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연습 2

긴 문장의 혼란과 마침표의 반가움.

by 가가책방

어제 글 전체를 문장 하나로 쓰기를 하면서 느낀 기분을 가장 명료하게 표현해 낼 수 있는 단어를 궁리한다. 잠깐의 궁리 끝에 떠오른 단어는 '혼란하다'다. 일단 1,500자나 되는 거대한 규모의 한 문장과 마주한 게 처음이라 느끼는 어찌할 바 모를 복잡함이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고 해 봤지만 도무지 이런 문장이 왜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지 끊어 쓰고 싶은 욕망이 들끓었다. 앞에 적은 내용과 뒤에 이어질 내용이 잘 호응되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마음이 자꾸 '불안하다 불안하다'하고 되뇌는 듯해 덩달아 불안해졌다. 신기한 건 문장이 길어질수록 마음이 복잡해지는 만큼 문장도 복잡해지는데 그 복잡함이 어느 순간에 이르니 오히려 편안해지기 시작했다는 거다. 어차피 이미 혼란한데 여기서 길이를 더 늘리더라도 큰 문제없을 거라는 무모함이 움텄다. 1,500자 정도를 정하고 시작하지 않았다면 어제 쓴 문장은 3,000자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백지를 앞에 두고 겁먹지 않는 용기. 어제 그 혼란한 마음의 끝에서 용기의 옷자락을 붙잡은 듯한 기분이다.

문장을 끊는 마침표의 가치가 올라갔다. 적절하게 찍힌 마침표는 마음에 평화를 준다. 마침표의 소중함을 어제만큼 절실히 느낀 적이 있었을까. 소중한 마침표를 잔뜩 찍어볼 요량을 오늘 글을 시작한다. 잘게 잘게 찢어서 마침표를 남발해 줘야지.


제목 : 여러분 계속 써봅시다.



습관이란 참 무섭다. 10년 넘게 글을 쓰려고 자리에 앉을 때마다 느끼는 막막함이 개요를 짜고 글로 전하려는 핵심을 한두 줄로 정리해 보면 조금이나마 덜어진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고집스럽게 백지로 시작하고 마는 거다. 한 십 분이나 이십 분을 멍하니 머릿속을 뒤지다 그만두는 일을 거듭하는 날이 며칠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면 이번에야말로 개요를 짜봐야지 결심을 한다. 막상 다시 글을 쓰려고 앉으면 개요를 궁리하기보다 첫 문장을 어떻게 쓸지 고민부터 시작한다. 이쯤 되면 결심이 다 뭔가 싶어 진다. 그러면서도 오늘은 아니지만 어느 날에는 자연스럽게 개요를 떠올리게 될 수 있지 않을까 막연히 기대를 한다. 이 기대가 마냥 허황된 상상은 아니다. 과거 글을 쓰기 시작할 무렵 계속 쓰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되더라는 경험을 근거로 하고 있다. 내심 믿는 구석이 되어버렸는지 오늘도 결국 백지로 시작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여전히 계획을 좀 해서 써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미련이 남는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내내 개요를 어떻게 짤지 핵심 메시지를 뭐라고 정리할 수 있을지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글쓰기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조금 한심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런 마음이 들었구나 깨닫고 나니 소위 자괴감이 몰려오는 듯하다. 이게 다 뭔가 하는 허탈함에 한숨을 크게 내쉬어본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어보니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진다. 머릿속도 맑아지는 기분이라 글쓰기 수업 때 사람들에게 호흡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쓰기 시작하면 시간이 모자랄 듯한데'싶은 생각이 들더라도 떠올랐을 때 개요든 첫 문장이든 전하려는 핵심 메시지든지를 정리 해둔다면 나중에라도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얘기도 더하자는 결심이 선다. 결국 글쓰기를 가르친다고 하면 '나부터 다시 천천히 글을 써보면서 경험과 생각을 일치시켜 나가는 작업을 한 번 더 해봐야 하는 거구나' 하는 작은 깨달음을 얻는다. 처음 얘기로 돌아가서 개요든 구성이든 정리든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니라 손과 몸과 머리를 모두 움직이는 게 더 효과적이고 확실해지는 거구나 느낀다. 백지를 채우겠다는 생각보다 좀처럼 글이 되어 나오려 하지 않는 생각을 어떻게 움직이게 만들어서 어느 방향으로 이끌며 마지막에는 어디로 나갈 건지 흐름에 집중해야 조금이나마 나은 글을 쓸 수 있게 돕는다는 경험적 사실이 글 쓰는 이가 채워야 할 마음가짐의 첫 단추라는 결론을 내린다. 결국 수업이든 동이리든 글쓰기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건넬 이야기의 끝은 '여러분 계속해보십시오'가 될 거라는 걸 예감한다. 보통의 글을 쓰려는 우리는 거의 훈련되지 않은, 숙련되지 않은 사람들이므로 어려움을 느끼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다. 어려움을 느꼈기에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 향상심도 느낄 수 있다. 향상심을 느끼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기 생각을 풀어나가는 단서를 모아간다는 확신도 생길 것이다. 그렇게 모인 단서와 커진 확신이 우리의 과거와 오늘을 기록하는 걸 넘어 내일 우리 모습도 뚜렷이 그려낼 거라 믿는다.


- 2023. 05. 25. 13: 45-14:35


초안을 짧은 문장으로 쪼개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처음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연습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