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 선으로 옮겨 타는 곡예사 닮은 도선사
오늘 새벽 한 시, 점점 세어지는 바람 속에서 살다나 베이 항을 출항하였다.
부두에서 떨어지자 바로 외해의 물결이 직통으로 들어오며 마음의 준비를 할 겨를도 주지 않고 너울거리는 파도를 보내니, 현측을 핥듯이 미끄러지는 파두는 흰 띠로 길게 이어지고 있다.
도선선이 하선하는 파이로트를 받아 주기 위해 우리 배 옆으로 가까이 다가서자, 달려들 던 파도의 너울로 인해 크게 상하운동을 하여 사다리에 매 달려서 내려갈 시간을 조정하며 기다리던 도선사를 진짜 곡예사보다도 더한 묘기를 연출시키며 하선하게 만든다.
그의 날쌘 모습은 초단위 보다도 더 짧은 순간을 셈하며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다.
긴장한 모습으로 맨 로프에 매달려 사다리에 걸쳐 있다가, 파두를 타고 부~웅 위로 솟구치는 도선 선을 향해 정확하게 본선의 파이로트 사다리에서 미끄러지듯 뛰어내렸다.
그렇게 뛰어내려 도선 선에 안착하는 순간은 도선 선이 파두의 정상에 올라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내려가려는 파도와 함께 파곡의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 직전의 순간이다.
어느새 파도의 아래로 내려가는 도선 선에서 몸의 균형을 바로 잡아 준 후, 맨 로프를 놓아주면서 도선사는 무사히 내려왔음을 알리는 손을 흔드는 동작으로 마무리까지 하고 나서 보트 선내로 들어간다.
나도 같이 팔을 크게 흔들어 그의 하선이 안전하게 이루어졌음을 안도의 마음으로 확인해주며 가만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도선사의 하선을 끝까지 지켜본 후 안전하게 내린 것까지 확인하는 순간, 이번에는 얼른 본선의 안전으로 돌아와 본선이 이행해야 할 움직임을 지시해 준다.
-Half Ahead Engine!
도선사를 내려주기 위해 미속으로 움직이던 기관의 출력을 반속으로 높이라는 명령이다.
-Half Ahead Engine. 3항사의 복명과 동시에 텔레그라프의 바쁜 응답이 브리지와 기관실 간에 오고 간 후 출력을 높이는 기관의 소리가 커지기 시작하니까 이번에는,
-Half Ahead Engine Sir! 명령이 제대로 이루어졌음을 3항사가 확인 후 복창하여 다시 보고 한다.
잠시 후, 기관에 이상 없음을 확신하며 다시 명령을 내린다.
-Full Ahead Engine! (전속 전진)
-Full Ahead Engine. 큰소리로 당직사관이 복명과 동시에 텔레그라프를 다시 흔들어 전속 눈금에 놓아주어, 기관실에 지시한다.
이윽고 기관이 정상적으로 전속을 내는 출력을 보일 때,
-Full Ahead Engine Sir! 선장의 명령이 제대로 이행되었음을 당직사관이 복창으로 보고한다.
-Rung Up Engine! 드디어 마지막 기관사용에 대한 명령을 내려졌다.
-Rung Up Engine. 당직사관은 다시 복명하며 기관실에 연락하여 Rung Up Engine의 상황을 알려준 후 텔레그라프를 세 번 정도 흔들어 벨을 울린 후 R/Up Eng. 에 놓고는,
-Rung Up Engine Sir! 복창한다.
이 항구에서의 기관사용의 일은 모두 끝났고 이제부터 다음 목적지까지 이어지는 항해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그렇게 출항을 이룬 후,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움찔거리고 있는 배, 때로는 덜컹이고 때로는 휘휘 내둘리는 막대기 끝을 피하려는 듯한 포즈로 멈칫 물러나기도 하여, 자신의 품속에 살고 있는 우리 선원들에게 고달픔을 주기도 하지만 전속 전진은 계속하고 있다.
이런 모든 운동을 지휘라도 하는 양 휘~이 잉 거리는 바람 소리가 모두의 신경 끝을 날카롭게 다듬어주며 끊임없는 긴장의 끈을 잇게 한다.
그건 파도와 바람을 만나 괴로워하는 배와 함께 겪어야 하는 선원들의 숙명이기도 하다. 그렇게 자갈밭길을 달리는 차 안 같은 착각을 할 정도로 털털거리는 실내에서 날씨가 좋아지길 기대하는 애절한 눈길을 한 번씩 창밖으로 보내며 또 오후가 되었다.
바람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파도는 아직 남아 있었지만, 햇볕이 환하게 빛나는 푸른 하늘도 보여주기 시작하니 어느새 안도하는 마음은 곁눈질 항해에서 벗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