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선박의 구조 요청

도와주세요. 애절한 요청-내가 그 주인공이 될 수도 있는 일

by 전희태


(4654)1[1].jpg 케이프타운 무선국(CAPETOWN RADIO)이 있는 Cape town의 모습(인터넷에서)



해상에서의 무선통신의 긴급 전치 신호인 PANPAN을 앞에다 놓고 즉각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전문이 CAPE TOWN RADIO를 통해서 들어왔다.


PANPAN

ALL SHIPS THIS IS CAPETOWN RADIO

PANAMANIAN MV SANAGA

IN POSITION 2734.3 SOUTH 04413.6 EAST

TAKING WATER

REQUIRE IMMEDIATE ASSISTANCE

LENGTH 165 METRES

BEAM 24 METRES

RESPONDANTS REPORT TO MRCC CAPETOWN

VIA CAPE TOWN RADIO T.O.R AT ZSC 11/1115 UTC OCTOBER 1999


케이프타운 무선국(CAPETOWN RADIO)이 MRCC로서 보내준 이런 전문을 받아 들고 즉시 그 위치와 본선과의 관계 상황을 검토하니 300 마일 이상 떨어진 바로 우리가 어제 지나온 정오 위치 부근이다.

구조하러 가기가 어렵다는 판단 아래 계속 우리의 갈 길로 가고 있던 선내 시간으로 15시경(UTC로 12시) INMARSAT-A 전화가 울린다.


CAPETOWN RADIO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바로 좀 전 INMARSAT-C를 통한 전보로 조난선에 대한 통보를 구역 내 전선박에 보냈던 곳이다.

본선의 침로와 현재 위치를 물어보며 그곳으로 갈 수 있느냐는 물음에 250도 침로로 항해 중이고 그 침수 사고를 당하고 있다는 배와 의 거리가 약 300 마일 정도 떨어져 그곳에 가려면 하루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 배는 258도의 침로로 9.5노트의 속력으로 달리고 있다고 한다.

해도에다가 그렇게 알려준 그 배의 위치에다, 향하고 있다는 침로를 그어보니 바로 남아공의 더반을 향한 침로였고 그런 속력이라면 3일 이상 걸려야 겨우 도착할 수 있는 위치였다.

본선의 사정을 청취한 MRCC OFFICER는 잘 알았다며 다시 현장을 확인한 후 추후 행동에 대한 지시를 해주겠다며 전화를 끊는다.


해상에서 조난 선박이 발생할 경우, 육상의 그 해역을 관장하고 있는 해난구조본부에서 는 그 주위에 있는 선박을 모두 호출하여 사고 현장과 가장 가깝고, 성능도 나은 편인 배를 지명하여 구조에 동참하도록 지시를 하며, 지정받은 배는 그 일을 하기 위해 사고 현장으로 가야 하는 의무를 가지게 된다.


이제나 저제나 그들로부터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데, 벨이 울리더니 리처드 베이 대리점으로부터 본선으로 텔렉스 전보가 들어온다.

그런데 그 내용이 우리 배가 아닌 자매선인 오션 마스터호로 보내야 하는 전문인 것 같아, 자매선으로 보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는 내용을 덧붙여 돌려보내 주었다.


그렇게 INMARSAT-A 송수신기 앞에서 대리점에 되돌려 주는 전문 전송을 다 끝내자마자 전화벨이 또 따르릉 울린다. 이번에는 기다리고 있던 CAPETOWN RADIO의 전화이다.


사고 선이 있는 해역에 우리 배보다 더 가까이 있는 COOP VENTURE라는 배와 또 다른 한 척에게 구조를 도와주라는 RCC의 명령이 떨어졌으니, 본선은 침로와 모든 것을 원래대로 유지하고 계속 항진해도 좋다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기상 상태가 점점 더 악화될 조짐을 보이는 시점에서, 우리 배더러 구조 작업에 동참하라는 통보가 오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웠던 일이 잘 해결된 것에 다행스러운 마음이 든다.


구조를 위한 이로가 이뤄져야 한다면 여러모로 힘든 일들이 쌓이는 것이니, 구조에 동참 안 한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하지만 구조를 요청하는 그 사고 선으로서야 얼마나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겠는가?


입장을 바꾸어 그런 일을 내가 당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는 바다 위에서, 우리는 뱃사람들의 의리를 내세워서라도 구조 요청을 하는 타선박을 결코 나 몰라라 할 수는 없기에, 내 편한 안심하는 마음을 갖게 된 형편이 그 조난선한테는 아주 미안한 감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어쨌거나, 그 배의 조난이 당장의 인명구조를 요청한 상태가 아니고, 선박 내부로 침수가 계속되지만 아직은 자력으로 항진하면서, 만약에 대비한 인명 구조의 도움을 요청한 상황이므로 더 이상 침수가 악화되지 않고 무사히 목적항에 도착하게 되었다는 상황 종료의 소식으로 마무리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우리 배가 그 배를 위해 할 일은 그들로부터 나오는 통신을 열심히 청취하여 도와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놓치지 않게 해주는 것과, 무사히 목적 항구에 도착하고, 수리 역시 완벽하게 되기를 빌어주는 마음을 갖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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