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왜 그렇게 자주 아픈가

아이가 또 아프다

by 가가책방

신호는 언제나처럼 평범하게, 아무렇지 않게 시작된다.

어제, 그제부터 아이가 코가 자꾸 나온다며 칭얼거렸다. 이제는 말이 제법 늘어서 "왜 자꾸 코가 나와?" 하며 짜증 섞인 질문을 자꾸 던진다. 부모가 조금 늑장을 부리면 "코 닦아줘! 코, 코~~!!" 하며 보챈다. 여기까지는 별 것 아니다. 거의 늘, 일 년 중 며칠을 제외하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제 문제는 열이 나는가 아닌가, 기침을 하는가 아닌가 두 가지다. 열이 나면 코로나를 염려해야 한다. 열을 동반하는 염증 질환이나 호흡기 바이러스도 열 가지 가까이 된다. 불과 한 달 남짓 전에 생애 첫 폐렴 입원을 경험했기에 열이 나지 않기를, 기침이 계속되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슬픈 예감은 빗나가지 않는다. 열이 난다. 38.6도.


한 개의 체온계는 못 미더워 두 개를 쓰는데 좀 더 지켜보자니 오히려 열이 오른다. 38.7도. 아이의 컨디션이 나빠 보이지 않고 기침을 하지 않아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계통의 해열제를 먹이고 지켜본다. 오늘 어린이집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일정을 다시 확인한다. 다행히 오전에 잠깐이면 끝낼 수 있는 일정 외에 급한 일이 없다. 아내가 오전, 내가 오후. 해열제를 먹이고 30분이 지난 다음부터 열을 재본다. 조금 떨어지는 기미가 보이기는 하지만 확연히 떨어지지는 않는다. 외출을 다녀온 1시간 반 사이에 아이는 한 번 더 해열제를 먹었고 다시 38.9도까지 올랐던 체온은 38도 언저리까지 내려있었다. 컨디션은 나빠 보이지 않았고, 콧물은 나지만 기침은 여전히 없다. 조금 더 지켜봐도 되겠다고 판단한다.


식욕이 없는지 점심을 먹느니 마느니 한다. 최소한의 체력 보존을 위해 몇 번 떠먹이고 그만 먹인다. 예전에는 무리하게 더 먹였다가 토한 일이 적지 않았다. 먹고 싶어 하지 않을 때는 먹이지 않는다는 걸 배우기까지 거의 3년이 걸린 셈이다. 어제 소아과에서 받아둔 감기약을 먹이고 체온을 쟀더니 다시 39도다. 앞선 해열제의 약효가 4시간, 다시 아세트아미노펜 해열제를 먹이는데 아이가 자꾸 덥다고 한다.

"여름이라 덥긴 하지만 지금 더운 건 열이 나는 거야."라고 몇 번 설명해 준다. 열이 나서 약을 먹는 거라고.

밥을 조금 먹고 약까지 먹은 아이는 평소와는 달리 쉽사리 잠들어 버린다. 지난밤 코막힘에 잠을 설친 탓도 있으리라.


지금 글은 그렇게 잠든 아이 옆에서 쓰고 있다. 쓰기 전에 열을 한 번 더 쟀고, 중간에 다시 재고, 글을 마칠 때까지 잠에서 깨지 않는다면 한 번 더 재볼 예정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 여럿 있다. 그중 가장 마음 쓰이는 일 하나를 꼽자면 아이는 자라는 동안 자주, 늘 아플 수 있다는 거다. 불과 한 달 남짓 전에 폐렴 퇴원을 했는데 그 사이에 기침, 열, 콧물 같은 이유로 병원에 간 날이 여러 날이다. 약을 먹은 기간도 2주는 되고 좀 지켜보자는 주의인 나와 예방적으로 진료를 봐야 한다는 아내가 부딪힌 일도 여러 번이다. 몇 번인가 버티다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기에 이제는 대부분 예방적으로 가자는 말에 따르는데 거기에는 호흡기가 예민하다는 여러 의사의 공통된 진단도 있다.

나도 어려서는 기관지가 약해서 환절기부터 따뜻해질 때까지 늘 병원을 오갔다. 그때는 몰랐지만 아이를 키우며 당시 내가 앓았던 병이 뭐였는지 알게 된 것도 많다. 내가 비염이 있어서 아이가 피부가 예민할 수 있고 호흡기가 약했던 나를 닮아서 자주 아픈 것 같아 미안한 날도 있었다. 아이는 여러 면에서 나의 과거, 건강, 습관과 취향을 돌아보게 하는데 아플 때 돌아보는 나의 과거가 가장 저릿하다고 느낀다.


이상한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지난달 아이가 처음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가장 강렬하게 느낀 감정은 안도였다. 아이의 열이 40도 가까워져서 급하게 입원했는데 무슨 안도인가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만큼만 아파서 안도하는 마음과 큰 부담 없이 옆에서 돌볼 수 있는 여건에 안도했다. 필요할 때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이 집에서 40분 거리에 있고 아이의 상태가 나쁘지 않아 예상보다 하루 더 빨리 퇴원할 수 있던 것도 있다.


아이들은 항상 한밤 중에 열이 나고 기침이 심해진다. 나는 다만 열을 내리기 위해 온수마사지를 하며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고, 기다림이 끝나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맡기는 일 밖에 할 수 없다. 자꾸 오르는 열에, 듣지 않는 해열제에 마음이 오그라들지만 할 수 있는 건 온수 마사지와 안고 걷는 일뿐이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걸린 시간이 3년이다. 아이가 아플 때 가장 돈독한 우군이이어할 아내와 자주 다퉜던 미숙함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서로 아이가 아프기를 바라는 사람이 없음에도 아이의 상태를 호전시킬 수 없는 무력한 사람끼리 서로를 할퀴며 긴장의 방향을 돌린 날들이 있었다. 그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만 아픈 아이를 두고 서로의 의견이 다를 때 올바르게 행동하는 법을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먼저 서로를 안고 안심시키고 아이에게 할 수 있는 것과 필요한 것을 하고, 방법을 찾고 도움을 구하는 게 더 낫다는 그 단순한 사실을 알기가 어려웠다.


인간이라서 그럴 거라고 변명하며 마치는 말을 시작한다. 아마도 인간이라서 내 아이가 아플 때 너무 안쓰럽고 무력하고 답답해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인간이라서 다른 더 아픈 아이들을 둔 부모가 내가 아니라서 안도하면서 그 안도하는 자신이 부끄러워 모른 척하는 것이리라.


그래서 배운다. 아픈 아이를 돌보며 주변을 돌아보며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을 다시 본다.

지금도 아이들의 크고 작은 아픔에 마음 쓰고 있을 세상의 부모들을 생각한다. 아이들이 건강해야 내 아이가 건강한 시대다. 아이가 깰 시간이라 더 하고 싶은 말들은 다음에 보태 적어야겠다.


병원 다녀오겠습니다.


KakaoTalk_20230821_154712937.jpg 고난과 평화는 아이의 병실에도 함께 있었다_다시 입원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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