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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May 18. 2021

다리를 잃은 갈매기

인간들이 무심코 던진 쓰레기에 자연은 병든다

 바다로 나온 지 벌써 사흘이 넘어 서고 있다.

그새 다시 해상 생활에 익숙해진 기분이라 브리지를 드나듦이 한결 홀가분한 상태이다.


 이제 선교에 들리면 습관적으로 하는 쌍안경을 들어 전방부터 보는 습관도 살아나서 브리지 안의 내 자리 내가 쓰는 쌍안경이 놓인 자리를 찾아가 쌍안경부터 집어 들어 앞쪽을 내다본다.


 아직도 갈매기들이 배 주위를 맴돌며 날아다니는 것이 보이는데, 마침 어딘가 이상한 모습으로 비치는 한 마리가 해치 커버 위로 날아 돌고 있어, 쌍안경을 들어 자세히 살펴본다. 


 다른 녀석들은 착륙하며 발을 내려 바닥에 닿는 순간 껑충거려서 몇 발자국 앞으로 내디뎌 몸의 평형을 잡으며 정지하고 앉는데, 이 녀석은 그대로 동체 착륙하는 고장 난 비행기 마냥 몸뚱이채로 부딪치듯 바닥에 내려서니 덤블링이라도 하는 모양 같다. 그러나 유연한 게 아니고 아주 불안해 보이는 동작이다. 

인간들이 무심코 버린 쓰레기로 인해 다리를 잃은 갈매기

 어딘가 고장 난 갈매기라고 여기며 쌍안경으로 자세히 살펴본 녀석은 한 발이 안보이며, 몸체를 그대로 갑판 위에 부착한 채 쉬려는 동작으로 내려앉은 모양새이다. 다시 곰곰이 살피니 몸집의 크기도 동료들보다 작은데 마침 옆으로 날라 드는 다른 갈매기를 의식적으로 피하여 다른 곳으로 힘겹게 옮겨 앉는 모습을 보이는데 아무래도 한쪽 다리가 없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런 갈매기의 상황을 마침 당직 중인 삼항사에게 설명을 해주니, 희한한 일까지 다 챙기고 알려고 하는 사람이라는 새삼스런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모름지기 모든 초급 사관들은 이런 경우를 만나면 지금 3 항사 같은 반응을 보이며 해상 생활을 시작한다고 여겨지므로 나로서는 되풀이되는 설명이지만 다시 해주기로 한다. 이미 초급의 딱지를 뗀 상태의 3 항사이지만 아직 이런 교육은 받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어 열심한 마음으로 설명을 한다.


 바다에서 보이는 그런 모든 상황을 그냥 아무런 마음 없이 보면 그대로 지나쳐서 버려지는 일이지만, 마음을 항상 보이는 곳에 주며 자세히 살피기만 하면 이렇듯 사연이 많은 것이고, 이런 것을 챙겨 둔 케이스의 모임이 결국 당직을 서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이란다.

 - 뭐 이런 식의 말을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혹시 그 갈매기는 사람들이 저지른 환경오염 때문에 그렇게 불구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덧붙이니, 그렇겠다는 수긍하는 표정이 되더니 갈매기를 향한 새로운 눈빛의 눈길을 보내며 쌍안경을 집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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