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등은 내게 맡겨
연필을 깎아 날카롭게 하기는 쉬워도
둔했던 처음으로 돌릴 수는 없거든
날카로움이 닳아 둥글어지면
다시 못참고 깎아 날카롭게 하거든
깎고 깎으면 날카로워지지만
연필은 마지막에 못쓰게 되고 말거든
부드럽게 할 수 있는 말을 날카롭게 하지
날카로운 말이 깊이 파고들거다 하거든
말이 남긴 상처도 시간 가면 낫는다지
그러면 더 날카로운 말이 아니면 들어가지 않거든
상처가 흉터가 되고 아픔이 사라진 것 같아도
결국 굳어져 딱딱해진 가슴만 남거든
남을 보기란 쉬운 일이라
날카롭게 잘못을 짚어내고는 하거든
눈은 높은 데 달려서 두루 볼 수 있다지만
고작 눈 아래 앞만 볼 수 있거든
등 뒤의 일은 너도 모르지
이제 곧 비행기가 너를 들이받을 거거든
둥글어져야지.
네 등은 내게 맡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