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시간이 나거든
점심 약속 시간을 정하고 자리에 앉았더니 30분 전이다.
'이 시간에 뭘 하면 좋을까, 뭘 할 수 있을까'
곰곰 생각하다 왠지 쓰자고 마음먹는다.
제법 오랜 시간, 많은 날에 '쓰는 나'는 뭔가 거창한 걸 남기고 싶었던 게 분명하다. 이동하는 시간 10분을 감안하면 20분 동안 뭔가를 쓸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거스러미처럼 일어나는 게 증거다. 어쩌다 그렇게 됐을까. 얼마를 써야 '썼다'라고 할 수 있고, 무엇을 써야 '쓰고 만족'할 수 있다고 믿어왔을까.
경험이 많아질수록, 연륜이 쌓일수록 삶도 글도 나아져야 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생각은 정말 그래서 생겨난 걸까 그래야 한다고 믿고 싶던 걸까. 그러고 보면 뭔가 확신하거나 확실해야 한다고 믿으며 살아왔구나 싶기도 하다. 확실한 게 별로 없어서 더 매달렸던 건지도 모른다. 뭔가 내게 없는 부족한 구석이 그런 확실함이라 어디서든 확실한 걸 자꾸 늘려나가야 한다고.
완결하고 완성하려는 마음이 너무 많은 걸 뒤로 미루게 했다. 핑계가 되기도 하고 방패 삼기도 하면서 요리조리 여러 가지를 참 오래도록 피해 다녔구나.
정신을 다 차리지 못했지만 잠깐 정신이 들어 보니 연말이다.
어느새!
아니, 벌써!!
허둥지둥하다 또 새해를 받아 들겠지. 뭐, 그런 흐름도 좋다. 흘러가는 대로, 애쓰지 않으면서, 편안하게 지내기. 다만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 시간이 별로 없다는 말로 뭔가를 뒤로 미루지 말았으면 싶다. 이 말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면서 주변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어쩌다 우연히 이 글을 보고 있는 그대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다.
해를 거의 보냈다. 지금보다 더 글쓰기 좋은 시간도 더 없을 만큼 적절하고 적당한 시기는 없다. 정리를 해도 좋고, 계획을 세워도 좋겠다. 바쁜 만큼 틈틈이 생기는 짧은 여유는 더 길게 느껴질 테고.
그래서, 지금이다. 글쓰기를 그냥 쓰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