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육기를 시작합니다.

흔한 육아 일기를 줄여봤습니다.

by 가가책방

모든 부모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를 '잘' 카울 수 있을까?"

나 역시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세 돌이 지난 지금까지 거의 매일 그 생각을 한다. 앞서는 감정이나 고민의 깊이는 달라도 하루 한 번은 '잘하고 있는 걸까'하는 의문을 품는다. 마치 짚신 장수와 우산 장수를 아들로 둔 엄마의 마음처럼 좋을 때는 좋아서, 힘들 때는 힘들어서 생겨나는 고민이 끊이지 않는다. 정말 바쁘고 정신이 없으면 그런 걱정이니 고민이니 하는 걸 떠올릴 틈도 없을 테니 지금의 걱정하고 고민할 수 있는 여유에 감사해야겠지만 어디 사람 마음이 그렇게 돌아가던가. 깊어지는 고민에 육아, 자녀교육 팁이 담긴 영상과 글에 마음과 눈을 뺏기는 시간만 늘어가는 요즘이었다. 그런데 오늘 엉뚱하게도 '책 읽는 방법'에 대한 책을 읽다가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 관한 작은 깨달음이 찾아왔다. 뭔가 거창하지 않아서 깨달음이라는 말이 적절한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고 거창하지는 않아도 지금 쓸 수 있는 최선의 표현이 너무 단순화된 모양이라 오히려 오해가 생기는 건 아닐까 망설여지지만 늘 그랬듯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기록하려고 한다.


나는 우리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 충분한 시간을 함께 하며 자연스럽게 경험으로 체득하는 어린 시절을 함께 하고 싶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일해야 한다고 하는 시기에 오히려 가장 덜 일하고 있고 거기에서 오는 복잡한 생각과 감정으로 힘든 날도 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이 아이와의 시간을 포기해야 하는 사람들의 안타까움과 슬픔에 비하면 더 나은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진다. 아마도 그런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초보라서, 잘 몰라서 더 알고 더 배워야 하고 이렇게 해야만 할 것 같고, 저 방법이 더 타당하고 옳은 것 같다는 생각이 안타까움을 넘어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하게 만든 근원 말이다. 의구심이 적당해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게 만들면 상황을 나아지게 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의심이 지나쳐 중심을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망치기 마련이다. 아는 것은 물론 중요하고 더 알기 위해 애쓸 필요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더 많이 아는 것과 정보를 얻는 것이 최선은 아님도 기억해야 한다. 아는 것과 실천은 균형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균형을 잃지 않아야 뭐든 오래간다. 아이를 키우고 돌보는 일은 하루나 이틀, 한 해나 두 해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는 걸 누구나 안다. 균형 잡히지 않은 육아 방식이 일관성을 갖고 오래 지속될 리 없다. 좋은 새로운 것을 계속 더하는 것보다 지금까지 좋았던 육아 방식의 일관성을 지켜나가는 게 아이를 더 안심하게 하고 덜 혼란스럽게 하는 것 아닐까.


이제부터 쓸 이야기들은 육아 일기다. 지침서도 꿀팁 방출도 아니다. 요즘 솔루션 육아 프로그램이 정말 많던데 나는 어쩌다 눈에 띄는 게 아니면 찾아보지 않는다. 부모도 아이도 환경도 다른 상황에서 도출된 해결책이 공통적으로 적용될 리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방법이 아니라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눈여겨보는 게 아니라 '왜' 바뀌었는가 혹은 바뀌지 않는가를 살펴보는 거다. 스스로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라고 믿는 어른조차 쉽게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이 흔하다고 본다. 아이들은 어떤가. 더 감정적이고 더 미숙하다고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때로 우리는 어른의 잣대로 아이를 대한다. 나 역시 그런 어른 중 하나이고 어른이고 부모이면서 감정적이고 미숙함을 인정한다. 그러므로 이 일기들에는 아이의 미숙함보다 나의 미숙함이 더 많이 담길 것이다. 감정을 쏟아내지는 않겠지만 완전히 절제되지 못한 마음의 조각들이 삐죽삐죽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거의 모든 기록이 그랬듯 이 일기는 나를 돌아보게 하고 성장하게 도와줄 거라 믿는다. 몸이 자라는 속도는 아이를 따를 수 없지만 마음은 함께 자랄 것이다. 나중에 아이가 이 일기를 읽을 수 있는 날이 오면 오히려 '내가 아빠를 키웠다'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해 줘야지.


"고마워"라고.


모든 아이는 특별하다 그러나 거의 모든 육아는 흔하다.

그래서, 흔육기다.


모든 아이와 한 때 아이였던 모든 어른들의 마음이 매일매일 자라나기를 꿈꾼다.


KakaoTalk_20230819_163550764_02.jpg 35도가 넘는 날 찾은 수목원에서 토끼 조명에 앉아 세상 즐거운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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