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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진 카드 게임 판

서로의 눈치를 보다가 이루지 못하고...

by 전희태
IMG_9688(8702)1[1].jpg 하늘과 호수에 떠 있는 두개의 해. (강화도에서)누구는 이걸 보고 화투장 팔공산을 떠 올리며 두개가 겹쳤으니 팔땡 잡았다고 하더이다.




카드 게임이 휴일인 그제와 어제 모두 판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넘어가 버렸다.

그런데 지레짐작한 대로 기싸움을 위한 눈치 작전으로 머뭇거리다 깨어진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게임 판에서, 제 딴엔 돈을 많이 잃었다는 사람이 생겨서, 더 이상 돈을 구할 수 없어 그랬다는 뒷소문이 나타나고 있다.

염려스러울 정도는 아니라 해도, 어쨌건 허투루 들어 두기에도 유쾌한 소문은 아니다.


그 당사자는 그렇지 않다고 극구 부인 하지만, 돈이 어느 한 사람에게 좀 몰려 간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로 느껴졌다. 노름판에서 돈 땄다는 사람은 없지만, 그동안의 돈의 흐름을 어쨌든 지켜봐 온 나로서는 일상적인 말로 부인하고 있는 그 사람이 제일 많이 딴 게 맞는 것 같다.

나머지 사람들은 조금씩이라도 잃었거나 본전을 남겼으면 형편 좋은 편이라는 어림짐작을 하고 있다.

몇 년 전 아내는 나더러 배 안에서 노름(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돈을 걸고 하니까)을 하게 되면 절대로 따지 말도록 충고하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왜? 경쟁 상황에서 지고 있으란 말이냐는 의문을 표하며 일부러 뻗대 보기도 했었다.


당시 아내는 선장으로 배를 타면서 부하들 돈이나 따 먹는 쪼잔한 사람으로 소문이 나서 좋을 것이 뭐냐고 응수를 하면서, 크지 않은 돈은 잃어 주라고 했다.


게다가 아예 판이 커질 것 같으면 빠질 뿐만 아니라, 못하게 막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까지 덧 붙여, 결국 일리 있는 아내의 의견에 수긍을 하기는 했었다.


사실 배 안에서 오락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크게 도박을 하는 사람들이 예전에는 제법 많았던 그런 시절도 경험하고 있었기에, 아내가 준 충고를 고맙게 받아들이며, 이 여자가 어떻게 이런 상황 판단을 하여 나에게 충고할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아내를 제법인데 하는 다시 평가해 보는 심정으로 접어주며 오늘까지 생활해 온 것이다.


이제 돈이 한쪽으로 쏠려 판이 깨졌다는 말을 전해 들으니 막말로 <뭣 주고 빰 맞은> 입장 같이 된, 돈을 잃은 사람들은 얼마나 약 오르는 기분이겠는가? 상상이 된다.

사실 나도 좀 잃은 축에 드니까, 그들이 자신들의 돈을 땄다고 여기는 인물로 지목되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아내의 충고가 새삼스럽다.


그러나, 옛날 같은 기억력이나 순발력을 가질 수 없는 나이가 되었기에, 같은 게임이라도 결코 이길 수가 없었던 것이고, 겨우 본전 치기를 유지하면 잘하는 편으로 되었던 것이지, 잃어 주겠다는 마음만으로 요사이의 판에 뛰어든 게 아닌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이렇게 된 마당에 당분간은 오락을 쉬게 했다가, 세월이 약이라고, 다음 항차쯤 망각의 상태에 들게 되면, 다시 게임을 할 수 있게 허가해 주기로 마음을 먹는다.


누가 뭐래도 트럼프 게임은 선내에서 작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될 수 있는 필요악으로 존재하는 일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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