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다른 마음

반가운 마음이 불안한 마음으로 한 순간에 바뀌다

by 전희태

1996 년 10 월 03 일 호주 뉴캐슬항.
지난 30일 밤 우리 배가 도착하여 외항으로 들어올 때 이미 내항으로 입항하고 있었던 국적선인 H해운의 H뉴올리언스호가 그간 짐을 싣다 말고는 어제저녁 다시 밖으로 밀려나더니 우리 배 뒤쪽에다 투묘를 했다.


밤이 되면서 갑자기 30 노트의 바람을 동반하는 비구름이 나타나더니 빗방울의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나르는 화살 같이 수평을 이루며 본선의 유리창에 꽂히듯 들이친다.


센 바람과 그로 인한 파도 때문에 발생할지도 모를 닻의 끌림 같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숨소리조차 죽여 가며 레이더 화면을 주시한다. 환한 표지로 우리와 제일 가깝게 나타나고 있는 레이더상 물표가 투묘하고 있는 바로 H뉴올리언스호였다.


“왜 저렇게 가깝게 접근하여 투묘를 해놨지?” 하는 불안한 마음이 생기니 그들이 가깝게 닻을 내리고 있는 상황이 이제 와서 얄밉다는 마음까지 부추긴다. 그러나 우리가 이곳에 도착하여 투묘하던 날도 같은 생각을 하는 일이 서로의 처지만 바뀐 상태로 있었음이 상기된다.


늦게 도착해서 자신들과 너무 가까운 투묘지를 향하던 본선을 미심쩍어하며 당시 그 부근에 먼저 와 있던 H로버츠 뱅크호가 한 말씀했던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리가 상대선을 미심쩍어하며 불안해하는 일을 당하게 되니 여기서 새옹지마(塞翁之馬)의 고사가 떠오르며 피식 고소를 머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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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날씨가 좋았던 어제저녁, H뉴올리언스호가 우리 배 가까이 투묘할 무렵만 해도 한국 배가 가까이 오게 되었으니 그냥 좋았었던 마음이건만 하루 밤도 지나지 못해 그 마음이 변하여 귀찮아지고 그 자리에 없었으면 싶은 생각마저 갖게 되는 나의 행태가 우스워진 것이다.

다행히 급하게 짓쳐오듯 몰아쳤던 비였건만 지나고 나니 금세 바람의 강도도 20 노트를 약간 밑도는 양상을 띠워서 조마조마했던 마음을 풀고 한숨 돌리게 해준다.
당직사관에게 <황천 상황 끝>을 알리고 야간 지시록을 기록, 당직에 참조하도록 인계해 준 후 브릿지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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