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로 만든 책방, 꼭 돈 때문은 아니다

뭘 몰라서 하는 뭘 모르는 소리인지도 모르는 소리

by 가가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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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원도심에 작은 책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99% DIY로 만들고 있죠.


'99% DIY'는 약간의 과장과 농담을 섞은 수식어로 99% DIY로 만든 책장, 99% DIY로 만든 테이블, 99% DIY로 만든 세면대 같은 형태로 응용하고 있죠.

날씨가 부쩍 더워져서 그런지 종종 욱하는 마음이 솟기도 하는데 오늘 이렇게 DIY를 읊게 된 이유도 그 욱하는 마음에 있습니다. 'DIY가 돈 때문'이라는 제목에 자극을 받은 거죠.

내용에 반전이 있는지, 무슨 말이 하고 싶었는지 무관하게 자극을 준 건 제목이었으니까 그 제목이 준 자극을 바탕으로 얘기를 좀 풀어보겠습니다.


DIY는 Do It Yourself.

간단히, 내 손으로 한다는 거죠.

보통 DIY 제품을 사서 조립하는 수준에서 조명, 벽지, 페인트는 물론 인테리어까지 그 영역이 몹시 넓은 게 DIY입니다.

제가 책공간을 만들면서 시도한 DIY는 단순히 내 손으로 한다는 수단을 넘어, DIY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만들고 있는 공간을 위해 새로 구매하는 목재에 극단적으로 제약을 하고, 길거나 짧거나 깨끗하거나 오래됐거나 쓸 수 있는 모든 구석을 궁리하면서 '버리지 않는' DIY를 시도했으니까요.


확실히 돈은 적게 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그 몇 배가 들어갔죠.

농담처럼 창의력을 갈아 넣고 있다는 말도 종종 했습니다. 책장이든, 테이블이든, 작은 의자라고 해도 어떤 모양으로, 어느 공간에, 얼마만 한 크기로 만들지 모든 순간에 착상과 시도, 시행착오와 작은 성공이 교차했습니다.

참 비싼 DIY라고 생각합니다. 새 재료를 사서, 적당한 공구를 빌린 후 DIY로 작업했다면 효율은 확실히 높아졌을 텐데요.


DIY는 돈이 없을 때 선택하는 방법인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꼭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역시 사실이라고 생각해요. 공간을 DIY로 재구성하는 동안 리모델링된 공간과 그 결과물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습니다. 얼핏 납득할 수 없는 공정들도 여러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었고, 빠르고 효율적이면서 깔끔한 마감이 조금 부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만든 공간이 부끄러운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서툴지만 틀에 박히지 않으면서 개성이 드러나는 공간을 만들 수 있었고, 생각했던 용도나 크기에 딱 맞출 수 있는 장점과 하나하나에 부여할 수 있는 스토리라는 의미가 몹시 크게 다가왔거든요.


오히려 돈이 더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하나뿐인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에 아까움은 없었어요. 아쉬움은 소재나 완성도에 있지 않고 활용과 제작 방법을 모른다는 데 있었죠.


어떤 DIY는 싸지만 어떤 DIY는 몹시 비싸기도 합니다.

DIY는 돈 때문이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돈이 없어서라거나 돈을 아끼기 위해서라기보다 돈을 쓰고 싶은 데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해야 정확할 거예요.


DIY의 핵심은 '내 손으로' 함으로써 완성품 혹은 미완성품에 부여되는 '의미와 기억'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 되었거나 잘못되었거나 '잘 된 저곳은 이러저러했지'라거나 '잘못된 저곳은 저러 이러했는데'라는 식으로 추억할 수 있게 되거든요.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추억은 더 깊어지고, 달아질 수 있습니다. 조금 솜씨가 늘면 그때는 개성을 부여하거나 창의성을 좀 더 발휘할 수 있게 되기도 하죠.


DIY는 어쩔 수 없이 하게 되기보다는 하고 싶어서 시도할 때 본래 의미에 더 가까워지는 게 아닐까요.

아직 뭘 몰라서 뭘 모르는 소리 같은 소리를 하는구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DIY는 비쌉니다.

그 어떤 추억도, 켜켜이 쌓인 시간의 기억도 싸구려일 수는 없으니까요.


누가 그랬던가요? 인생이 DIY라고.

돈은 중요하지만 꼭 돈 문제는 아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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