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음 페이지에서 만나요.

어쩌면 당신이 만나지 못했을 운명 이야기

by 가가책방
당신을 만난 다음페이지.JPG

이 책을 나의 말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지만, 작가의 말로 설명하기는 간단하다.

작가는 책의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아마도 누구나 이런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책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읽을 기회를 주기에. 그러나 아무나 이런 책을 쓸 수는 없을 것이다. 모두가 책을 읽고 사는 것은 아니기에.
《당신을 만난 다음 페이지》중

누구나 이 책에 담긴 것과 같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은 엄밀히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다는 말은 사실이다. 모두가 책을 읽고 사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모두가 글을 쓰며 살지는 않기에 그 기회란 평등하지만 동등하지는 않을 수 있겠다. 이런 작가의 말, 마음이 참 좋아서 기억에 남았다.


'조안나'라는 작가는《달빛 책방》에서 처음 만났다. 만났다고 하면 어쩐지 쌍방이 대면한 것 같으니까 알게 됐다고 고쳐야겠다. 독서 에세이는 즐겨 읽어왔지만 그렇게 좋아하는 작가가 없었는데 조안나 작가의 글은 그냥 좋아졌던 기억이 남아있다. 《혼자 책 읽는 시간》의 니나 상코비치와 비슷한 느낌이 났다. 이 책도, 작가도 좋아한다.


이 책이 매력적인 건 단순히 독서 기록이나 목록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한 사람의 독자로서 성실하고 또 진실하게 책과 밀착되어 있는 느낌, 둘이 하나 같다는 일체감을 읽는 이에게 전할 줄 아는 독서가는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누구나 이런 글을 쓸 수'는 없다고 말해야 옳은 건지도.


같은 악보를 보고 연주를 해도 솜씨 좋은 연주자가 내는 소리, 음률은 다르다. 초보자도 그런 것은 알아차릴 만큼 다르다.


자기의 경험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흐리거나, 불분명하게 만들지도 않는 솜씨.

작가가 소개하는 책들을 모두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매혹의 마력.

아직 읽지 않았음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읽을 것이 많이 남았음을 기뻐하게 만드는 사고의 전환.


장점 찾기에 인색한 나도 순식간에 서너 가지쯤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조안나 작가의 글은 매력적이다.


아마 나는 이런 글은 평생 쓰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읽기 좋아하는 글은 남의 글이지 내가 쓴 글이 아니고, 내가 잘 쓰는 글은 형식도, 느낌도, 목적조차도 다르기 때문이다. 어쩌다 보니 잘 쓴다고 적고 말았는데 또 그렇지도 못하다는 걸 알기에 얼른 부끄러워지고 만다.


길게 덧붙일 말이 없어 순식간에 간단하게 적고 만다.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조안나 작가의 책이나 니나 상코비치의 책을 찾아 읽어봐도 좋겠다.


이 책 다음에 만날 페이지는 내가 정하는 게 아니라, 그저 이끌리는 거라고 생각한다. 처음의 이끌림은 불분명할 수 있다. 그럴 때는 손이 가는 곳에 있는 책을 집어 들고, 만져보고, 펼치는 것부터 해보는 건 어떨까.


다음 페이지, 어쩌면 그다음 페이지에서 우리의 운명을 가로지를, 어떤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일단은 안녕을, 우리 다음 페이지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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