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랑 없이는 열매도 없다.

나는 배를 사랑합니다.

by 전희태
DSCF0867(8126)1.jpg 사랑 없이는 열매도 없다. 사랑의 열매
090815-갱웨이수리 015.jpg 갱웨이 래더 발판 용접수리 모습
090831-발라스트탱크 맨홀 용접 003.jpg 발라스트탱크 맨홀 균열 끝부위에 Pin Hole을 뚫어 더 이상 균열이 진행 못하도록 조처한 후
090831-발라스트탱크 맨홀 용접 013.jpg 균열 부위를 V자형으로 잘 갈아낸 후 마지막 용접을 해 주기전 자체 확인을 하며.


나는 배를 사랑합니다.

지금도 사랑하고 앞으로도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우리 가족과 인간과 모든 동식물을 사랑하는 마음과 똑같이 내가 승선하는 배를 사랑할 겁니다.


사랑 없이는 열매가 없다는 진리에 비추어 봐서라도 비록 사람이 만들어 놓은 무생물일지라도 우리가 사랑으로 대해 주면 그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우리의 사랑에 보답도 해줄 수 있는 것이 배라는 걸 믿기 때문입니다.

모든 배는 조선소에서 태어날 적부터 인간의 손길이 구석구석 안 닿은 곳이 없도록 세심한 배려로 단장되어 만들어진, 세계의 바다를 누비며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며 나이를 먹어 가는 생물을 닮아있는 존재랍니다.


승선하고 있는 사람들이 사랑이 충만한 마음으로 자신의 몸을 돌보아 주면, 무서운 파도도 같이 이겨내주고, 거센 바람도 함께 피해 주며, 온갖 바다 위의 위험을 모두 빗겨 내주어 자신을 사랑해 주는 인간을 위해 헌신적인 보답을 해주는 친구 같은 이웃이지요.


녹이 생긴 곳은 깨끗이 털어 낸 후 다시 칠을 해주고, 찢어진 철판은 용접으로 이어 주며, 끊어진 곳은 이어주고, 막힌 곳은 뚫어 주며, 배에게 사랑(정비)을 베풀어 줄 때, 배는 온갖 어려운 상황이 닥치더라도 이미 그렇게 준비된 건강에 의해 그런 어려움을 헤쳐 나가며 인간이 사랑 해준 의리에 보답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우리들은 배에 승선할 때 그 기간을 그저 안일하게 캘린더만 넘기는 식의 태도로 부여된 일에 의욕적이지 못하고 타동적으로 이끌린 삶을 사는 우를 범하며 생활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어차피 승선하게 된 배는 어쩌면 우리를 세상과 고립시키기 위해 우리를 싣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 주고, 세상 구경도 시켜주려고, 태우고 다니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같은 배를 타더라도 이렇게 내가 주체가 되어 의욕적으로 살아갈 때 인간이 만들어 놓은 배라는 무생물도 자신에게 베풀어준 사랑을 갚아 줄 수 있는 능동적인 사물로 바뀔 수가 있는 것입니다.


평소 눈에 잘 뜨이지 않는 곳이라 등한히 넘어갈 수도 있던 부분까지도 한 번 더 챙겨서, 그냥 두면 위험할 수 있는 파공이나 찢어짐이 있는 것을 발견하여 즉시 때워 주고 이어주며 수리를 해주었다면, 그 후 바다에 나가서 만나게 되는 어떠한 풍파와 황천 속에서도 이미 안전하게 조치된 상황이니 무사한 항해를 지속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배를 정비하고 거두어 주는 모든 행동이 사랑을 염두에 둔 행동으로 표출될 때, 그 일의 결과가 아름답고 안전하고 바람직한 것이지, 하기 싫어서 적당히 넘기며 눈 가리고 아옹 식의 행동이 그 속에 가미되어 있다면 어려운 시기를 당할 경우 그런 잘못에 대한 징벌 역시 필연적이겠지요.


어떤 면에서는 정이 있는 인간보다도 더욱 정직하게 보답의 행동을 해주는 배를 어찌 무생물이라고 등한히 하며 무시할 수가 있겠습니까?


배를 사랑합시다.

우리가 승선 중에 하는 모든 과업이 배를 위하는 일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나를 위한 일이라는 걸 이해하고 그런 이익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니 성심 성의껏 일을 하자는 말입니다.


기왕에 나에게 배당될 이익을 푸짐히 기대해보는 것도 무익하지는 않을 것이며, 그것이 경제적으로도 결코 손해 보는 일이 아닌 즐거움을 선사하며, 더하여 내 목숨마저 보전케 해주는 것입니다.


배 타는 일도 세상사 모든 일 같이, <사랑 없이는 열매도 없다>는 점을 같이 공유하고 있음을 우리 같이 확인해 보고 싶어 드리는 말씀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이런 오버타임 작업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