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선의 안전항해를 빌어주다.

뱃사람들의 제일 소망-안전항해-

by 전희태
%C0%AF%B4ϸ%B779(5175)1.jpg 어쩌다 항해중에 만났던 배. 이 배에도 수출 선원들이 타고 있었으며 집 떠난지 일년 가까이 되는 그들은 지나가는 우리를 불러 여러가지 고국 소식을 묻기도 했었다.



새벽의 어둠 속을 달리는 배안에서 불도 밝히지 않은 침실 침대 위에 일어나 앉았다.

갑자기 뿌-웅 하는 기적소리가 기도하던 자세에서 그대로 일어나 커튼을 들치어 창밖을 내다보게 만든다. 몇 척의 어선이 선수의 양쪽 가까이에서 어로 작업 중인 것이 그들의 불빛으로 확인된다.


잔뜩 찌푸린 하늘이 구름을 잔뜩 껴안고 있어, 제 시간보다 더욱 어두워 보이게 만들고 있다. 수평선도 덧칠해진 구름으로 인해 하늘과 구별이 안 되는 불량한 시정의 날씨이다.

그런 속에 어선이 이렇게 나와 있다는 상황은 태풍의 접근이 좀 무디어져 있거나, 아니면 멀어지고 있는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브리지로 올라갔다.

태풍 바트의 접근이 아직도 지지부진이긴 하지만, 그래도 현재 우리가 지나고 있는 위치에 다가오고는 있어 계속 여기에 머무르며 고기잡이를 하기에는 오후 들어서면서부터는 좀 위험하겠다는 느낌이 든다.

서둘러 육지로 돌아가야 하는데 싶지만 그들은 어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조업 위치나 어선의 모양새로 봐서는 중국의 어선인 것 같다.


우리 배는 아직도 12.5노트가 웃도는 속력을 유지하면서, 그 중국 어선을 뒤로 보내주었다. 이제 슬슬 바람도 그 세기를 높이고 있다.

다행히 다섯 시 방향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라 배의 속력에는 오히려 약간의 보탬이 될 정도이다.

하지만 태풍의 중심 쪽을 향해 들어가는 바람이 맞는 것이니 그런 속력의 빨라짐을 마냥 좋아하고 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오후 다섯 시경. 저녁 식사 전에 한번 더 브리지에 올라갔는데,

-한국 배 있습니까?

갑자기 한국 배를 찾는 VHF 전화 소리가 들려와 응답을 하고 나갔다.

위치를 물어보니 본선보다 약간 북쪽에서 우리와는 반대로 열심히 북상 중인, 외국 선적의 배에 한국 선원들이 타고 있는 인력 수출이 된, 수출선이다.


지금 발달하고 있는 <태풍 바트>의 현황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우리가 지나 온 바다의 사정이 어땠느냐고 물어 온다.

사실 출항 후 그동안 우리가 겪은 날씨는 태풍과는 관계없다고 할 만큼 좋은 날씨라 생각이 되었지만, 오늘 아침부터 바람이 파도를 몰고 왔으니, 앞으로 며칠간 태풍과 나란히 가야 하는 그 배는 제법 고생을 해야 될 것으로 여겨진다.


아침까지는 좋았었는데 지금은 나빠지기 시작한 사정과 물어오는 다른 사항에 대답을 해준 후 안전항해를 하라고 응원하며 이야기를 끝내었다.

우리는 오늘 밤을 기점으로 기상 상황이 더욱 좋아지는 방향으로 가게 되는데, 그 배는 계속 앞바람과 파도로 평속 이하의 떨어진 속력으로 마음고생까지 할 것을 생각하니, 비교되는 우리의 편한 입장에 안심하는 그만큼 그 배의 안전 항해를 진짜로 빌어주고 싶은 동료의 마음이 된다.


-안전 항해하시고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십시오.

태풍과 멀어져 가며 편한 마음에서 보내주는 이 인사 말이, 내 편함을 자랑하고 픈 마음으로 보내는 교만한 인사가 아니라, 진짜로 동료의 안전항해를 바라는 마음에서 보내는 진심이라고 믿는다.

그래야만 우리의 충정이 통하여 안전 항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이별 그 아릿한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