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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C 노이로제

PSC 수검준비,

by 전희태
조마드 수로를 통과하며 서로 지나치는 배. 본선은 남향침로, 보이는 선박은 북쪽으로 가고 있다.


선박이 외국의 어떤 항구에 입항하자마자 (?) 부리

나케 승선하여 PSC(*주 1) 검사를 하는 검사관들은 이 검사가 궁극적으로는 배와 선원들의 안전을 위한 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맞는 이야기이고 인정하는 바이지만 이 검사를 외국항에서 수검당하는 선원들의 입장에서는 결코 선원을 위한 검사이기 보다는 심지어는 선원들을 골탕 먹이기 위해 있는 사항같이 힘들게 느끼는 점이 크다.

만약 이 검사에서 지적된 사항이 꼭 그 항구에서 해결하고 출항해야 할 큰 사안인 것 같으면 선원들은 꼼짝없이 선박의 출항 시간을 지연 정지당하면서 까지 그 해결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리 등 모든 필요한 조치들을 해내야 한다.


그런 일을 하려고 잠도 못 자고 작업에 임하는 선원들 심정에 어찌 PSC가 오로지 선원들을 위한 일이라는 점으로 달갑게 느낄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실제의 목적이 선박의 안전을 도모하여,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막고 또 환경을 보호하려는 전 지구적 유대를 가지고 시행되는 검사이기에 이렇듯 현장에서 일의 진행과 마무리를 끝까지 담당해야 하는 선원들로서는 그 일에 고달픈 시간도 빼앗기며 고역도 치러야 하니 그런 점이 때에 따라서는 선원을 위한 것이 아닌 오히려 선원을 괴롭히기 위한 법이요 규칙인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되어 한숨짓곤 하는 것이다.

마침 조마드 수로를 들어서서 남하하는 우리 배의 VHF 전화에, 어느 배인지 육안으로도 레이더로도 보이지 않는 상황인데,

-한국 배 있습니까? 있으면 응답 바랍니다.

라고 근래에는 듣기 힘든 형태로 호출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예, 감도 좋습니다.

당직사관인 일항사가 얼른 응답하고 나가며 선명과 출항지를 물으니 H 해운의 <H 타코마호> 로서 뉴캐슬을 출항했단다.

서로의 인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귀선은 혹시 이번 뉴캐슬에서 PSC 검사를 하셨는지요?

는 물음을 주니,

-아, 예. 저희는 이번에 검사관을 불러서 받았는데, 한 사람이 올라와서 쉽게 검사하고 갔습니다.

라며 별 것 아니었다는 식으로 대답을 한다.

-얼마 만에 검사한 건가요?

하고 다시 검사 기간을 알기 위해 물으니

-지난 항차까지 두 번이나 불렀다가 못하고 이번 기항시 했는데 한 7개월 되었을 거예요.

신조선이나 지난번 검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일 년 유효 기간의 검사증을 받은 배가 아니면, 보통 검사 후 6개월이 지날 무렵에 다시 검사를 하는 게 통례이다.

사실 우리 배도 호주에서 검사한 지 이제 7개월이 되었는데 그들의 말이 맞는다면 이번 항차 우리 배 역시 그들을 불러서 검사를 받아야 할 모양이다.

그 준비를 위해 우리 배의 선원들이 매일 과업의 초점을 PSC점검 사항에 맞추어 열심히 진행하던 중이기에 이번 항차에 꼭 지적 사항 없이 수검 완료하려고 이렇듯 열심히 정보수집을 하는 것이다.

우리들의 생각만 앞세워, 그 배가 먼저 우리를 불러 본 의도는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우리의 궁금증만 잔뜩 물어본 통화를 끝내려 하며,

-지금 어디쯤 오고 있습니까? 하고 물으니

-조마드 수로를 향하여 북상하고 있습니다. 한다.

-예, 좀 있으면 만나게 되겠군요, 안전항해하십시오. 통화를 끝내었다.

어둠이 오기 전에 조마드를 빠져나오게 되니, 우리 배의 비 당직 중인 구경꾼 몇 명이 올라와서 죠마드의 풍경을 구경하고 내려간다.


이제 완전히 솔로몬 해를 빠져나와 산호해에 들어섰는데도 정작 H 타코마호는 눈에 뜨이지 않더니 한 시간쯤 더 지나서야 조마드의 입구를 향해 숨 가쁘게 달려오는 모습이 어둠 속에 항해 등불로서 보이고 있다.

오늘따라 VHF 전화의 통달 거리가 꽤나 늘어나는 기상이나 전파상의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주*1 PSC : PORT STATE CONTROL.

선박이 기항한 항구를 관할하는 나라의 관해 관청이, 기항선의 국적에 관계없이 검사관을 승선시켜, 자국의 항구에 입항한 선박의 안전성, 감항성, 환경보호를 위한 제반 준수사항의 이행 여부 등의 감독을 위해 증서와 서류의 검사, 훈련 실시, 선체, 선박, 기관, 기기 등의 상태 점검 같은 필요한 검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증서로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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