라.


6. 마케팅 비전공자인데 취업에 불리하지 않을까. 

>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케바케이지만 내 경험이나 주변의 대다수 전문가들을 보면 전공따윈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특히나 요즘은 너무나 빨리 그리고 자주 바뀌는 디지털 환경이라 누가 더 민첩하게 반응하느냐가 훨씬 중요해졌다. 아직까진 대부분의 대학교 전공수업이 이런 환경을 적시적으로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실무자들도 모여서 이야기하면 모두 다 동감하는 이야기들이고 그래서 전공자들에 대한 기대치가 딱히 없다.

전공자의 유무보다 마케팅을 잘할 수 있는 기질과 정답보단 해답을 찾아나갈 줄 아는 사람인지, 그걸 훨씬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걸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게 내가 경험하면서 변화시킨 내용들. 그게 대외활동이든 인턴십이든 아르바이트든 뭐든 상관없다. 대부분의 취준생들이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 추가하는 활동은 많지만 대부분 경쟁력이 낮은 이유는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떤 인사이트를 얻었으며, 결과를 내기까지 어떤 시도를 직접 해봤는지가 중요한데 안타깝게도 참여 자체에 의의를 둔 탓인지 이러한 스토리텔링이나 자기 표현력을 보였던 경우가 참 드물다.

입장 바꿔 놓고 생각하면 된다.

당신이 누군가를 채용해야 하는데 하나같이 처음 본 사람이라면 무엇을 생각하고 봐야 하는지.



여기까지가 공통된 질문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답변이다.

이제 내가 받은 공통된 느낌을 정리해보자면 그들은..


- '디지털 마케터' 직무 이상으로 '취업' 자체에 간절한 목마름이 있었다.  

- '디지털 마케팅'이라는 무형의 직무에 대하여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은 것에 답답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 마케팅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 가득한 친구가 있는 반면, 시류에 휩쓸려 막연한 간판을 원하는 친구도 있었다.

- 생각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퍼포먼스 마케터', '데이터 분석', '그로스 해커' 등 몇 가지 용어에 꽂혀 있었다.

- 퍼포먼스 마케팅은 숫자를 잘 다뤄야 하고, 콘텐츠 마케팅은 크리에이티브 능력이 좋아야 한다는 이분화된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다음엔 내가 공통적으로 느낀 위 사항에 대하여 지극히 주관적인 내 생각을 써볼까 한다.

확실한 건 듀얼 모니터에 현란한 분석 툴과 KPI를 번갈아보며 메일을 작성하는 와중에 한쪽 어깨로 클라이언트와 통화를 하는 멋진 모습은 생각처럼 자주 일어나진 않는다는 것이다..ㅋ

(혹시나 정답을 맞추신 분께 맛있는 밥한끼 쏩니다. 단, 서울로 오셔야 합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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