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워지기는 쉬워도

네 등은 내게 맡겨

by 가가책방

연필을 깎아 날카롭게 하기는 쉬워도

둔했던 처음으로 돌릴 수는 없거든


날카로움이 닳아 둥글어지면

다시 못참고 깎아 날카롭게 하거든


깎고 깎으면 날카로워지지만

연필은 마지막에 못쓰게 되고 말거든


부드럽게 할 수 있는 말을 날카롭게 하지

날카로운 말이 깊이 파고들거다 하거든


말이 남긴 상처도 시간 가면 낫는다지

그러면 더 날카로운 말이 아니면 들어가지 않거든


상처가 흉터가 되고 아픔이 사라진 것 같아도

결국 굳어져 딱딱해진 가슴만 남거든


남을 보기란 쉬운 일이라

날카롭게 잘못을 짚어내고는 하거든


눈은 높은 데 달려서 두루 볼 수 있다지만

고작 눈 아래 앞만 볼 수 있거든


등 뒤의 일은 너도 모르지

이제 곧 비행기가 너를 들이받을 거거든


둥글어져야지.

네 등은 내게 맡겨.

매거진의 이전글사막에 바다를 가져다 부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