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휘날리며 달려드는 빗방울
거세게 불어 치는 바람에 떠 밀리며 휘날리는 빗방울이 얼굴과 러닝셔츠로 가리고 남겨진 어깻죽지의 맨 살 위로 따끔따끔한 감촉의 꼭꼭 찌름을 가하고 있다.
크지도 않은 가는 빗방울이 그것도 많은 양이 아니고 성기게 몇 방울이 후드득거리며 비스듬히 부서지며 계속해서 털어내듯 흩뿌려 주는 게 그렇다.
아침 운동으로 갑판에 나가 있는 나에게 부딪혀 올 때는 제법 센바람에 휘날리며 달려들기에 가는 바늘로 살짝 찌르기를 하는 듯한 감각을 살갗 위에 남겨주니 온 얼굴이 얼 얼 할 정도이다.
하나하나의 따끔거리는 감촉은 혈당량을 측정하기 위해 채혈하는 과정에서 손가락 끝을 바늘로 찔러야 하는 그 감각과 별 다를 바 없을 정도의 작은 통증을 수반하고 있다.
단지 채혈 시의 아픔은 내가 스스로 찔러야 하는 그 시간만큼의 마음 졸임 때문에, 겁이 좀 난다고 할 수 있지만, 빗방울에 의한 따끔거림은 여러 군데에 가해지는 다발적인 아픔이긴 하지만, 내 의지와는 별개로 내가 모르는 사이에 달려드는 현상이기 때문에 아픔이 있을 거란 상황을 미리 마음 조리며 기다려야 하는 작은 공포는 없으니 편한 것 같다.
그래도 아픔만큼은 여러 군데로 달려들기에 계속 바람을 피해가며 거슬러서 밀고 나가기에는 아무래도 버거운 생각이 든다.
그렇게 기상상황이 아침 운동을 계속하기가 힘들어 중단하기로 작정한다. 실내로 들어서는데 책정해 놓은 운동량을 제대로 해내지 못해, 숫자 싸움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문득 걱정이 든다.
어제 하루의 검사에서 혈당치가 150 이 좀 넘는 수치를 보여, 건강 관리를 위해 조심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이면서, 아침 식사 후 두 시간 때의 혈당량을 검사하는 마음은 혹시나 수치가 원하지 않는 높은 숫자를 나타내 보이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마저 갖게 하는 것이다.
채혈한 핏방울을 시료 카드 위에 떨어 뜰이고 난 후 기다리는 40초 동안, 변해 가는 초시간의 숫자를 입 속으로 따라 헤아리며 제발 정상치로 나타내 주길 간절히 기원했다.
마지막 40초의 모습이 사라지며 나타난 121 이란 숫자가 얼마나 마음 놓이게 하는지, 조마조마했던 기분이 금세 확 풀린다.
만약에 그런 정도의 원하는 숫자로 안 나타나고, 좀 더 높은 결과를 보여 줬다면, 힘들어도 다시 갑판으로 나가서 운동하리라 먹었던 맘을 풀어주니, 비록 날씨는 좀 그렇지만, 기분 좋은 하루를 열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