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라는 이름의 거인

나는 아버지입니다_딕 호이트, 던 예거

by 가가책방
나는 아버지입니다.JPG

20분 만에 이 감상을 끝낼 작정이기에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달린다!


정말 신기하게 느껴지는 게 있다.

실화가 허구보다 더 믿을 수 없는, 기적처럼 보이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이 책 속의 주인공인 딕 호이트와 그의 아들 릭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이 이야기는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모든 순간이 영화 같다. 너무나도.


릭은 출산 중의 사고로 전신 마비 환자가 된다. 그러나 그의 부모는 그를 포기하지 않는다. 일반인들이 다니는 학교에 진학시키고, 말을 할 수 없는 아들과 대화하기 위해 거의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그 결과 아들과의 의사소통 수단을 만들어 내게 된다. 그다음에는 릭이 그의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와 함께 달리고 싶어요."

이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이들 가족의 이야기는 필연이다. 어디에도 우연한 것은 없다. 이들 부자의 레이스가 화제가 되어 세상을 감동시켰을 때 아버지 딕 호이트는 이렇게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부자의 모습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 인생에 큰 변화를 만들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매번 놀라곤 한다. 나와 릭이 아주 뛰어나거나 위대한 사람이 아닌데, 단지 갖고 있는 아픔을 희석시켜 삶에 더 큰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도록 어떤 계기를 만들어낸 것일 뿐인데 말이다. 오히려 우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더 큰 감동을 받아, 더 열심히 살아가는 힘을 얻게 된다.
<나는 아버지입니다> 중

위에 적은 부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아버지 딕 호이트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선순환을 실감하고, 그것을 삶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절망하기보다 희망을 놓지 않는 타고난 노력가인 셈이다.

행복, 행운은 작은 것이라고 해도 노력이 없이는 따라오지 않는다. 행운 조차 능력이라는 말은 그런 의미다. 이들의 삶은 오히려 불행으로 가득했을 수도 있다. 절망과 포기로 이어지는 게 오히려 더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릭의 부모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이 갖고 있는 아픔을 희석시킬 수 있도록, 그 아픔을 통해 삶을 더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살았을 뿐인 거다.


처음부터 아버지 딕이 아들과의 레이스를 잘했던 것은 아니다. 장비도 없었고, 체력도 약해서 쓰러지다시피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계속 노력했고 다시 노력했다. 노력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아들이, 릭이 자신과 함께 달리기를 바란다는 것.


많은 시간이 지나 아들과 함께 하는 레이스에 익숙해진 후에 한 기자가 아버지에게 혼자 달리면 더 좋은 성적이 나올 수도 있겠다고 말하자 딕은 이렇게 말한다.

그 질문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 그런 제안을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혼자서 달리다,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아들 없이 달리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릭이 없다면 나는 달리기는커녕 두 팔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도 몰라 쩔쩔맸을 것이다. 내가 달리기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들 릭 때문이었다. 나는 기자에게 웃으며 말했다.
"난 아들 없이는 달리지 않습니다."
<나는 아버지입니다> 중

그의 말 그대로다.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라면 달리지 않았다. 그가 달리는 이유도 목적도 모두가 아들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가 감동을 주는 이유는 바로 이런 부분 때문이다. 기적 같은 레이스 성적이나, 아들이 전신 마비라는 사실 같은 것이 아니라 그들이 달리는 이유가 '함께 하기 위함'에 있다는 것이다.


비록 몸을 움직일 수는 없어도, 의사소통이 간단하지는 않아도, 전신마비라고 해도 아들 릭은 살아있으며, 생각을 하고, 꿈을 꾸고, 행복을 원한다. 그리고 그 생각, 꿈, 행복과 같은 모든 것이 아버지와 함께 달리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었던 거다.


어쩌면 릭의 부모는 그에게 미안해하며 평생을 살게 됐을 수도 있다. 때로는 낳은 것을 후회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들은 강해졌고, 아들 역시 강하게 자랐기에 모진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놓고 절망하기보다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택했다. 이런 것이야 말로 인간 승리가 아닐까.


이 책의 표지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아들과 가장 헌신적인 아버지가 펼치는 아름다운 레이스


함께의 힘은 이토록 강하다.

그리고 함께 할 때 기적이 시작된다.

걷지 못하던 사람이 걷게 되는 것은 신의 영역의 기적이다.

그러나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이 함께 함으로 움직이게 되는 것은 가장 인간적인 기적이다.


그 어떤 기적보다 놀랍고, 아름다운 기적을 만났다.


- 그리고 정말 20분 만에 이 감상을 적었다.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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