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도 50% DIY, 75% DIY, 90% DIY

DIY지만 같은 DIY 없고 SELF지만 같은 SELF는 없는.

by 가가책방

안녕하세요. 날짜 감각을 잃어가는 가가C, 인사드려요.

그런 아침 없나요?

지난밤이나, 새벽이 눈을 뜨면 소환되는.

아침에 눈을 떴더니 발끈할 이유 없이 발끈해서 DIY로 횡설수설한 지난 새벽이 기다렸다는 듯 비집고 들어왔습니다.

"셀프든, DIY든 결국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만큼을 합리적이거나 고집스럽게 하면 되는 건데 왜 마음을 썼던가."


DIY case는 다양하죠.

돈이 부족해서 직접 할 수 있는 부분들은 직접 하는 DIY.

돈을 지불할 수 있어도 원하는 형태를 구현하지 못할 때 달려드는 DIY.

돈이 더 들어도 직접 공간에 손때를 묻히고 싶으니까 시작하는 DIY.

만들거나 구축할 능력도 있고 시간도 충분해서 느긋이 즐기는 DIY.

특별한 소재, 방식, 접근방법 등 이전에 없거나 드문 도전을 위한 DIY.

너무 간단해서 직접 하는 DIY.

시키거나 주문하는 길보다 빨라서 선호하는 DIY.

DIY가 유행이라서 DIY를 선택하는 경우.

그리고 다른 경우 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미국, 유럽 사람들은 웬만한 공구는 다 갖고 있고 간단하거나 좀 복잡해 보이는 작업이나 수리를 직접 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죠. 이런 게 꼭 해외에만 있는 모습은 아닙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나 동네 아저씨들이 다 그렇게 했고 살아가는 걸 보면서 자랐거든요.


지역이나 상황, 개개인의 성향 차이가 있겠지만 언제부턴가 간단한 공구조차 없는 집이 늘어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직접 공간을 만들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재주가 좋다'였는데, 그게 가끔 무안했어요. 이유는 너무 간단해서 사실은 누구나 공구 사용 방법만 1, 2분 정도 배우면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요.


어떤 의미에서는 전문화, 분업화의 결과라고 할 수 있겠고, 관심사의 차원이 달라진 이유도 있을터며, 도구적 인간에서의 진화로서 생각하는 인간 계층이 공고해졌다고 볼 수도 있고, 반대로는 퇴화했다고도 볼 수 있겠죠. 이 상황이 이상하다거나 문제 있다거나 바꿔야 한다기보다 보편적 현상이라는 거죠.


몇 년 전부터 불고 있는 DIY 제품의 꾸준함과 주목받고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나 메이킹 운동은 어떤 의미에서는 그런 현상의 반동으로써 창조하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상황이 다양하기에 저마다 시도하고 접근할 수 있는 DIY의 비중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는 설명서를 보며 조립하는 정도로, 누군가는 간단한 도구를 사용하는 정도까지, 또 다른 누군가는 원재료를 가공, 제작하는 단계까지. 너무나 다양하게 DIY가 일어나고 있어요.


한 가지 물건 수준이 아니라 방, 혹은 집 전체를 DIY로 하는 경우도 자주 화제가 됩니다. 심지어 전문가 못지않은 완성도로 놀라는 일도 잦고요. 그때마다 세상에 진짜 재주 좋은 사람들이 많구나 하고 감탄하며 또 보고 배울 부분을 찾아보고는 합니다.


DIY로 작은 공간을 부수고, 만들고, 채우며 느낀 건 상황과 신념, 목적과 목표에 따라 다양한 비중, 수준의 DIY가 가능하며, 어디에 동기를 부여하고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가에 따라 단순히 직접 한다는 의미 이상의 개성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배울 수 있었어요.

DIY지만 전문가 못지않게 깔끔하게 할 수도 있고, 서툴고 실패한 부분이 있어도 후에 추억할 수 있는 소재가 되어주며, 미완성은 미완성대로 다른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걸요.

DIY가 결코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직접 하다 보면 이것도 있으면 좋겠고, 저건 좀 부족하다 싶고, 더 좋은 재료를 쓰고 싶고, 작업 시간도 기약 없이 길어지기도 하고, 왜 전문가를 쓰는지 절실히 깨닫기도 하고, 결국 실패해서 뒤늦게 전문가의 도움을 구해서 비용도 시간도 배로 들기도 하고요.


DIY의 가치, 의미는 이것이다라고 콕 짚어 말하기는 한참 부족하다는 걸 알기에 여기서는 DIY를 계속하는 이유를 적어두는 정도로 만족할게요.

제가 DIY를 계속하는 이유는 그 과정이 힘들거나, 길거나, 지지부진하거나, 덜 만족스럽더라도 그 과정 자체가 즐겁기 때문입니다.

뭔가를 만드는 나, 그 뭔가는 내 공간과 내 필요에 딱 맞는 크기와 용도를 반영했다는 의미, 그리고 더 나아지고 있다는 향상감.


일상에 찌들었다고 느낄 때, 최소한의 공구로 시작할 수 있는 작은 DIY에 도전해보세요.

어차피 인생도 셀프, 삶도 DIY인 걸요.


기승전 DIY 좋아요가 됐네요.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상황에 맞게 해 나가며, 작은 만족을 느끼는 하루하루 만들어 가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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