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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가책방 Nov 03. 2016

너희 욕된 시인들아

문단_내_성폭력

시인의 언어를 익히지 못한 나는 종종 열등하였다
이제 더럽지 않은 나의 언어는 언제나 월등하였다

언어를 조각해야 할 시인이 죄목을 새겨왔단다
욕되고 헛된 욕망을 풀어 시를 지었단다

협박 말고 고백을 했어야 하였다
위력 말고 매력을 뿌려야 하였다
불륜 말고 인륜을 맺어야 하였다
동정 말고 순정을 다해야 하였다

전하기를 얽매이지 말아라 하였다 한다
파격이 너희의 시를 자유케 하리라 하였다 한다
그리하여 그리도 과격히 짓밟을 권리를 얻었던가

외투를 벗고 허리 띠를 끄르라 하였으리라
속옷을 풀어 무엇으로부터 해방되었던가
해방은 커녕 인간의 길마저 훼방하지 않았던가

욕망으로 짓는 시를 가르치던 너희야
대체 어느 위대한 시인이 더러운 욕망으로 시를 지었단 말이냐
추한 욕망을 깎고 잘라 불태우듯한 고통을 인내한 후에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시를 낳은 이를 나는 안다

일탈의 시요
우연의 시요
요행의 시요
거짓의 시요
현혹의 시요
기만의 시요
더럽고 더럽고 더러운 마음으로
부끄러움도 모르는 사이비 시인의 쇼다

오랜 시간에
많은 날들에
시인의 언어를 익히지 못한 나는 종종 열등하였다


이제 더럽지 않은 나의 언어는 언제나 월등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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