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바다를 가져다 부어도

by 가가책방

눈 못보는 사람은 모르더라

자기 손 이끌어 주는 사람의 어여쁜 얼굴

그런데 그게 아닐거야

눈 못보는 이의 마음은 얼굴을 향하지 않고

와닿은 손길의 온기를 느낀거겠지

눈 보이는 나는 모르는 걸

눈 못보는 사람은 잘 알고 있겠지


외롭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겠어


너와 나

우리 삶이 뿌리 내린 토양이 다른거야

너는 늘 외롭다 하고

나는 늘 누구나 외롭다 하는 식으로

아주 조금 다른거지


사막에도 비는 내린다지

새벽이면 이슬도 맺힌다지

그래도 사막인 건 머금지 못해서라더구나


온 바다를 쏟아부어도 사막이 바다가 되지는 않을거야

오래 전에는 그 사막도 바다였다잖니

그 많은 물이 어디로 가버린 걸까

네가 부어준 사랑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외로움을 사랑으로 채우려는 게

사막을 바닷물로 채우려는 것만 같이 보여

외로움은 외로움으로 두고

사랑은 사랑으로 두어야지


사랑받는 너는

눈 보이는 나만큼이나 모르는구나

사랑이 외로움의 대체물이 아니라는 걸

얼굴 못본다고 마음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라는 걸


사랑받지 않는 사람이 어디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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