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캐슬항, 도선사(파이로트), 헬리콥터
호주의 동쪽 해안을 북에서 남으로 연안을 따라 흐르는 호주 해류를 고맙게 기억하며, 함께 잘 달릴 거라는 기대만을 계속 가지고 있었더라면 이번 항차 큰 낭패를 당할 뻔했다.
하늘은 스스로를 돕는 자를 돕는다더니 해류와 함께 빨리 달리는 능력도 자신이 빠른 속력을 가졌을 때 이야기이지, 우리 배처럼 좀 늦은 속력을 가진 배에게는 그렇게 빠른 속력만을 덧 붙여 주지를 않는 모양이다.
어제 아침부터 해류를 타게 되는 걸 기준하여 너무 빠를 것에만 대비하며 속력을 늦추는 등 의식적으로 지체시키려고 만 했다면, 그대로 지체되어 오늘 아침의 도착에 지장을 받았을 터인데, 중간에 늦추던 속력을 올려서 우선 달려 놓고 보자고 바꾼 생각이 맞아떨어져 오전 도착에 알맞게 되었던 것이다.
저녁에는 잔뜩 구름으로 가려진 하늘로 인해 새벽의 여명도 늦어지는가 싶었는데, 뉴캐슬에 가까워지면서 구름이 점점 걷히더니 투묘를 할 시점에는 온 하늘이 밝고 푸른 모습으로 확 변해주었다.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눈물을 글썽이게 만드는 맑고 짜릿한 푸름이 머문 그 색조 안에 빠져듦이, 마치 깊은 물 안에 온몸이 풍덩 빠졌을 때 느껴보는 귀속을 멍하게 하는 정밀(靜謐)이 오감을 감싸주는 것 같다.
하나 주위의 정밀에 더 이상 빠질 수 없게 투묘를 위한 바쁨이 내 주의를 조여 왔다.
몇 척의 배가 한가하게 닻을 내리고 기다리는 사이를 천천히 누비어 투묘 예정지로의 접근을 시도한다.
드디어 아홉 시가 되면서 원하든 지점의 외항 투 묘지에 무사히 도착하며 닻을 내려 주면서 금 항차 항해의 반을 무사히 이룬 기쁨을 동료들과 같이 나눈다.
12시 30분에 헬리콥터로 승선한다는 도선사를 기다리기까지 서너 시간밖에 남지 않았기에 장기간 기다리든 다른 때보다는 짧은 5절(삭클) 길이로 오른쪽 닻을 내준 후, 도착 투묘 시간을 포트 컨트롤에 보고했다.
알았다며 파이로트는 헬기로 12시 30분에 승선할 거라고 포트 컨트롤에서 다시 알려준다.
지난번 이곳을 기항하였을 때 만해도, 도선사의 헬리콥터를 이용한 승선은 안 했는데, 이제는 헬기로 온다니, 뉴캐슬도 장족의 발전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도착 선후 시간을 결정하는 항구의 바운더리도 전에는 노비스 헤드 등대로부터 5 마일 밖에서 다시 연락하라던 것이 이번에는 10 마일 밖에서 재 통보를 해 달라고 지시하는 걸 보면 헬리콥터의 사용으로 항구를 커버하는 능력도 그만큼 커진 거겠지.
12시에 포트 컨트롤이 우리 배를 부른다. 응답을 하니, 파이로트의 헬기가 우리 배를 향하고 있다는 통보를 해준다.
그런데 이제나저제나 육지 쪽 하늘가를 살피며 헬리콥터의 그림자를 쫓고 있던 눈길이 머쓱해지게, 가까이 접근하도록 별 소음도 안 내고 그렇게 헬리콥터는 나타났다.
배를 한 바퀴 빙 돌아서 오른쪽 뒤로부터 안전한 접근으로 7번 해치 카버 위의 랜딩 장에 사뿐히 내려앉더니 그 자리에서 살짝 몸을 뒤틀 듯이 가볍게 90도 정도로 몸체의 위치를 바꿔주는 묘기까지 보여준다.
꽁무니를 사람이 접근 안 할 안전한 곳으로 돌려주려는 배려로 하는 행동이다.
미익(尾翼)이 붙어 있는 후부 쪽을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위치시켜서 혹시 모르고 뒤쪽으로 접근하려는 사람을 일단 막아 보려고 그런 착선을 한 것이다.
헬기의 문이 열리고 키가 큰 도선사가 성큼성큼 걸어 나오는 게 보인다. 이윽고 통로 사다리 옆에서 마중하는 선원에게 들고 내린 가방을 넘겨준다.
-브리지/삼항사 감도 있습니까? 오버. 도선사를 마중 나간 삼항사가 워키토키로 부른다.
-삼항사/브리지 무슨 일인가?
-예, 도선사님 승선했습니다.
-알았음. 브리지로 잘 모셔라. 아웃
삼항사가 도선사의 가방을 들고 앞서 브리지에 들어설 무렵, 부두 접안을 위한 각부서의 일들이 조용한 가운데 진행되면서, 배는 천천히 뉴캐슬 항 입구의 방파제를 향한 접근을 위해 미속 전진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Photo by Capt. Jeon
사진 : 뉴캐슬항 입구 수로에 들어선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