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열한 시가 넘어서는 무렵 회사로부터 차항 결정에 관한 진행형의 상황을 전달받으며 선창 청소를 위한 방안을 본선 선원들이 할 수 있는지 여부를 질문받느라 자던 잠자리에서 일어나야 하는 수고를 했었다.
MINA SAQR에서 짐을 부리고 나서 열몇 시간 달리면 도착할 수 있는 차항인 오만의 KHASAB에 갈 때까지의 시간 안에서는 도저히 선원들만으로는 선창 청소작업이 불가능함을 알려주며 이번 비즈니스는 없던 일로 되어 지길 바라는 심정이 간절했다.
안 그래도 현재 달려가고 있는 MINA SAQR라는 아랍에미레이트의 항구가 위치한 페르시안 걸프를 가는 길도 소말리아 해적이 날뛰는 인도양이라 어쩔 수 없이 걱정스러운 마음을 한편에 챙겨 두고 조심스러운 무사안항을 소망하며 달리고 있는 판인데 차항으로 논의되는 곳이 오만이란 나라이니 더욱 소말리아와 가까운 위치이므로 마뜩지 않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게다가 유럽 용선주와 접촉 중인 그다음의 스케줄은 수에즈를 통하거나 희망봉을 돌아서 미주로 가는 것이 용선주의 옵션이 되고 화물은 UREA를 실으려 하는데 PERSIAN GULF 안에서 선창 청소 검사가 아주 까다로워 그걸 이겨내어 단번에 합격할 수 있는 자체 청소가 가능한지를 부각해서 물어보는 연락이 왔던 것이다.
당연히 이번 항차 태국에서 짐을 싣는 과정에서 겪은 선창 청소도 항해 시간이 17시간만 주어진 똑같은 상황에서 본선 선원들로는 불가함을 인식하여 결국 용선주가 전문적인 육상 청소업자로 하여금 만 하루가 넘는 시간을 지체시켜가며 청소시킨 사례를 예를 들면서 본선 선원 단독으로의 청소는 불가하다고 알려 준 것이다.
더불어 다음 항차들을 완성하기 위해 필히 지나가야 하는 곳이 바로 소말리아 해안과 가까운 점인 것도 지적하며 본선 선원들의 사기가 아주 낮아 있는 점을 강조해야 했는데 이는 해적의 출현이 버거운 이 곳에서의 운항을 없이하여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영업부서의 나와 이야기 한 상대방이 우리의 심정을 이해하기는 할까?
의구심을 품으며 통화를 끝내었다.
아니 꼭 이해해주어 이번 일이 성사가 안 되길 바라는 심정을 품으며 수화기를 내려놓았고 한참을 방에 와서 머뭇거리다 다시 잠이 들었을 무렵이다.
갑자기 빽~하는 경고음이 찰나적으로 짧게 나면서 조용해졌던 방안 공기가 새로운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로 이어지며 나의 잠을 절로 깨게 만들었다. 연이어 전화벨이 울린다. 2 항사였다.
-선장님, 방금 전 발전기가 블랙아웃되었다가 다시 들어왔습니다.
-그래 알았어.
새벽 두 시가 넘어 선 시간이다.
이렇듯 하루 밤에 두 번씩이나 전화 호출당하는 좀은 짜증이 난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그냥 누워 있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얼른 일어나 빠르게 옷을 꿰어 입고 브리지로 향한다.
아직 각종 알람의 귀를 파고드는 특유한 음색의 경고음이 남아 있는 것을 열심히 리세트 시키던 이항사가 다시 반복하여 발전기의 블레이크 아웃이란 보고를 해온다.
이미 받았던 보고이라 건성으로 흘려들으며 당장 주위 해상에 있는 타선박들의 동향에 대해 제일 먼저 관심을 가지고 질문을 던졌다.
작업 중인 어선들이 몇 척 있고 이대로 가다 보면 그 무리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상항임을 보고한다. 타륜을 돌려 선수를 잡아주며 그들 어선과는 좀 더 멀리 떨어지는 쪽으로 정침 하도록 시행시킨다.
엔진 정지로 인해 전진 타력이 감소되든 상황은 점점 떨어지는 속력에서 어느 정도 돌아간 선수 회두가 이번에는 그냥 멈추며 잠시 후 배도 정지를 한다.
이때쯤은 급한 대로 고장의 원인과 수리 관련 소요시간 등의 보고를 받았으며 이 곳에서의 수리가 될수록 빨리 이루어지게 즉시 시작하라는 지시로 전화 통화를 끝내었다.
본선은 핸드 스티어링을 하는 타륜의 설비가 없는 조타기 시스템으로서 작은 KNOB를 돌려서 선수를 유지시키는 조타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