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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모범 선원 추천

인사추천 쉽고도 어려운 일

by 전희태


DSCF0215(4556)1[1].jpg 통영 조각공원의 설치 미술품.


해마다 12월이 되면 회사에서는 사선의 모든 선박으로부터 그 배에서 가장 모범적이고 성실한 선원을 추천받아서, 그들의 가족을 회사로 초청하여 모범 선원 표창 기념식을 가진 후, 기념품도 증정하여, 선원 가족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한 해로 마무리 짓는 행사가 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그 순서에 의하여 우리 배에서도 한 사람을 추천해 주도록 공문이 왔었고, 그에 따라 지난주 월요일의 안품회의에서 각자 생각하고 있던 사람을 언급하게 하며, 다른 사람 이 또 있으면 금요일까지 복수로 추천해 주도록 이야기를 했었다.


토요일이 되었어도 새로운 추천할 사람에 대한 아무런 보고가 없어서 그냥 예정했던 기관부의 기관수를 추천하여 보냈다.


오늘 안품회의에서 누구를 보내야 하는가를 3부 직장이 이야기를 해오기에 엊그제까지 아무런 말이 없어 그냥 지난주에 이야기가 나왔던 사람에 대해 동의하는 것으로 알고 그대로 회사에 통보했다고 하니 그들 세 사람의 표정이 아쉬운 모습으로 변한다.

-무슨 다른 의견이 있었습니까? 하고 물으니

기다란 상황 설명을 부연하여 이야기하는데, 엊그제 연말 모범 선원으로 회사에 통보해준 기관수가 이름 그대로 타인에게 모범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기에 그 추천에 걸맞지 않은 사람이란 뜻이다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평이 나오기 시작하니, 인사성이 없고, 자신의 의견만 고집하고, 자신의 잘못이나 생각을 사과하거나 굽히지 않고 계속 따지고 들어, 남을 피곤하게 만드는 인물이란 평이다.


예를 들면 지난주 월요일에 안품회의가 끝난 후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조기장이 연말 모범 선원 추천에 당신의 이름도 거명되었다고 전하며, 추천 대상에는 호봉이 많고 나이가 든 사람들을 추천하는 것이 통상적인 일이므로 갑판부의 모씨나 기관부의 또 다른 모씨도 추천 대상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말을 꺼내 보았단다.


그러니까, 갑판부 모씨는 이런저런 이유로 해당이 안 되는 사람이고, 지난번 다른 배에서도 자기가 될 것이었는데, 누군가 뒤틀어서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져 추천된 적이 있다는 등 이야기하는 본새가 안하무인도 아니고, 하여간 감을 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철 모르는 아이도 아닌데... 하며 놀라운 마음으로 처다 보게끔 말을 하더란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듣다가 이야기를 끝내었다는 말을 한다.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나서서 그가 윗사람에게 인사도 잘 안 할 뿐만 아니라, 웃통을 벗고 통로를 다니는데, 그 가슴에 가로로 칼자국이 길게 나 있어 고의적으로 혐오감을 주는 행위를 서슴없이 내보인단다.

그냥 이야기를 흐르는 대로 놔두니 마치 그를 성토하기 위한 자리라도 마련된 것 같은 심정이 들 정도로 그에 대한 나쁜 비평이 마구 쏟아진다.

그렇게 문제가 많다면 지난번 이야기 나왔을 때 할 것이지 왜 지금 와서 그러는가 하는 나는 나대로 섭섭한 마음이 솟아오른다.

어찌되었건 금년도 본선의 연말 모범 선원 추천에 대한 나의 공과는 완전히 실패작을 건져 올린 모양이다.

며칠 더 기다렸다 통보해줄 걸 하는 어쩔 수 없는 후회가 다가서지만, 이미 시위 떠나 버린 화살이다.

내년을 기약하여, 그때에는 제대로 된 인물을 추천하여 금년 같은 잘못은 되풀이하지 않겠노라, 마음을 다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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