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눈치를 보다가 이루지 못하고...
카드 게임이 휴일인 그제와 어제 모두 판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넘어가 버렸다.
그런데 지레짐작한 대로 기싸움을 위한 눈치 작전으로 머뭇거리다 깨어진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게임 판에서, 제 딴엔 돈을 많이 잃었다는 사람이 생겨서, 더 이상 돈을 구할 수 없어 그랬다는 뒷소문이 나타나고 있다.
염려스러울 정도는 아니라 해도, 어쨌건 허투루 들어 두기에도 유쾌한 소문은 아니다.
그 당사자는 그렇지 않다고 극구 부인 하지만, 돈이 어느 한 사람에게 좀 몰려 간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로 느껴졌다. 노름판에서 돈 땄다는 사람은 없지만, 그동안의 돈의 흐름을 어쨌든 지켜봐 온 나로서는 일상적인 말로 부인하고 있는 그 사람이 제일 많이 딴 게 맞는 것 같다.
나머지 사람들은 조금씩이라도 잃었거나 본전을 남겼으면 형편 좋은 편이라는 어림짐작을 하고 있다.
몇 년 전 아내는 나더러 배 안에서 노름(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돈을 걸고 하니까)을 하게 되면 절대로 따지 말도록 충고하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왜? 경쟁 상황에서 지고 있으란 말이냐는 의문을 표하며 일부러 뻗대 보기도 했었다.
당시 아내는 선장으로 배를 타면서 부하들 돈이나 따 먹는 쪼잔한 사람으로 소문이 나서 좋을 것이 뭐냐고 응수를 하면서, 크지 않은 돈은 잃어 주라고 했다.
게다가 아예 판이 커질 것 같으면 빠질 뿐만 아니라, 못하게 막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까지 덧 붙여, 결국 일리 있는 아내의 의견에 수긍을 하기는 했었다.
사실 배 안에서 오락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크게 도박을 하는 사람들이 예전에는 제법 많았던 그런 시절도 경험하고 있었기에, 아내가 준 충고를 고맙게 받아들이며, 이 여자가 어떻게 이런 상황 판단을 하여 나에게 충고할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아내를 제법인데 하는 다시 평가해 보는 심정으로 접어주며 오늘까지 생활해 온 것이다.
이제 돈이 한쪽으로 쏠려 판이 깨졌다는 말을 전해 들으니 막말로 <뭣 주고 빰 맞은> 입장 같이 된, 돈을 잃은 사람들은 얼마나 약 오르는 기분이겠는가? 상상이 된다.
사실 나도 좀 잃은 축에 드니까, 그들이 자신들의 돈을 땄다고 여기는 인물로 지목되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아내의 충고가 새삼스럽다.
그러나, 옛날 같은 기억력이나 순발력을 가질 수 없는 나이가 되었기에, 같은 게임이라도 결코 이길 수가 없었던 것이고, 겨우 본전 치기를 유지하면 잘하는 편으로 되었던 것이지, 잃어 주겠다는 마음만으로 요사이의 판에 뛰어든 게 아닌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이렇게 된 마당에 당분간은 오락을 쉬게 했다가, 세월이 약이라고, 다음 항차쯤 망각의 상태에 들게 되면, 다시 게임을 할 수 있게 허가해 주기로 마음을 먹는다.
누가 뭐래도 트럼프 게임은 선내에서 작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될 수 있는 필요악으로 존재하는 일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