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오버타임 작업도 있다.
Fair Leader, 공휴일에 작업하기,
선수루 윈드라스(권양기, 닻을 올리고 내리는 데 쓰임)에 덧붙여 사용되는 계류용 윈치와 계류삭이 원만하게 출납 되도록 거들어 주는 Fair Leader(사진 오른쪽)의 일종.
Fair Lead(er)의 Free Up 작업
항상 우리의 땀을 식혀 주려 열심히 돌아주어 시원한 생활을 만들어 주는, 에어컨디셔너가 불어내는 서늘한 입김인데 오늘따라 몸을 오싹하니 움츠러들게 한다. 어느새 계절은 제 철에 따른 싸늘함을 안고 배의 안팎으로 찾아온 모양이다.
기상도를 보니 저 아래 호주의 남쪽에서는 제법 큰 바람이 일어 40에서 50 노트라고 적어 겁을 주고 있으니, 그나마 지금 항해하고 있는 이곳의 바람이나 파도가 별로 일지 않고 있음이 고마울 따름이다.
그건 PSC에 대비하여 열심히 일하고 있는 선원들을 위해서도 반가운 일이다. 날씨라도 나빠 일 할 시간을 놓치게 되면 밤늦게 까지도 일을 해야 할지 모른다.
그렇게 일을 시키게 된다면 선원들의 입이 한 뼘이나 빠져나오게 될 형편인 점을 알기에 나도 좋은 날씨가 되어 준 것을 감사하게 여기는 것이다.
어느 선원은 일하기가 싫으니(힘드니) 비라도 와서 공치게 해 달라고 농담 속에 진담을 말하고 있는 분위기도 있다 하였지만, 사실 공휴일, 일요일도 없이 일을 강행군하는 거라 약간의 부작용은 각오하고 있다.
피에스씨 검사에서 미리 대비하려다 그런 저런 이유로 못하고 넘긴 일 때문에 검사에 합격하지 못하고 선박 지체를 당하는 일이라도 발생된다면, 그 또한 결국은 우리 몫으로 돌아 올 아주 큰 일인 것이다.
그때 가서 후회하며 힘 들여 뒤처리를 할 바에야, 미리 예방 차원에서 지금 해두는 것이 훨씬 나은 것이라고 은근히 선원들을 회유하고 압력을 주며 설득하곤 한다.
이런 행동이 혹시 조삼모사(朝三暮四)의 꾀로 남들을 괴롭히는 건 아닌지 마음을 되짚는 여유도 가져 보려 하지만. 입항을 이틀 앞두고 검사를 대비한 마지막 정리를 하려니 비록 토요일에 제헌절이지만 과업은 오후까지 계속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일은 Fair Leader (주*1) 정비이다.
토요일과 국경일인 제헌절까지 합쳐진 날에 일을 해야 하는 선원들은, 입이 좀 튀어나왔을 거고 난 그걸 달래기 위해서 작업 현장을 일부러 찾아가서 농담을 건다.
-이번 달 오버타임 수당을 벌써 지불해 놓고 있잖아?
하며 베트남을 떠나면서 나누어 준 오버 타임 수당 격인 A 수당 내줬음을 강조한다.
호주에서 쓸 수 있게 내준 돈이지만, PSC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그 해결을 위한 작업을 하느라고 상륙도 못하고, 그러면 돈도 써보지 못하고 끝날게 아니냐는 의미도 담은 농담이다
사실 베트남에 기항 중일 때, 거의 모든 선원들이 그 수당을 미리 당겨서 지불해 줄 것을 원했지만 나는 단호하게 거절하고 있었다.
그때 지불해 주었다면 몸 생각도 안 하고 상륙하여 흥청망청 낭비해 버릴 사람들이 많으리란 생각에 제동을 걸어 내주지 않았다가 이번 호주에서 쓸 수 있도록 베트남을 출항하며 내어준 것이다.
지내 놓고 보면 참 잘한 일이라는 결론으로 판명될 것이 불을 보듯 뻔 하기에 취했던 나의 결단이었고, 아직도 잘한 일이라 생각하며 농담에 곁들여 어차피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면 기쁘게 참여하자는 뜻도 함축해서 해본 말이다.
날씨는 맑아졌지만 너울이 큰 게 한 번씩 다가와서 배를 흔들어 주니 갑판상의 에어벤트로 <시~이익 씨~익> 거리는 바람 소리와 함께 발라스트 탱크 속의 물이 쏟아져 나온다.
FAIR LEADER의 돌아 줘야 하는 부분이 파도친 해수의 침입으로 녹슬어 있는걸 해머로 두들기고 윤활유를 쳐가며 원활히 돌아가도록 힘주어 돌려 보지만 꿈쩍 안 한다.
계류삭 라인을 일부러 꺼내어 돌아야 할 부분에 통과시키며 끌어당겨 뱅글뱅글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데 쏟아져 나오는 물로 인해 방해받는다.
하여간 내일까지 예정했던 작업을 모두 끝내고 어느 정도 완벽한 준비를 하고 있어야 마음이 놓일 것으로 기대하며 행하는 마지막 일이다.
이 일이 끝나는 대로 이제는 닥칠 일을 용감히 기다리며 그때까지 <시간만 가라시구려> 기다리는 상태가 찾아올 것이다. 참 일도 많이 한 항차이다.
주*1 : 계류삭을 배 밖으로 내어 줄 때 육지의 BITT에 걸거나 묶을 수 있게 줄의 방향이 꺾이어 원하는 쪽으로 나갈 수 있게 하고 마찰로 인한 마모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줄의 장력을 줄이고 마찰도 극소화할 수 있게 내부에 베어링이 장착된 장치로 되어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