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밍엄 접안 중. 현재 영하 1도에 진눈깨비가 쏟아지는 중 ㅠㅠ
졸려서 일단 여기까지 ㅠㅠ
시골이라 전화 연결도 어려운데 인터넷 신청이라니 ㅠㅠ
쌀쌀하고 진눈깨비마저 흩날리는 속에 배를 부두에 접안시키기 위해 움직일 때라면 그 환경만큼이나
마음도 썰렁하니 추워진다. 거기에 통신을 이뤄 주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생각하기도 싫어졌겠지...
인수 때부터 함께 달려온 인도네시아 선원들이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떠나고 새로운 친구들이 그 자리에 채워졌다.
들어오는 친구들은 예전 휴가 다녀온 병사들이 선물 보따리를 풀어내던 병영 때처럼 올라와서 이런저런 '땅의 물건'들을 배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하나, 둘 쥐어 준다.
인도네시아 담배 '지삼수(234)'이다.
조악한 껍데기에 필터도 없고, 우리나라 애연가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향까지 가지고 있는 담배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최고로 꼽히는 담배이며 12개비가 든 한 갑의 가격이 20개비가 든 말보로의 가격보다 비싼 최고급품이다.
이런 내막도 모르고 '이상한 담배를 선물하네'라고 시큰둥하니 받아 든 이들은 이것을 가져오기 위해 얇은 주머니를 털었을 그들의 마음을 전혀 모르고 있는 셈이다.
배 타면서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받는 사람이 그 가치도 몰라주는 선물을 준비해온 친구들의 '희생'이, 새삼 마음 아프게 다가온다.
고맙다, 정말 고맙다. 하지만, 앞으로는 선물 따윈 준비하지 마라. 열심히 일하는 당신의 모습이 내게는 그리고 우리 배에는 가장 큰 선물이다.
사실 그 친구들의 바로 그 담배 선물은 최고의 맘으로 받아 주는 것이 맞는 것이지만 금연을 시작한 이 마당에 성공을 위해서는 결코 피우지 말아야 할 담배일 뿐이다. -여기 까지는 둘째의 이야기.-
예전 70년대의 시절 내가 인도네시아를 자주 다녔던 때에 느꼈던 항구의 냄새에는 구담 가람, 위스 미락, 지삼수의 향이 들어 있었다고 기억되고 있다. (모두 인도네시아 고유의 담배 브랜드임)
사실 그 담배들에 정향이 들어 있어서인지 연기를 흡입해도 목구멍이 크게 괴롭지 않았던 기억도 새삼스럽네 ㅎㅎㅎ 담배를 끊기 전의 기억이 기분 나쁘지 않게 떠 오르고 있다 -여기까지는 전 선장이 아들 편지를 받아들고 생각해본 옛날 이야기이다-
다시 둘째 아들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본선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보낼 009항차는
Immingham, UK -> Puerto Ordas, Venezuela -> Christobal, Panama -> Balboa, Panama -> Qingdao, China 항해만 37일에 달하는 대장정으로 정해졌다.
이로써 8개월이 넘는 CK ANGIE호에서의 생활도 연가를 눈앞에 둔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가난을 끝장내는 길은 가난한 이들에게 권력을 쥐어주는 것이다."
미국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 중 한 사람인 우고 차베스.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지만 내게는 상당히 후련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다.
다음 목적지는 바로 이 남자가 버티고 있는 중남미의 강국, 베네수엘라. 내일 출항하여 보름 동안 달려갈 예정.
로밍도 안 되는 '이상한 나라'로의 여정이 심히 기대된다. ^^? Immingham, England에서
그런데 하루 만에 항차가 뒤바뀌어 버린다. 파나마를 건너는 태평양 항로 대신 대서양과 인도양을 건너도록 한 것이다.
Immingham, UK -> Puerto Ordas, Venezuela -> Port Louise, Moritius -> Singapore -> Qingdao, China
짐을 가득 채워서(Iron Ore) 파나마 운하를 건너지 못하게 되어 대서양을 건너고, 인도양까지 건너서 싱가포르로..... 의 항로로 바꿔진 것이다.
거치는 항구는 줄어들었지만 항해만 40일이 넘어가는 그야말로 대양 항해로 이곳의 대미를 장식하게 될 예정이다.
날짜의 변경 없이 계속 시간만 당기며 항해에 임하는 항해이니 최소 여덟 시간의 짧아진 당직 시간을 갖게 되겠군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