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

기상상황을 나쁘게 만드는 요소, 거센 바람과 비

by 전희태
4(4634)1.jpg 슬슬 바람에 따라 일기 시작하는 파도의 꽃



지난 1월 3일 포항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지금까지 순조로운 항해와 정박을 이루게 하며 찾아왔던 날씨였건만 북위 20도 선 부근에 도착하면서부터는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달려드는 겨울철 계절풍이 두 시 방향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만들어 주면서 배가 자주 흔들리고 있다.


밤새 그 잦은 파도로 인해 자다 깨다를 반복하던 아내는 배가 흔들리는 때에 커튼을 들치고 창 밖을 한번 내다보다가, 갑판 위를 흠뻑 적시며 덮쳐오는 파도를 확인하게 되면서는 기겁을 하였지만, 그래도 생각과는 달리 크게 흔들리지 않는 배에 감탄하듯 소곤거려 물어본다.


-이렇게 배가 크니까 별로 흔들지 않는 거죠?

-그렇기도 하지.


나도 처음 승선하였을 때 만났던 황천과 선체 동요는 잊을 수 없는 공포와 고통으로 기억하고 있으면서도 대수롭지 않은 양 대답을 해준다.


기상도를 보아서는 파도가 더 이상 크게 일 것으로는 여겨지지 않게 그려져 있어서 내일이면 한 번씩 해님도 나타나 주는, 온 하늘이 시꺼먼 구름으로 뒤덮인 우울한 황천에서 다시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워낙에 겨울철 기상이란 믿을 수 없는 변덕이 죽 끓듯 하기에 한편의 조그마한 불안감마저 떨쳐내지는 못한 상황이긴 하다.


지금 그런 나의 불안감을 배가 크니까 흔들림이 적다는 아내의 이야기에 은근히 동조해줌으로 물결치고 있는 파도가 더 이상 커지지 않게 되고, 그녀의 공포도 희석시켜서 모두 잠재워 주고 싶었던 것이리라.


아내는 이번이 두 번째의 동승이지만 첫 번째도 아주 좋은 날씨를 경험하며 승선했음을 기쁨에 찬 마음으로 자랑삼아 아는 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왔는데 이번 두 번째의 항해도 결코 그때에 뒤지지 않는 좋은 날씨들로서 내일 오전까지 조금 흔드는 것은 애교같이 봐주어도 될, 경험이길 바라는 것이다.


육지의 일반인들이, 비록 뱃사람들의 가족일지라도, 너무나 조용하고 무난한 항해만을 경험할 경우 그들은 뱃사람들이 항시 악조건이 없는, 그런 쉽고도 평화로운 생활로 근무를 하고 있다고 믿게 될 터이고, 그것은 선원들이 쉽게 돈을 벌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할 소지가 많으니, 적당한 파도는 경험해야 할 것이라는 억지를 부려 보는 심정을 모든 선원들이 품고 있다고 여겨지는 점이 있다.


구태여 힘든 황천 상황을 만나게 하여 고생을 꼭 시키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육지와는 다른 엄청난 자연의 맹위에 눈치를 보며 생활해 나가는 고달픈 선원들의 여건을 최소한 그들의 가족이라면 조금은 맛보게 하여 알려주고 싶어서이다.


자신들의 가장이 가족을 위하여 묵묵히 행하고 있는 일과 그때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나아가서는 필요한 위로도 하며 격려도 할 줄 아는 그런 가족으로 뒤(집)에 남아 주었을 때, 우리 선원들은 가족을 위하여 더욱 힘을 내며 기꺼이 최선을 다하는 게 어려움이 아니라 기쁨이 될 수도 있으리라.


지금 어쨌거나 아내의 마음에 은근히 부담을 주는 이 날씨는 따지고 보면 우리 배가 이 해역에 들어서면 늘 만날 수 있는 평범한 겨울철 계절풍의 날씨이지만, 그간 아주 양호한 해상 상태에서 항해를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겁나고 힘든 폭풍 같이 느껴 받는 반작용의 상승된 감각 때문이기도 할 게다.


게다가 이따금 기상 상황에 대해 말할 때도 정확한 단어를 골라 표현 못하는 점도 있어,

-이거 태풍이 온 것 아니에요? 식으로 조금씩 태풍과 폭풍을 혼동하고 있다.


태풍이란 그야말로 힘들고 무서운 기상상황으로 뱃사람들이 만남을 가장 꺼려하는 폭풍 중 가장 무서운 맹위를 떨치는 여름철 바람으로 위치적으론 필리핀 부근의 태평양상에서 발생하는 것을 지칭한다는 설명을 토 달아 알려주기로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배 타는 것도 하느님의 은총이야, 그렇죠?