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당신을 기다리지 않았어요

사람아, 그 봄을 꺾어 가지 말아요.

by 가가책방
KakaoTalk_20180319_220755894.jpg (20180319/아침/망원동)

이 평범한 사진 한 장을 찍으려고 바쁜 아침 출근 시간을 5분이나 들였습니다. 그나마도 한참을 씨름하다 그냥 갈까 하는 마음을 이겨낸 끝에 간신히 건졌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제 내린 비와 조금은 차가워진 아침의 공기에도 봄은 맺고 피고 있었습니다.

풋풋함과 싱싱함을 담은 연초록의 보드라운 새싹들이 보송보송한 봄을 알리고 있더군요.


얼마 후에는 하얀 꽃이 방울방울 피어날 겁니다.

피지 않은 꽃 색깔을 아는 건 지난 해에 봐두었기 때문입니다. 분명 그때도 보기는 했는데 지금처럼 가까이 다가가는 일도, 한참을 쳐다보는 일도 없이 지나며 슬쩍슬쩍 훔쳐보니가 했더랍니다.

꽃이 피었을 때 사진을 찍는다고 가까이 갔던 기억이 있기는 하지만 그마저도 만개한 뒤였고, 겨우 한 두장을 서둘러 찍고는 떠나온 기억뿐입니다.


무심히 봄을 맞고 보냈던 지난 몇몇 해.

옮겨 심긴 나무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가지 끝까지 수분을 보내지 못하고 말라 가듯 나는 자꾸만 마르고 거칠어졌습니다. 겨울을 견딜 수는 있을까, 근심하며 며칠 씩을 허송하고, 아무려면 어떨까 나 몰라라 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봄을 다시 맞고 보니 지난 몇몇 해와 긴긴 겨울이 필요했고, 적당했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기다림은 길었고, 겨울도 그 못지 않았습니다.

새싹이 돋은 나무 한 그루를 보고 이런 생각을 하게될 만큼, 그 만큼이나요.


언제였을까요.

기억할 수도 없을만큼 오래 전, "꽃은 꺾으라고 핀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예쁜 꽃은 먼저 꺾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었죠.

꺾이는 꽃이 가엾다고 느꼈지만 꺾어서 갖고 싶은 마음도 알듯 했습니다.


오늘까지 몇 번인가 꽃을 따고, 가지를 꺾었습니다. 몇 번인지 모를 몇 번이나요.

욕심일 때도 있었고, 심술일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오래 가지 못할 변덕이었습니다.

예쁘다고 꺾었으면서 금세 잊었고, 결국 쓰레기로 버리고는 했죠.


아마 그런 기억 탓이었을 겁니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가요.


봄이 예쁘다고, 놀랍고 사랑스럽다고 꺾는다면 나무는 그 만큼의 봄을 잃는다.
긴 겨울 인내도 의미 없이 가지는 죽어갈 뿐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꺾지 않고 파 옮겨 왔다'고 말이다.
파내어 오는 일, 풍경은 패인 만큼의 봄을 빼앗기고 만다.
꺾는 일, 파내는 일은 잠시 잠깐의 일이라지만 땅은 상처를 메꾸느라 다시 한 계절, 어쩌면 한 해를 모두 쏟는다.
꽃 가지를 꺾는 이, 꽃을 파내는 이가 빼앗은 일부가 누군가에게는 전부였던 거다.

그리고 덧붙이는 생각.

함부로 꺾지 말아야 하는 게 어디 꽃가지 뿐이겠습니까,

파내지 말아야 하는 게 어디 산, 들에 핀 꽃 뿐이겠습니까.

이 좋은 봄에 울음 우는 꽃과 나무와 산과 들과 사람들이 다시 없기를, 다만 없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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