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아이들의 야외학습 모습을 보며...
지난 두 달 동안 남아프리카를 다녀오는 기간 중에 회사가 우리 배를 위해 모아 두었다가 보내준 지나간 신문을 출항 후 계속 읽어 왔는데 오늘에야 끝났다.
읽어 본 기사 가운데 뇌리에 남는 것은 옷 로비 사건과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그에 곁들인 정치권의 이전투구(泥田鬪狗) 같은 싸움박질 기사와 특히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화재 참사이다.
우리가 생활하며 살고 있는 배나 바다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으면서도 씨랜드라는 이름을 썼기에 마치 우리를 우롱하는 듯 느껴지는, 컨테이너 상자로 만든 청소년 수련원 숙소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그곳으로 교육받으러 갔던 유치원생들을 떼죽음 시킨 사건이다.
안전 불감증에 중독된 우리 사회의 모습이 그 안에 여실히 비치고 있어 절로 혀를 차게 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같은 맥락의 안전사고가 인천의 호프집 화재로 이어지어 이번에는 고교생들이 떼죽음을 당한 일이 대서특필되어 나타남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청소년들의 호프집 입장(入場)을 눈감아 주거나, 더하여 단속까지 미리 알려주는 부정을 저지른 경찰이 그 사고를 유발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 마냥 비치는 언론의 파헤침이 곁들여진 기사들도 나를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가장 애잔한 이야기는 씨랜드로 연수를 보냈던 여섯 살 난 큰 애가 화재 참사로 죽은 후 시답지 않게 사후 뒤처리하는 당국의 모습을 보고 분노를 느껴 이 나라를 영원히 떠나 뉴질랜드로 이민 간 전 국가대표 여자 필드하키 선수 가족의 이야기이다.
-어, 당신 같은 사람들은 이 지구를 떠나시오!
그런 말을 퍼부어주고 싶었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니, 차라리 내가 떠나야지 라고 생각하고 지구 아래 편의 먼 뉴질랜드로 떠나간 것일까?
국가로부터 받았던 체육훈장까지 반납하고, 화마에 잃은 사랑하는 큰아이의 넋을 혼자 고국에 떼어 놓고, 남은 한 아이나마 잘 키우겠다는 각오로 이 나라를 영원히 떠나는 그들 부부의 마음은 오죽하니 분노와 증오의 만감이 들끓었을까? 그러니 그렇게 했겠지만......
그들 가족의 마음에 박힌 미움과 원망 등의 감정이 깨끗이 순화되기를 바라며 앞으로 남은 그들의 여생에는 그런 흉측한 일들이 다시는 발생되지 않도록 하느님께 비는 마음이다.
내가 그 당사자가 아니면서도 분노의 마음이 큰 것은 왜 이렇게 우리들의 사회는 안전에 둔감하고, 애매한 상관없는 선의의 제삼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피해를 주는 일을 하고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시치미를 뚝 떼고 시간만 축내버리면 괜찮아지는 풍조가 횡행하고 있냐는 점이다.
이런 일을 풀어 나가는데 나는 어느 정도의 일을 감당할 수가 있을까?
한심한 마음으로 화를 삭이며 나는 아닌 양, 뒷짐 지고 보고만 있기에는 너무나 절박한 바로 우리들의 일인데, 애매한 불특정 다수를 향한 분노의 마음 만을 표출시키려는 나 자신도 실은 같이 욕을 먹어 싼 사람은 아닐까?
<빨리빨리>의 정신에 심하게 중독된 우리 민족이 스스로 풀어내야 하는 각자의 처방전을 요구받고 있는 시점으로 오늘을 생각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보며, 우선 나부터 다스려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