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강의_랜디 포시
삶의 방식을 두고 이래라 저래라 하거나, 어줍지 않은 위로의 말을 건네는 자기계발서는 좋아하지 않는다. 이 글의 제목이나 책의 제목만 보고 '자기계발서인가 보다'했을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이 책은 꿈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자기계발서는 아니다.
이 책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즐겁게 살아가려 애썼던 한 남자의 기록이자, 꿈의 흔적이다. 그리고 자신의 뒤에 남겨질 이들을 몹시 염려하면서도 믿었던 남편이자, 아버지의 마지막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 여자의 남편이자 세 아이의 아버지로, 한 대학의 인기 있는 교수로 즐거운 삶을 살아가던 사람에게 시한부 선고가 내려진다.
췌장암.
발견 이후 생존율이 무척 낮은 지독한 암이다.
수술과 화학 치료가 실패하면서 남은 수명은 수개월로 줄어든다. 이 책은 시한부 선고 이후에 있었던 강의와 그 전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과 함께 했던 사람들에게, 학생들에게, 아이들과 아내에게 남기는 마지막 강의였다.
이 책은 온통 자신이 어떻게 꿈을 이루어 냈으며,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진부한 자기계발서들 속에 담긴 내용이나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같은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살 날이 몇 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한부인 남자의 말 같은 것 말이다.
다른 의미로 이 책은 '유서'라고 생각해도 억지스럽지 않다. 또한 자신의 아이들에게 남기려고 했던 말을 담았다는 것에서 유언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자기계발서에 적힌 말들도 사실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말들은 어디까지나 만족스러운 현재의 삶을 전제로 한 자기 과시적인 면모를 지우지 못한다. 그러나 미래가 '없는' 사람이라면, 도무지 '만족할 수 없는' 상황에 있는 사람이 하는 말이라면, 그 말들의 무게는 달라진다.
책 속에 담긴 내용은 앞서 얘기했듯이 자기계발서에서 익히 보아온 것들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다른 데에 있다. 랜디 포시가 전하는 이 말들은 이론적인 것이거나 전해 들은 것이 아닌, 경험하고, 직접 배운 것이라는 거다.
그것을 알아차리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누구나 하나나 둘 쯤은 특별히 잘할 수 있는 것을 타고 난다. 특별히 배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게 되는 대부분의 것은 배움이라는 과정을 통해서만 얻어진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고 해도 배우지 않으면, 연습하지 않으면 그 뛰어남은 평범함이 되고, 결국 평범한 것도 못 되는 것이 되어버린다.
이 책에서 단 한 문장만 뽑으라고 하면 이 문장을 뽑을 것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결합되었을 때, 우리는 보다 나은 사람이 된다는 것을.
모든 결합이 더 나은 지점을 향한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어떤 결합이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지 말이다.
이 이야기에 앞서 나온 것은 랜디 포시의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서로의 어려움을 알고 이해하며 돕게 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소년 야구 리그 감독관을 하던 랜디 포시의 아버지는 심판을 찾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조금 더 나이가 많은 야구 리그 아이들에게 심판을 시켰다. 그 결과 아이들은 심판이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 힘든지를 알게 되고, 나이가 어린아이들은 자신들보다 나이가 많은 이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들이 해야 할 것을 깨우쳤다.
사람들은 권리와 의무를 나누어 생각한다. 권리만을 얻고 의무는 지지 않으려고 한다. 어른들이 그렇게 행동하기에 아이들 역시 권리와 의무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야구는 하고 싶지만 심판은 하고 싶지 않고, 심판은 하기 싫지만 야구는 보고 싶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랜디 포시의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심판을 맡기는 일을 통해 권리와 의무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일깨웠다.
혼자서는 알게 할 수도, 배울 수도 없는 것을 공동체, 다른 사람과의 결함을 통해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던 것이다.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기술이나 생각, 사고가 향상되었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혼자만 달라져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은 더 나아진 그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시한부 인생을 사는 한 남자의 이야기임에도 너무 가볍게 읽힌다. 삶과 죽음을 있는 그대로 보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만 보여준다. 그래서 너무 경쾌하게 읽힌다.
"제발 죽지 마."
"나도 죽기 싫어."
이런 말들을 감추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 남겨질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남아있는 자신의 삶을 위해 정말 모든 것을 다한다.
이 책에는 보탤 말이 없다. 그저 내 삶을 최선을 다해, 즐겁게 살아가야겠다는 다짐 말고는.
폭력적이고, 부자연스러운 죽음, 갑작스러운 사고에 의한 모든 죽음을 애도한다. 그들에게는 이별을 준비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으므로, 그런 슬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거듭되지 않도록, 그렇게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