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줄리뷰
사랑이란 게, 뭘까.
<섬에 있는 서점>은 한국어판에 만들어 붙인 제목이다.
때때로 원제보다 좋은 느낌을 주는 제목이 있는데 이 책도 거기에 든다. 스토리와 핵심을 놓치지 않으면서 끌리게 하는 매력까지 갖추었으니.
앨리스라는 섬에 있는 아일랜드 서점이 주 무대다. 남자 주인공 에이제이는 사고로 아내를 잃은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여주인공 어밀리아는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출판사 영업 담당자로 상대와의 정서적 교감과 공감을 중요하게 여긴다.
둘은 운명적으로 만난다. 하지만 첫눈에 반하는 일도, 갑작스럽게 사랑에 빠지는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내게는 나쁜 버릇이 여러 가지 있는데(엄살이다) 그 중 하나가 안 읽은 책을 잔뜩 쌓아놓고 있으면서 새 책을 또 산다는 거다.
5~6년이 넘어서야 읽게 되는 책도 적지 않고, 심하게는 10년 가까이 묵히기도 한다.
이른바 충동 구매의 폐해라는 거다.
두 가지 측면에서 말이다.
하나는 그렇게 읽고 싶은 게 아니었는데 충동적으로 사버리는 거다. 보통 이렇게 산 책은 신간으로 구매해 오래 묵은 뒤에야 빛을 본다.
다른 하나는 갑자기 읽고 싶어져서 충동적으로 사서는 먼저 읽기 시작한다는 거다.
계획대로라면 읽고 있을 책이 그 순간에 밀려 남으로써 영영 밀려나는 일도 벌어진다. 기다리던 책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오랜 시간 책장에 꽂혀 있다 어느날 문득 펼치게 된 책에서 그 순간의 나에게 정말 필요한 ‘무엇’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한다.
읽고 싶은 책을 사서 읽는 게 아니라, 있는 책 중에서 읽는 거라는 말, 혹은 그 비슷한 김영하 작가의 말에 공감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섬에 있는 서점>도 제법 오래 묵은 편이다. 몇 개월이나 지났으니 말이다. 정말 사랑하는 <스토너>, <너무 시끄러운 고독>, 조금 덜 하지만 <한 평생>, <고슴도치의 우아함> 같은 책에서 받은 느낌과 비슷한 잔잔하지만 깊이 스며드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클리셰, 어쩌면 뻔할 수 있는 요소를 적절히 배치하는 방법으로 오히려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도 다시 깨달았다.
표지는 예뻤고, 제목은 마음에 들었으며, 내용은 내 취향이었다.
너무 뜨겁지 않은, 때로는 차갑기까지 한, 그러나 깊은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
“세상에 서점이 없는 동네는 동네라고 할 수 없다.”
그러하다. 우리에겐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사랑할 수 있는 이야기가, 때로는 운명같은 이야기가 필요하다.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운명이라 느끼고, 서로의 마음과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꼭 필요하다는 거다.
아, 깜빡 졸고 말았다.
지금의 내겐 잠이 필요하다.
갑자기 잠에 빠져들듯 그렇게 빠져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