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회복을 기다리는 마음 굴뚝같다
SALDANHA BAY 출항 때까지는 모든 일이 예정대로 진행이 되어 좋은 결과를 기대했는데 출항 후 만난 거친 앞바람과 파도에 배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얻어터지며 아프리카의 남해안을 달리고 있다.
스피드도 겨우 8-9노트 선에서 오르락내리락 반복하여 결국 이대로는 리차드 베이에 <19일 오전의 도착>이란 목표는 바라볼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릴 것 같다.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은 바람이 잦아들어 파도가 숙여지는 경향을 보이는 일이지만 그렇게 된다고 해도 아프리카 남단을 휘감아 흐르고 있는 해류인 AGULHAS CURRENT가 이번에는 우리의 가는 길에서는 발목을 잡는 역조(逆潮)를 이루고 있기에 그나마의 희망도 포기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하룻밤이 또 지났다.
비를 동반하여 흩뿌려주는 짙은 구름이 판을 치니 물안개도 같이 달려 들어와 시정(視程)도 짧은 거리 조차 잘 안 보일 정도로 나빠지는데 바람 역시 파도를 높이 올려 세워서 뿌옇게 바람꽃을 파곡 위로 피워주니 더욱 가시거리도 좁혀지고 있다.
그러한 바다 위를 마치 술 취한 사람이 횡보하듯 마냥 이리 비틀 저리 비틀대며 달리는 배 위에서 답답한 심정으로 다시금 하늘을 보는 뜻은 기상상황이 좋아졌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내일 오후 도착하는 대로 즉시 입항하여 접안할 예정으로 301번 부두를 비워놓고 우리 배의 출현을 기다린다고 대리점은 모처럼 기쁜 소식을 전해오고 있지만 그들이 이야기하는 내일 오후의 도착은 이미 틀어졌다고 전보를 보냈었는데 그 전문은 보지 못하고 보내준 연락사항이다.
다시 한번 우리의 늦어지는 예정을 수정하여 모레 새벽 2시의 도착이라 알려주면서 이런 날씨라면 도착 시 또, 어떻게 파도 속에서 기다리며 도선사를 태우게 할 수 있을까가 걱정스럽기만 하다.
기상 상황을 달리 체크하는 방도로 기상도라도 받아 보았으면 좀 덜 답답할 터인데 지난번 다른 배로 이곳을 방문했을 때 받아보던 기상 팩스의 송신을 요사이 그들은 하지 않고 있으며 들리는 말로는 송신기의 고장 난 기계 부속을 구하지 못해 기상도 송신 업무가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이야기는 아니고 배들 사이에 들리는 <~카더라> 방송에 의한 것이다. 계속 기상도 수신을 위해 기상 팩스를 열심히 가동하지만 아직 까지도 아니올시다-이다.
할 수 없이 NAVTEX를 열어서 수신을 하니 PORT ELIZABETH에서 나오는 방송에서 이곳 부근의 바람과 파도 상황을 알려주고 있다.
참조하니 내일쯤에는 많이 좋아질 것으로 통보되어 온다. 다행스러운 일이고 어서 좋은 날씨로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야말로 굴뚝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